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펜실베니아(Pennsylvania) 주의 밸리포지(Valley Forge) 국립역사공원과 아미시빌리지(Amish Village)

위기주부 2022. 4. 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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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에 미동부 아이비리그 대학투어 여행을 하면서 펜실베니아 주는 필라델피아만 구경을 했었는데, 동부로 이사온 후로 봄방학 여행 때 처음 다른 몇 곳을 둘러봤다. 펜실베니아는 영국 퀘이커 교도였던 윌리엄 펜(William Penn)의 '신성한 실험'으로 1681년에 건설된 식민지로, 당시 유럽에서 박해받던 모든 신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지상낙원을 만들고자 했단다. 그래서 특히 종교개혁의 중심지였던 독일로부터의 이민이 많았는데, 봄방학 여행에서 둘쨋날 숙박을 한 도시가 '프로이센의 왕'이라는 뜻인 킹오브프러시아(King of Prussia)라는 독특한 이름인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이 곳에 있는 밸리포지 국립역사공원(Valley Forge National Historical Park)의 비지터센터를 아침 일찍 찾았는데, 3월 중순에 밤사이 내린 눈으로 하얀 설경을 보여주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참고로 필라델피아의 위성도시인 킹오브프러시아에는 매장면적 기준으로 미국에서 3번째로 큰 쇼핑몰이라는 King of Prussia Mall이 있는데, 사모님께서 나중에 알고는 안 데리고 갔다고 가이드를 나무라셨다~ (4위는 LA지역에 있는 South Coast Plaza로 옛날에 가봤고, 1위는 미네소타 주라서 가망이 없지만, 2위는 뉴저지 주라서 앞으로 모시고 갈 수 있음^^)

거의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서 다른 손님도 없고 모든 것이 반짝반짝했는데, 이 비지터센터와 박물관은 우리가 방문하기 바로 전달에 워싱턴의 생일이었던 2월 21일에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로 문을 열어서 그렇다.

그 생일의 주인공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이렇게 '백마를 탄 왕자님'처럼 위풍당당하게 전시장 입구에 서있지만... 실상은 미국이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선언을 한 다음해인 1777년 12월 19일에 영국군에게 그 필라델피아를 내어주고 자신이 이끄는 패퇴한 대륙군(Continental Army) 약 12,000명을 이끌고 쫒겨온 곳이 여기 밸리포지(Valley Forge)이다.

패잔병과 함께 불을 쬐면서 돌을 데워서 굽는 빵이 익기를 기다리는 모녀인데, 벽화와 같이 실제로도 밖에 얇게 눈이 덮힌 상태라서 현실감 백배였다~ 당시 필라델피아를 점령한 영국군이 워싱턴을 여기까지 추격하지 않은 이유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는데, 만약에 그 때 영국군이 계속 여기까지 진격해서 대륙군을 완전히 섬멸하거나 워싱턴을 죽이기라도 했다면 전세계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추운 겨울 동안에 군대를 주둔(encampment)하기 위해서 나무들을 잘라서 임시 통나무집을 만드는 것을 우리가 도와주고 있다. "이런 조립해서 만드는 일은 내가 잘하지~"

왼쪽 투명상자에 들어있는 샘플과 똑같이 위기주부가 순식간에 한 채 만든 것이 앞쪽에 보이고, 지혜가 만들다가 포기한 통나무집은 아내가 이어받아서 계속 만들고 있다. 약 1,500채의 통나무집을 만들어서 그나마 추위는 피했지만, 식량부족에 전염병까지 돌아서 1778년 봄까지 약 2,000명이 캠프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가운데 벽에 독립전쟁 당시에 사용되었던 무기들을 전시해놓은 것을 지혜가 보고 있는데, 총기류 보다도 칼들이 더 많았고 제일 아래에는 아주 기다란 창도 보인다. 총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때는 서로 코 앞에서 한 발씩 쏘고는 그냥 달려가서 베고 찌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큰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고, 단순히 워싱턴이 총사령관이었던 퇴각한 대륙군이 통나무집만 많이 지어서 겨울 동안 피신했던 장소라면 왜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되었을까? 이 뒤쪽으로 그에 대한 전시가 있었지만, 소개영화를 볼 시간이 다 되어서 기념품 가게를 지나서 비지터센터 위쪽으로 나갔다.

비지터센터와 붙어있는 극장은 아직 재단장이 끝나지 않아서, 여기 별도의 건물에서 대형 TV로 봤는데, 이전 여행기에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역사공원에서는 소개영화를 꼭 봐야된다. 얼떨결에 독립을 한 미국은 대륙군을 소집해서 워싱턴을 총사령관에 앉혔지만, 대부분이 전투경험이 없는 의용군이라서 당시 세계최강 영국군에 상대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기 밸리포지에 주둔하는 동안에 군사고문으로 와있던 프러시아의 전직장교 Von Steuben이 체계적으로 전투하는 방법과 규율을 가르쳤는데, 이 기간의 훈련으로 오합지졸이던 대륙군이 진정한 군대로 거듭났기 때문에 이 곳을 '미군의 탄생지(Birthplace of the American Army)'라 부르며 기념하는 것이다.

