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요세미티

존뮤어트레일 4박5일 백패킹 2일차, 가넷레이크를 출발해 '천섬호수'를 지나서 도노휴 패스를 넘다!

위기주부 2016. 8. 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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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의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1구간 산행의 둘쨋날은 트레일 코스의 대부분이 해발 3천미터 이상으로, 전체 일정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보고, 가장 높은 고개를 넘고... 그래서, 가장 힘들었지만 또 보람도 있었던 하루로 기억된다.

해발 2,950m의 가넷레이크(Garnet Lake) 호숫가에 대충 자리를 잡은 우리 일행의 텐트 모습이다.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오니까 아주 상쾌하고 말짱했다. 죽을 것 같았던 전날 저녁과는 다르게 말이다...^^

아침 햇살이 아직 들지않은 호숫가에서 세수를 하는 유니투어 홍사장님... 호수 건너편 왼쪽 언덕 중간에 노란 점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하이커의 텐트인데, 전날 우리는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고개를 넘어와서 호수를 빙 돌아서 여기 텐트를 친 것이다.

산행 2일차의 전체 트레킹 코스의 지도로, 오른쪽 아래 Garnet Lake 야영지에서 아침을 해먹고 8시쯤에 출발을 해서, '천섬호수' Thousand Island Lake의 절경을 구경했다. 그 다음에 Island Pass와 Donohue Pass를 차례로 넘게 되는데, 두 고개가 모두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의 주능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이 구간은 전체 JMT에서 유일하게 산맥의 동쪽을 걷는 것이라고 한다. 지도에서 왼쪽 상단에 작은 빨간 화살표로 표시된, Donohue Pass를 넘어서 첫번쩨 물을 만나는 곳에 오후 5시반 정도에 텐트를 쳐서, 이 날은 9시간반 동안에 약 13km를 걸었다.

가넷레이크(Garnet Lake) 야영지를 출발해 호수의 북쪽 언덕을 오르고 있다. 호수 너머로 가운데 보이는 두 봉우리는 전편에서 설명한 마운트리터(Mount Ritter)와 배너피크(Banner Peak)로 호수면에서 수직으로 1km를 솟아있다. (산행 1일차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언덕을 넘어가면 트레일 왼쪽으로 작은 루비레이크(Ruby Lake)가 먼저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에머랄드레이크(Emerald Lake)가 나오는데, Garnet부터 시작해서 Ruby, Emerald로 모두 보석 이름이다.

언덕을 넘어서 호숫물이 흘러나가는 넓은 물줄기를 가로질러 만들어진, 가운데 교각까지 있는 기다란 쌍나무 다리를 건너면,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전체 340km 구간에서도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천섬호수' 싸우전드아일랜드레이크(Thousand Island Lake)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더 높은 Mount Ritter의 정상은 앞쪽의 배너피크(Banner Peak)에 가려서 보이지 않게 된다. 또 데블스포스트파일에서 JMT와 갈라져서 동쪽 주능선을 따라서 Agnew Meadows를 지나는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이 JMT와 다시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Thousnad Island라고 해놓고는 섬이 하나도 안 보이네?"

천개의 섬들을 보기 위해서는 호숫가를 지나서 고개를 올라가야 한다. 호수 저 멀리까지 사진에도 보이는 작은 바위섬들이 무수히 많아서 '천섬호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정확히 1천개가 되는지는 헤아려보지를 못했다~^^

"이야~ 저기 좀 보세요!" 하이킹스틱으로 HJ가 가리키고 있는 곳의 풍경이 궁금하면... 직접 저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최소 1박 이상을 하면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보는 수 밖에는 없다.^^

Thousand Island Lake를 지나면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의 아일랜드패스(Island Pass)를 넘게 된다. 고개를 넘다가 뒤를 돌아보니 마운트리터(Mount Ritter)의 정상이 이제는 배너피크의 오른쪽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잘 있어라, Ritter & Banner... 또 볼 수 있을까?"

아일랜드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는 길이 경사가 더 급했는데, 그 오르막을 여자 아이가 나무지팡이를 짚으며 볼이 빨개지도록 힘들게 올라오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요세미티에서 출발해서 엄마아빠와 함께 340km 전체를 종주해서 휘트니산(Mount Whitney)까지 오를거라고 한다. 하도 예쁘고 대견해서 뭐라도 한마디 해주고 싶어서 "You'll be a great person!(넌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라고 했더니만, 옆에 엄마가 대답하기를... "She's already great."란다~

고개를 다 내려가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동쪽으로 흘러서 결국은 '파리호수' 모노레이크(Mono Lake)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Rush Creek을 만나게 된다. 개울물을 만나서 점심을 해먹고 있는 모습인데, 사진 가운데 파란색으로 보이는 홍사장님의 새로 산 CamelBak 물주머니가 배낭안에서 새는 바람에, 옷과 침낭을 모두 꺼내서 말리는 중이다. 다행히 옷과 침낭도 비닐로 한 번 쌌기 때문에 많이 젖지는 않았는데, 새로 산 장비를 검증없이 JMT에 가지고 오면 이렇게 몇 일 동안 고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오래된 표지판에는 우리가 이제 넘어야 할 고개의 이름이 '도나휴패스(Donahue Pass)'로 되어있지만, 올바른 이름은 도노휴패스(Donohue Pass)이다. 그런데, 뭐 도나휴나 도노휴나... 어떻게 부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JMT 1구간에서 가장 높고 넘기 힘든 고개라는 사실은!

