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러시모어/콜로라도/와이오밍 8박9일 자동차여행의 짐을 싸면서 두꺼운 겨울파카를 챙겼었다. 하지만 여행 첫날 방문했던 록키마운틴(Rocky Mountain) 국립공원 꼭대기에서는 날씨가 좋아서 그랬는지 겨울파카까지는 필요가 없었다.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렇게 우리 가족 3명의 겨울파카는 렌트카 트렁크 속의 여행가방에서 나와보지도 못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가야할 운명이었는데...
여행을 시작했던 콜로라도 덴버(Denver)까지 약 30마일 정도를 남겨둔 아이다호스프링스(Idaho Springs)에서 70번 고속도로를 나와서, 남쪽으로 다시 산길을 14마일 정도 달리면 '메아리 호수'를 내려다보며 1926년에 만들어졌다는 통나무 호텔인 에코레이크 라지(Echo Lake Lodge)가 나온다.
여기 에코레이크의 해발고도는 10,600 ft (3,230 m)나 되는데, 고속도로에서 나온 마을이 2,294 m였으니까, 산길 14마일을 달리면서 벌써 1 km 가까운 높이를 올라온 것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라지의 1층은 이제 찾아가는 에반스 산(Mt Evans)의 기념품도 있기는 하지만, 거의 벼룩시장 수준으로 온갖 잡동사니들을 파는 곳이라서 구경하는데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우리 빨리 어두워지기 전에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덴버까지 가야돼~"
마운트에반스 시닉바이웨이(Mount Evans Scenic Byway)는 공식적으로는 70번 고속도로를 나와서부터 산정상까지 28마일(45 km) 도로를 말하지만, 요금을 받는 입구는 중간 지점인 여기 에코레이크(Echo Lake)에 있었다. 미국산림청(US Forest Service)에서 관리하는 곳으로는 드물게 입장료를 받지만, 국립공원 연간회원권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그냥 통과!
나무들이 빼곡한 숲길을 빠져 나오니, 아래쪽으로 처음에 소개한 에코레이크가 아담하게 내려다 보인다. 그리고는...
수목한계선 위로 올라와서 나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도로옆으로는 아직도 두꺼운 눈이 남아있는 구간들이 나왔다.
저 멀리 전광판에 "ROAD DAMAGE AHEAD"라고 되어있는 곳 이후로 울퉁불퉁한 구간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도로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도로는 5월말 메모리얼 연휴 전후에 오픈을 해서 9월초 노동절 연휴까지의 여름철에만 통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서밋레이크(Summit Lake)의 해발고도는 3,912 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로 여겨진다고 한다. 비포장 도로 안쪽의 주차장에 차들도 몇 대 있고 호숫가에 사람들도 좀 있었지만, 날씨도 나빠지는 것 같고 해서 조금 속도를 줄이다가는 그냥 계속해서 올라갔다. 무엇보다도 차에서 내리면 엄청 추울 것 같아서...^^
마지막 바위산 꼭대기에 다가갈 수록 길이 좀 꼬불꼬불 위험해졌다. 이 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신 분들이 계셨으니,
산양(mountain goat) 이었다! 이미 해발 4천미터가 훨씬 넘는 높이에 주변에 풀들도 전혀 없었는데... "너희들 안 춥냐? 밥은 먹고 다니냐?"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다가, 이제는 아예 구름 속으로 들어가서 갑자기 어두워진다는 느낌이 들 때 쯤해서,
왠 폐허같은 건물 옆으로 만들어진 주차장에 제법 많은 차들이 세워져있는 마운트에반스 관광도로의 끝에 도착을 했다. 이 주차장은 북미대륙에서 도로포장이 된 가장 높은 곳으로 해발고도가 14,130 ft로 무려 4,310 m 이다!
위의 화면이나 여기를 클릭하시면 산림청 매표소에서부터 정상까지의 산길을 시속 100km의 속도로 8분여만에 올라가는 전체 블랙박스 영상을 보실 수 있다. (4배속으로 편집한 것이므로 오해는 없으시기를~^^ 자동차여행에서는 항상 안전운전!) 앞부분은 숲속이라서 조금 지루할 수도 있으므로, 앞쪽 1/3 정도는 패스하셔도 된다~
마운트에반스(Mount Evans)의 정상은 주차장 옆의 이 돌무더기 꼭대기로 해발 4,350 m이고, 안내판 옆으로 보이는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고 하는데 올라갈 생각이 정말 눈꼽만치도 안 들었다. 이미 우리는 충분히 높이 올라왔으니까...
정상에서 제일 놀랐던 장면은 이 커플이 셀카를 찍는 모습이었는데, 반바지 반팔에 얇은 원피스라니! 분명 얼음 둥둥 떠다니는 북극해에서 수영하던 바이킹의 피를 이어받은 백인들일거야~ 반면에 우리는 마침내 트렁크에서 겨울파카를 꺼내서, 차 안에서부터 꽁꽁 싸맨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8박9일 여행 첫날에 록키산 국립공원의 Alpine Ridge Trail 정상 3,659 m에 올라가서, 그 이전의 유럽 융프라우요흐 전망대 3,454m 기록을 200 m 정도 갱신했었는데, 바로 여행의 막바지에 다시 650 m나 더 높은 4,310 m에 두 발로 선 아내와 지혜의 모습이다. 다음 편에서는 1930년에 이 높은 곳까지 힘들게 자동차 도로를 만든 이유를 알려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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