국립공원 여행기/퍼스트스테이트

미국의 '첫번째 주'가 탄생한 도시인 델라웨어 도버(Dover)의 옛날 의사당과 현재 주청사 등 둘러보기

위기주부 2025. 1. 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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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바(Delmarva) 반도를 쏘다닌 '3차 듣보잡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그 반도 이름의 앞쪽을 장식하는 델라웨어(Delaware)의 주도인 도버(Dover)였는데, 델라웨어 주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그 주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들렀던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12월초의 썰렁한 해안도시들을 지나며 북쪽으로 달려서, 네비게이션이 안내해 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초겨울의 짧은 해가 벌써 떨어지기 시작한 정각 오후 4시였다.

그 곳은 그냥 '그린(The Green)' 또는 도버그린(Dover Green)으로 불리는 작은 녹지로, 윌리엄 펜(William Penn)에 의해서 1683년에 이 도시가 만들어질 때부터 이어져온 도심 공원이다. 앙상한 나무 몇 그루만 서있는 별볼일 없는 공원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안내판 제일 위의 까만 줄에 씌인 것처럼 여기가 퍼스트스테이트 국립역사공원(First State National Historical Park)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델라웨어 주의 위쪽 2/3 정도를 보여주는 공원지도로, 5개 지역의 6개 장소를 묶어서 2013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National Monument로 먼저 지정했다. 그리고 이듬해 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따라 국립역사공원으로 승격이 되었는데, 현재 델라웨어 주의 유일한 NPS Official Unit으로, 그 이전까지 델라웨어는 미국의 50개 주들 중에서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국립 공원이 없는 유일한 주였다.

식민지 시대 분위기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둘러싼 공원의 분위기는 참 좋았지만,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기온도 급격히 떨어져서 서둘러 주변을 둘러봐야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첫번째 안내판의 그림처럼 미국의 독립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여기 그린에서 모여 출정했던 델라웨어 출신의 의용군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공원의 동쪽 끝에 세워져 있고, 바로 도로 건너편으로...

1787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792년에 완공된 이후로 1932년까지 델라웨어 주 의사당으로 사용되었던 올드스테이트하우스(Old Statehouse)가 자리잡고 있다. 예습없이 여기를 방문했을 때는 당연히 이 건물에서 13개 식민지 중에 최초로 헌법의 비준이 진행된 것으로 생각을 했었지만,

필라델피아에서 그 해 여름에 제정된 헌법을 1787년 12월 7일에, 델라웨어 주의 3개 카운티에서 각 10명씩 총 30명이 모여서 5일간의 토론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장소는 막 공사가 시작되었던 의사당이 아니라, 그린 바로 옆에 있던 골든플리스태번(Golden Fleece Tavern)이란 곳이었단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미국의 첫번째 주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술집'은 없어졌고, 지금은 안내판의 사진처럼 그 위치에 옛날 간판만 복원해 놓았단다.

구의사당 내부는 겨울철은 오후 4시까지 무료 투어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미 문은 잠겨서 안으로 들어가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래에 사진 한 장만 가져와 보여드린다.

당시의 많은 주정부 청사처럼 1층에는 법원이 있고 2층에 주의회 회의실이 있는 구조로, 특히 중앙홀에 만들어진 이 곡선으로 된 나무계단이 이 건물의 매력 포인트라 한다~ ㅎㅎ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주변이라도 한 번 둘러봐야 할 것 같아서 구의사당을 동쪽으로 한바퀴 돌아보는데, 석양을 받은 안내판에는 여성참정권(Women's suffrage)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다. 성별에 관계없는 투표권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9조가 1919년에 제정되었지만, 발효를 위해서는 당시 48개주의 3/4 이상이 비준을 해야 하는데, 델라웨어는 1920년에 최초 부결되었고 다른 주들에 의해 발효된 후인 1923년에야 통과됐다는 내용이다. 참고로 현재 위기주부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는 마지막으로 1952년에야 주의회가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다고 한다.

사방이 모두 붉은 벽돌 건물과 넓은 잔디밭이라서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온 느낌이었고, 군데군데 이런 현대적인 모빌 조각까지 있어서 걷는게 심심하지는 않았다.

한 블록을 내려가니까 사진으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델라웨어 주기와 미국 성조기가 높이 게양되어 있고, 그 아래로 벤치와 무슨 물체가 놓여 있어서 도로를 건너가 봤다.

그것은 1950년대에 연방정부 재무부가 만들어서 미국의 각 주와 해외영토에 하나씩 보냈다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Liberty Bell)' 복제품이었다. 그런데 대들보가 부러질 위험이 있으면 보수를 해야지, 태그도 안 뗀 각목들로 대충 종을 그냥 받혀 놓은 것은 좀 아닌 듯 했다. 여하튼 그렇게 전국으로 흩어진 복제품은 대부분 각 주의 의사당 주변에 설치되었는데, 그래서 여기도 뒤로 보이는 잔디밭 건너편으로...

역시 붉은 벽돌로 클래식하게 지어진 현재 사용되는 델라웨어 주청사 건물이 보였다. 어차피 문도 닫았을테고 그냥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섰는데, 특이한 점은 공식 명칭이 의사당(Capitol)이 아니라 입법관(Legislative Hall)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다시 그린으로 돌아왔더니 잔디밭에 박은 말뚝에 "PEACE, United We Stand"라는 글귀를 메달아 놓은 것이 보였는데, 예술 작품이라기에는 엉성하고 광고판이라고 하기에도 좀 이상한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정체가 무엇이던 간에 잠시 홀로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도버(Dover) 시내를 서쪽으로 벗어나 처음 나온 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다시 가득 채웠는데, 델라웨어는 소비세가 없는 주라서 그런지 아니면 허름한 시골 동네 구멍가게라서 그런지, 버지니아 집 근처의 코스트코보다도 가격이 쌌다. 이상으로 '3차 듣보잡 여행'의 이야기 네 편은 모두 마쳤지만, 퍼스트스테이트 국립역사공원(First State National Historical Park)은 4차 여행의 마지막에 찾아갔던 델라웨어 주의 다른 도시 여행기에 재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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