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

영국 템스강의 런던브리지(London Bridge)를 옮겨다 놓은 레이크하바수시티(Lake Havasu City)

위기주부 2016. 4. 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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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그랜드캐년까지는 운전시간만 8시간으로, 중간에 두세번 쉬면서 간다면 이동시간만 보통 9시간은 잡아야 하는 먼 거리다. 이번 봄방학 3박4일 그랜드캐년 여행에서는 첫날 LA에서 바로 그랜드캐년까지 달렸는데, 그래서 중간에 영국 '런던(London)'에 들러서 점심을 먹고 푹 쉬다가 가기로 했다. 런던???

"이 화려한 철문이 혹시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전(Buckingham Palace)의 입구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런던시(City of London)를 상징하는 붉은색 십자가 문양의 방패를 든 불을 뿜는 용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 곳은 미국 LA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콜로라도 강가의 레이크하바수시티(Lake Havasu City)라는 곳이다. 여기 미국 아리조나(Arizona) 주의 작은 도시가 감히 대영제국의 수도인 '런던'인 척 하는 이유는 바로 뒤로 희미하게 난간이 보이는 다리(bridge) 때문이다.

바로 이 멋진 돌다리의 이름이 '런던브리지(London Bridge)'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서 이름만 붙인 '짝퉁'이 아니라, 실제 저 돌다리 전체가 영국 런던의 템스강(Thames River)에 1831년에 만들어져서 1967년까지 사용되었던 진짜 '런던브리지(London Bridge)'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모든 석재와 가로등은 물론, 다리로 올라가는 이 돌계단의 돌 하나하나도 모두 영국에서 136년 동안 사용된 것을 분리해서, 여기서 다시 일일이 조립을 한 것이라고 한다. 완전히 이건 거대한 레고(LEGO)...^^

이 런던브리지는 1971년에 런던시장(Lord Mayor of London)과 아리조나 주지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개통되었다는 안내판이다.

140년 가까이 런던의 음습한 날씨 아래에 놓여있던 돌난간이 대서양을 건너와서, 가까운 미국 동부의 도시도 아닌 미서부의 사막지대 한가운데에서 야자수를 배경으로 뜨거운 햇살을 받고 있다니, 참... 인생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는거다~

여기서 콜로라도 강을 따라서 약 20km 하류에 있는 파커댐(Parker Dam)에 의해서 만들어진 인공호인 하바수 호수(Lake Havasu) 위에 다리가 놓여있는데, 콜로라도 강을 가로지르는 것은 아니고 지금 보이는 인공수로 위에 만들어서 하바수시(Havasu City)와 호수 안의 섬을 연결하고 있다.

다리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도 돌들과 함께 영국에서 물론 가지고 온 것이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서는 미리 알아봐둔 런던브리지 바로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카페는 또 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는 '하와이' 풍의 마카이(Makai)라는 곳이었다. 아침에 LA에서 출발해서 런던 찍고 하와이~^^

하지만, 하와이에서 점심을 먹고 런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델들의 복장은 또 미국 그랜드캐년 하이킹 스타일이다.

다리 난간 아래로 뭔가 솟구쳐 올라서 봤더니, 최근에 새로 등장한 수상레포츠인 플라이보드(Flyboard)를 타는 사람이다. 발 아래로 물을 쏘는 노즐이 있어서 'Water Jet Shoes' 또는 상체와 두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나는 모습이 아이언맨을 닮았다고 해서 "Iron Man Shoes"라고 부르기도 한다.

등에 직접 엔진을 매야 하는 'Water Jet Pack'과는 달리, 사진에 보이는 수상오토바이(제트스키)의 엔진으로 연결된 호스를 통해서 물을 쏘기 때문에, 플라이보드를 타는 사람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있어서 360도 회전 등의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동영상은 여기를 클릭)

다리 아래로 빨간 모터보트가 지나가는데, 이처럼 레이크하바수시티(Lake Havasu City)는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로 사시사철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 및 은퇴한 사람들의 거주지로 개발되었다고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런던브리지는 5개의 아치로 구성되어서 총 길이가 280m나 되는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다리이다.

그렇다면, 이 다리가 바로 그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노래의 그 런던브리지?

시내쪽에 다리가 시작되는 곳에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골동품(World's Largest Antique)'을 여기다 옮겨온 두 사람의 동상이 서있는데, 1960년대까지 버려진 군용비행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던 이 사막의 호숫가에 도시를 만든 기업가 Robert P McCulloch와 도시를 설계한 C.V. Wood의 모습이다. 라스베가스(Las Vegas)와 피닉스(Phoenix)같은 대도시에서 모두 200km 이상 떨어진 황량하고 무더운 사막에 새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택 구매자들이나 관광객들의 주목을 끌 만한 것이 필요했는데, 마침 영국 런던에서 지반침하로 런던브리지를 철거하고 새로운 다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명이 다한 130여년된 돌다리를 1967년 당시 돈으로 250만불을 주고 '통째로' 구매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분해된 돌들은 영국 런던의 템스강 하류에서 미국 텍사스 주의 휴스턴 항구까지 화물선으로, 다시 휴스턴에서 육로로 2200km 이상을 운반해서 여기서 조립을 했는데, 운반과 재조립에 든 비용이 무려 또 700만불이라고 한다. 그런데 강물 위에서 조립을 한 것이 아니라 호숫가로 툭 튀어나온 지형의 맨땅 위에 조립을 한 다음에, 그 아래로 지금 보이는 인공수로를 파서 시내와 '인공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Wikipedia에서 가져온 위의 사진은 런던브리지가 재조립을 끝내고 개통한 이듬해인 1972년의 항공사진으로, 우리가 주차했던 주차장과 비지터센터 주변을 빼고는, 우리가 점심을 먹은 호숫가 식당건물 등은 하나도 없는 정말 황량한 모습이다. 하지만, 과감한 '돌다리 공수작전'의 성공으로 관광객들과 주택 구매자들이 증가해서, 1978년에 독립된 행정구역의 Lake Havasu City가 만들어지고, 지금은 인구가 5만명이 넘는 아리조나 주에서 15번째로 큰 도시로 자리를 잡게 되었단다.

처음 소개했던 런던의 버킹엄 궁전...이 아니라(^^) 레이크하바수시티의 비지터센터 안에 들어가면, 런던브리지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소개하는 영상과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긴 설계도 등의 여러 자료를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런던브리지가 템스강에 있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재미있는 것은 매컬럭(McCulloch)이 처음에는 자기가 250만불을 주고 지금도 영국 템스강에서 서있는 런던의 상징과도 같은 타워브리지(Tower Bridge)를 샀다고 생각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그럼, 도시 하나 더 만들면 파리의 에펠탑도 사와서 재조립...?"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랜드캐년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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