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와 가까운 북 버지니아의 해당 군부대에 각각 위치한 미해병대(US Marine Corps) 국립박물관과 미육군(US Army) 국립박물관을 2023년에 따로 방문해서 소개를 해드렸었는데, 그렇다면 미공군(United States Air Force, USAF)의 박물관은 어디에 있을까? DC에서 가까워 대통령의 에어포스원 탑승장소로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합동기지(Joint Base Andrews)에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미국 중서부 오하이오 주의 데이튼(Dayton) 외곽에 위치한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Wright-Patterson Air Force Base)에 있다.
1박2일 오하이오 여행의 둘쨋날 아침, 오전 9시의 개장시간에 맞춰서 미공군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US Air Force)에 도착을 했다. 간밤에 조금 내린 진눈깨비가 남아있는 영하의 추운 날씨였지만, 입구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위기주부 외에도 제법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 바닥에는 2019년에 공군에서 분리된 우주군(Space Force)의 마크도 함께 볼 수 있고, 당연히 이 박물관에는 우주의 군사적 이용과 관련된 전시도 모두 있다. 참고로 공군도 2차대전 후인 1947년에 육군에서 분리가 되었으며, 역시 박물관에는 1920년대 항공대(Air Corps) 시절의 비행기부터 모두 전시가 되어 있다.
안내도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드리는데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전체 4개의 격납고에 350대 이상의 항공기와 로켓 등이 전시된 세계최대 규모의 항공박물관으로 그 역사도 19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전시용 1번 격납고는 1971년에 만들어졌고, 그 후 차례로 1988년, 2003년, 2016년에 격납고가 추가되어 중앙 통로로 연결이 되었다. 다른 군사 박물관처럼 주차와 입장도 무료라서 연간 1백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오하이오의 대표적 관광지로, 밀덕이나 항덕이시라면 하루종일 구경하실 수 있는 방대한 전시장이다. 나름 위기주부도 그 쪽에 약간의 관심은 있지만... 워낙 빡빡한 1박2일 여행일정이라 1시간 정도만 둘러보기로 했기 때문에, 휙휙 지나가며 분위기만 느낀 1~3번 격납고를 먼저 1부로 소개한다.
1번 격납고 남쪽은 초기(Early Years) 전시실로 정면의 비행기는 이탈리아 카프로니(Caproni)에서 1920년대에 생산했던 Ca.36으로 4명이 탑승해서 지상을 기관총과 폭탄으로 공격하는 전폭기였단다. 여기 오른쪽에는 라이트 형제가 1909년에 제작해 당시 미육군 통신대(Signal Corps)에 납품해서 조종법도 직접 가르쳤던 Wright Military Flyer 복제품도 있었다.
1번 북쪽은 2차대전(World War II) 전시실이라서 옛날 프라모델로 익숙한 많은 프로펠러 항공기들이 가득했다.^^ 오른쪽은 전부 금속으로된 기체에 랜딩기어가 접히고 조종석이 밀폐되어서, 최초의 현대적 전투기로 평가받는 1937년부터 제작된 미국의 세버스키(Seversky) P-35라는데, 당시 일본 해군이 20대를 수입해서 자체 전투기 개발에 활용했고 또 태평양에서 미국과 싸우는데 직접 동원된 '미제' 전투기란다~
두번째 격납고로 가는 통로 옆으로는 '국립항공 명예의 전당(National Aviation Hall of Fame)'이 위치하는데, 공군 출신의 우주비행사가 많아서 그런지 입구에는 우주복 하나가 보호유리도 없이 세워져 있었다.
2번 격납고 남쪽은 한국전(Korean War) 전시실로 궤도차량 및 막사와 함께 꾸며진 이정표에는 "64.5 SEOUL"이란 표시도 찾을 수 있다. 앞쪽이 열려 있는 더글러스(Douglas) C-124C 수송기 Globemaster II는 설치된 계단을 이용해서 화물칸 내부를 들어가 볼 수도 있었다. 이 옆으로는 최신의 비행 시뮬레이터들이 있어서 유료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2번 북쪽은 특이하게 동남아시아전(Southeast Asia War)이란 이름을 사용하는데, 중앙의 안내판을 보면 베트남 외에도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미군 비행기가 많이 출격한 모양이다. 거대한 검은색의 기체는 보잉(Boeing) B-52D 폭격기 Stratofortress로 실제 1972년에 베트남전에서 작전 중 지대공 미사일로 많은 피해를 입은 후에 임시로 수리해서 몇 번을 더 전투에 투입된 후에 1978년에 이리로 날아왔단다.
시대별 분류와는 별도로 다음 격납고로 이어지는 통로의 좌우에 아주 상징적인 전시와 함께 입구 위에는 커다란 성조기가 걸려있다. 오른쪽은 1997년에 최초 양산되었지만 지금도 세계최강의 전투기로 인정받는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의 F-22A 랩터(Raptor)이다. 그 위에 메달려 있는 날개가 아래로 꺽인 특이한 비행기도 나중에 설명 드리기로 하고, 일단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여기 공군박물관의 특징으로 많은 전투기나 전폭기의 조종석 해치를 이렇게 열어 놓았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 F-22는 펜스가 쳐져 있어서 불가하지만 일부 F-4와 F-16 등은 직원의 허가를 받아서 조종석에 직접 올라가 앉아볼 수 있는 'Sit-in Cockpits'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된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싸한 위쪽의 비행기는 그 외형이 스타트랙(Star Trek) 시리즈에 등장하는 클링온 우주선(Klingon spacecraft)과 닮았다고 작중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Bird of Prey'로 불린다. 보잉이 자체적으로 스텔스 기술 테스트를 위해 1996년에 단 1대만 제작했기 때문에 X-00같은 제식명은 없지만, 이후에 X-32와 X-45 등의 실험기로 발전하게 된다. 그럼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건너편 왼쪽에는 무슨 비행기가 있냐면...
