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직전 포스팅의 일출 사진은 새해를 기념하는데는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직 가본 적이 없으면서 집에서는 가깝고, 또 아침 등산으로 적당히 높은 산이 어디 있을까 열심히 찾아보았다.
아직 정상까지는 조금 남았는데 벌써 해가 뜨려고 해서, 적당한 능선에 자리를 잡고 DSLR 카메라를 꺼냈다. 저 멀리 남동쪽이 LA다운타운 방향이라서 스모그에 묻혀서 벌써 해가 뜬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와중에...
이렇게 예상보다 훨씬 커다랗게 아침해가 떠올라서, 완벽한 일출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다! 빨리 소원 비세요~^^
붉은 아침 햇살이 바위투성이 등산로를 비추는 이 곳은 밸리 북서쪽에 위치한 록키피크 공원(Rocky Peak Park)이다.
소방도로를 벗어나 좁은 트레일로 들어서서 '가짜 정상(false summit)'이라 불리는 첫번째 바위산을 넘어야 이렇게 진짜 록키피크의 정상이 보이는데, 마지막 꼭대기는 등산로가 매우 급경사라 바위를 거의 기어서 올라가야 했다.
록키피크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다 본 모습으로 밝게 빛나는 118번 고속도로 주변의 주택가는, 2015년의 알리소캐년 가스누출(Aliso Canyon gas leak) 사고 때문에 주민들이 몇 달간 집을 떠나서 대피생활을 했던 포터랜치(Porter Ranch) 지역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름처럼 바위로만 되어있는 록키피크 정상인증 그림자 사진하나 찍었는데, 여기가 가짜인지 진짜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정상의 바위 위에 올라가서 다음의 표식을 찾으면 된다.
이 봉우리는 구글맵에도 희한하게 이름 대신에 'LA/Ventura County Line'이라고만 표시되어 있는데, 정상에도 이 표식말고는 다른 것은 없었다. 여기서 동쪽은 LA카운티이고 서쪽은 벤츄라카운티로 경계선이 직선이 아니고 약간 꺽여있다.
그 이유는 트레일맵 중앙에 세로 일점쇄선으로 표시된 카운티 경계가 해발 2715피트(828 m)의 Rocky Peak를 기준으로 실제로도 약간 꺽여있기 때문이다. (여기를 클릭해서 가이아GPS의 트레일 기록을 보실 수 있음)
록키피크를 포함해 밸리 지역의 북쪽을 가로막고 있는 산들은 산타수사나 산맥(Santa Susana Mountains)에 속하는데, 여기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통신시설 등이 있는 민둥산 꼭대기가 이 산맥에서 가장 높은 해발 3747피트(1142 m)의 오트마운틴(Oat Mountain)이다.
내려가기 전에 바위 밑에 숨겨놓은 마운틴박스를 찾아서 열어보았다. 그런데, 철박스 문짝에 써놓은 글은 장난으로 적은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이 박스에 실례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인가?
새벽에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 넓은 소방도로 록키피크로드(Rocky Peak Rd)와 허밍버드 트레일(Hummingbird Trail)이 만나는 삼거리에는 핑크색 점박이 벤치가 놓여 있었다.
거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도로 바로 옆에 이렇게 이름없는 '동굴(cave)'이 하나 나온다.
경사진 바위를 밟고 올라가면, 이렇게 유타주에서나 볼 수 있는 바람에 깍인 동굴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사진만으로는 동굴의 크기가 잘 짐작이 되지 않으실 것 같아서...
급히 모델을 투입했다! 오래간만에 DSLR을 또 바닥에 놓고 타이머로 찍어봤다~ 그 와중에 V자...^^
구멍을 관통해서 나온 후에 아래쪽 등산로를 그 사이로 내려다보고 찍었는데, 마침 다른 하이커가 물병을 들고 지나가고 계신다. 가족과 함께 짧은 하이킹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동굴까지 왕복 1시간 정도이므로 추천을 해드린다.
이번에는 아주 옛날 학교 책상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의 벤치... 그 너머 서쪽으로는 벤츄라카운티에 속하는 주택가인 시미밸리(Simi Valley) 지역이 내려다 보였다.
시미밸리라고 하면 이 사진에서 가운데 멀리 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로널드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 기념관이 제일 유명하다. 아래의 두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예전에 가족이 함께 방문했던 이야기를 보실 수 있다.
레이건 기념관 1 - 영화배우와 주지사를 거쳐 미국의 40대 대통령, 그리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레이건 기념관 2 - 현재의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역대 대통령인 로널드레이건(Ronald Reagan)
해뜨기 한시간 전에 깜깜할 때 출발했던 트레일의 입구가 보이는데, 이 곳은 바로 이렇게 고개를 넘어가는 고속도로 옆이다.
이로써 록키피크파크의 록키피크를 록키피크트레일 왕복 3시간 정도만에 잘 다녀왔다. 록록록...^^ 약간 의외였던 것은 여기는 분명 산타수사나(Santa Susana)라는 다른 산맥인데도 산타모니카(Santa Monica)쪽에서 같이 관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 수산나와 모니카가 가족인가?
고가도로를 걸어 건너편도 잠시 둘러보았는데, 바위산들과 함께 주립공원이 있어서 아마도 조만간에 따로 또 소개를 하게되지 싶다. LA 샌퍼난도밸리 북쪽을 동서로 지나서 벤츄라 시미밸리까지 이어주는 이 118번 고속도로는 로널드레이건 프리웨이(Ronald Reagan Fwy)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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