표지판을 지나고 잠시 동안은 이렇게 하이시에라(High Sierra)의 평탄한 초원을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돌아보고 있는 HJ의 머리 위쪽으로 솟아있는 바위산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주능선에 속하는 도노휴피크(Donohue Peak)이고, 우리가 넘어야 할 고개는 저 봉우리의 왼쪽에 있다.

1시간 정도 걷고나니, 어느새 우리가 걸어 온 길은 점점 바위투성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발 3천미터가 훨씬 넘는 희박한 공기속에서는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았지만, 저기 올라오는 분은 숨소리도 거의 내지않고 우리 옆을 총총걸음으로 사뿐히 지나갔다~

"헉~ 헉~" 약 22시간 전과 똑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틀 연속으로 이게 무슨 짓이지?

그런 우리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살찐 다람쥐' 마못(marmot)...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전편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위기주부가 쉬는 모습이 사진에 등장하면 DSLR 카메라를 들 힘이 없을만큼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배낭을 저렇게 걸쳐놓은 이유는 다시 매야할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힘을 덜 들이고 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올라온 쪽을 돌아보니 멀리 스키장의 슬로프가 보인다. 당시에는 전전날 출발한 맘모스마운틴(Mammoth Mountain) 스키장인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그 곳이 아니라 더 북쪽에 있는 쥰레이크(June Lake)의 스키장이었다. (395번 국도 로드트립에서 들렀던 쥰레이크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이 때가 7월초라서 저 스키슬로프에는 눈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 발밑에는 이렇게 하얀 눈이 아직도 가득 쌓여 있었다! 미끄럽게 얼어버린 눈 위를 걷는 것이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이렇게 눈길이 등장해서 신기한 마음에 힘들다는 생각도 별로 없이 고개를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해발 3,373m의 도노휴패스(Donohue Pass)의 정상에 도착을 했다. 오른쪽 바위에 붙여놓은 안내판은, 우리가 지금 입장료도 내지않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포함된 Yosemite Wilderness에 들어섰음을 알려주고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바람불고 추워서 고갯마루에 오래 있을 수가 없어서 빨리 내려가기로 했다. 그런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푹푹 빠지는 눈길~ 역시 처음에는 내리막이니까 재밌을거라는 생각으로 눈길을 걸었는데, 금방 힘들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옆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다. T_T 결국은 사진에 보이는 눈길의 거의 끝까지 힘들게 걸어가서야 맨땅을 밟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넘어온 도노휴패스(Donohue Pass) 쪽을 돌아보고 있는 홍사장님의 모습이다. 이 때가 오후 5시로 어두워지려면 아직 2시간 이상이 남았지만,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 위기주부와 HJ를 위해서 (HJ는 아닌가?^^), 첫번째 물이 있는 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호수라고는 부르기 어렵지만, 저 바위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넓고 잔잔하게 흐르는 이 곳이 우리의 야영지이다. 바위산들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뾰족한 봉우리가 해발 3,997m의 라이엘산(Mount Lyell)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속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바위산들 아래에는 태고적부터 녹지 않은 얼음인 라이엘빙하(Lyell Glacier)가 있는데, 이 빙하가 바로 투올럼니강(Tuolumne River)의 발원지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Bay Area) 주민들의 식수원이 시작되는 곳인 셈이다.

Lyell Creek 물줄기를 건너서 텐트를 치기로 한 이 곳의 높이는 정확히 10,500피트로 무려 해발 3,200m나 되는 곳이다! 사진은 아주 평화로워 보이지만... 기온 뚝뚝 떨어지고 바람 엄청 불고, 무엇보다도 고산병 증상으로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사진이 둘쨋날의 마지막 사진임) 텐트를 치고는 일단 30분 정도 누워서 휴식을 한 다음에, 텐트 바람막이 안쪽에서 버너로 저녁을 해서는 2인용 텐트 안에 3명이 옹기종기 앉아서 밥을 먹었다. 침낭에 들어가서는 "몇일을 더 이렇게 텐트에서 자야되다니... 그냥 내일 오후에 투올럼니메도우에 도착하면, 버스 타거나 히치를 해서라도 그냥 하산하고 그만둘까?" 이런 생각이 순간순간 들었다.





P.S. 위기주부의 존뮤어트레일 1구간 산행은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함께 했습니다. 유니투어에서는 매년 9월중에 <휘트니와 존뮤어트레킹>을 포함해 다양한 미서부 트레킹여행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관심이나 문의가 있으신 개인이나 단체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하셔 유니투어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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