라이트 형제가 직접 군용으로 개량해서 선보였던 Wright Modified “B” Flyer로 전시된 기체는 1916년경에 제작되어 활약하던 모습 그대로의 진품이다. 즉 좌우로 약 80년의 시간차를 가지는 두 비행기를 전시해놓은 것인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참 엄청난 비행기술의 발전이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부터 짐작하셨겠지만 공군기지 이름의 앞쪽은 바로 Wright Brothers에서 따온 것으로 기지 내에 그들이 최초 비행기를 실험했던 들판이 그대로 남아있고, 이러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와 부품들을 1923년에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 박물관의 기원이다.
3번 격납고는 전체가 냉전(Cold War) 전시실로 남쪽에는 오래전 퇴역한 옛날 비행기들이, 북쪽에는 대부분 지금도 사용되는 비행기들이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날개와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흡기구 뒤쪽으로 프로펠러가 좌우 총 6개나 달려있는 커다란 이 비행기는 최초의 장거리 전략폭격기라 할 수 있는 컨베어(Convair) B-36J Peacemaker로 1954년까지 380대나 생산되었지만, 실전에는 한 번도 투입되지 않고 제트엔진의 B-52에게 자리를 물려준 기종이란다. 그리고 통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비행기는 바로...
노스롭그루먼(Northrop Grumman)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전략폭격기이다! 1997년까지 누적 447억불의 예산으로 단 20대만 양산되어서, 보통 한 대당 20억불 또는 기체와 같은 45톤 무게의 순금보다도 비싼 무기로 불린다. 기체 앞에 놓여진 특별개조한 자동차와 바이크는 공군에서 관련분야 리크루팅과 행사 등에 활용했던 것으로, 지금도 미공군은 최신 게임과 드론같은 소재로 신병모집 TV 광고를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정말 매끈하고 까만 B-2 폭격기의 바로 아래에 서서 그 당시에는 내가 3조원을 혼자 머리에 이고 있다고 감동했지만, 포스팅을 쓰면서 박물관 홈페이지를 보니까 전시된 것은 노스롭에서 구조 테스트용으로 제작한 2대 중의 하나로 엔진이나 전자장치가 없어서 날지는 못 한단다... 하기야 시제기까지 개조해서 21대를 배치했다가 추락사고로 폐기된 1대를 제외하고, 지금도 모두 현역으로 뛰는 멀쩡한 B-2를 박물관에 전시해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다.^^
그 옆으로는 '우리 동네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어서 친숙한 록히드(Lockheed) SR-71 블랙버드(Blackbird) 정찰기가 역시 두 개의 콕핏이 열린 상태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오른편 아래는 이 비행기의 가장 뾰족한 코 부분만을 분리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아무래도 공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이라서 그런지 엔진과 각종 부품이나 장착된 미사일들을 따로 전시 및 설명하는 것도 굉장히 많았다.
계속 이어지는 통로는 이렇게 원형의 높은 타워를 만들어서, 그 안에 미공군이 운용했던 다양한 대륙간탄도탄(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세워놓은 미사일 갤러리이다. 이에 관해서는 2018년에 실제 ICBM 발사기지였던 곳을 방문한 여행기를 클릭해서 보시면 좋을 듯 해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Launchpad Shop n' Snack이 나오는데 거기서 방금 지나온 3번 격납고를 조망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B-2와 SR-71이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뒷모습이 보이는 커다란 비행기가 한국에서만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가변익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록웰(Rockwell)의 B-1B 랜서(Lancer)이다. 1970년대부터 개발이 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1983~88년 사이에 보잉에서 100기가 양산되어서, 현재는 절반 정도만 실전배치 상태라서 전시된 기체는 2002년에 퇴역했단다. 그리고 2층을 통해서 반대쪽으로 걸어가면 마지막 4번 격납고도 내려다 볼 수가 있는데...
미공군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USAF)의 '얼굴마담'으로 전세계에 1대밖에 없는 가운데 비행기와 4번 격납고의 다른 전시들은 2부에서 별도로 이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서두에 말을 꺼낸 김에 알려드리면, 현재 미해군(US Navy) 국립박물관은 워싱턴DC의 옛날 해군 조선소였던 기지 안에 있어 영내 출입절차를 거쳐야 하고, 전시도 독립전쟁부터 한국전까지의 역사 위주라서 방문객이 많지 않단다. 하지만 기지 부근의 땅을 확보해서 올해 완전히 새로운 최신 박물관 건설을 시작한다고 하니, 계속 이 동네에 산다면 몇년 안에 지하철을 타고 해군박물관을 방문하는 날도 올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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