진짜 잘 만들었던 소개영화를 보고나서는 차를 몰고 이 곳의 여러 유적지들을 한바퀴 둘러보면 된다. 첫번째로 조금 전에 우리가 만들었던 것과 같은 통나무집들을 재현해놓은 곳을 차로 지나쳤는데, 저기 걸어서 구경하시는 분들은 타주에서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온 미국인들이었다.

첫번째로 차를 세우고 이 역사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인 내셔널메모리얼아치(National Memorial Arch)를 보러 눈 내린 잔디밭을 걸어가는 중이다. "야~ 파리 개선문이다!"

여기서 겨울을 보내며 단련된 미군이 다음 해 이 밸리를 떠나서 영국군을 추격하기 시작한 6월 19일에 맞춰서,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1917년에 워싱턴과 병사들을 위해서 헌정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정면 모양은 비슷하지만 높이는 약 18미터로 파리 개선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조지 워싱턴이 프리메이슨(Freemason)의 회원이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래서 이 아치가 1990년대에 전면적인 보수를 할 때 그 자금을 지원한 곳이 펜실베니아 주의 프리메이슨 조직이었다고 한다.

눈 내린 들판 위의 앙상한 나뭇가지... 불과 한 달 전에 펜실베니아는 이런 모습이었는데, 4월 중순인 지금은 들판의 잔디와 나무의 나뭇잎들이 여기 버지니아처럼 모두 무서운 속도로 파래지고 있겠지?

도로 옆으로 멋진 청동 기마상이 나와서 또 워싱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차를 세우고 자세히 보니 General Wayne Statue라 되어있다. 동상의 주인은 펜실베니아 출신의 Anthony Wayne으로 당시 워싱턴의 부관들 중의 한 명으로 지역연고를 이용해서 신병모집과 보급을 담당했단다.

조금 더 운전하니까 왼편으로 지붕이 있는 다리가 보이길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올랐다~ 동부의 옛날 나무다리는 사계절의 변화무쌍한 날씨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지붕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으로, 아이오와(Iowa) 주의 매디슨 카운티에 있는 그 다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리를 지나가지 않고 계속해서 공원 순환도로를 조금 더 달려서,

강가를 따라 기찻길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웠다. 미군이 이 곳에 주둔하는 동안 워싱턴이 숙박했던 집인 Washington's Headquarters를 찾아왔는데, 가운데 보이는 것은 기차역이고 그 왼편으로 나무에 가려진 본부가 살짝 보인다.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봐야 어차피 건물내부는 못 들어간다고 해서, 그냥 여기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출발~

마지막으로 차를 세운 곳은 Washington Memorial Chapel로 1921년에 만들어진 기념예배당이다. 가운데 본관은 문을 닫아서 들어가 볼 수 없었고, 오른쪽에 높이 서있는 종탑의 내부만 잠깐 둘러보았다.

1953년에 추가로 건설된 이 종탑의 이름은 National Patriots Bell Tower로 성조기를 이용한 천정의 장식 등 내부 전체가 애국적인 분위기가 팍팍 풍기는데, 특히 예배당과 함께 스테인드글래스 장식이 유명하다는데,

스테인드글래스 그림이 이렇게 워싱턴의 일생이나 독립전쟁 등을 묘사하고 있다. 이것으로 미국 독립군이 패퇴해서 주둔했던 장소를 미군의 탄생지로 기념하는 밸리포지 국립역사공원 구경은 마치고, 서쪽으로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인터코스(Intercourse)라는 좀 거시기한 이름의 마을을 찾아갔는데, 그 곳은 아래의 옛날 명작 영화가 촬영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위기주부에게는 영원한 인디애나존스이자 한솔로인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1985년 영화 <위트니스>는 이제 간단히 소개할 아미시(Amish) 사람들의 존재를 전세계에 가장 널리 알린 작품이다. 그 해 아카데미에서 주요 8개 부문 후보에 올라서 각본상과 편집상 2개를 수상해 작품성도 인정받아 옛날 KBS '주말의 명화'의 단골 방영작이었다.

제일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초기 펜실베니아 주로 독일계 이민자가 많았는데, 그 중에는 네덜란드에서 시작되어 성서적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메노나이트(Mennonite) 교인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새로운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미쉬 공동체로 아직도 전기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터코스 마을에서부터 '마차주의' 표지판이 도로에 등장해서 설마했더니, 이렇게 차도 옆으로 까만 마차(buggy)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이 지역에서 주로 농업을 생계로 조용히 살아가기 때문에, 관광지라 부르기는 좀 그렇고 투어를 통해서만 그들의 생활상을 볼 수가 있단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가장 널리 알려진 투어가 진행되는 곳인 아미시빌리지(Amish Village)라고 씌여진 곳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옛날 모뉴먼트밸리 여행을 갔을 때도 나바호 부족의 생활상을 보는 투어를 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내와 나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있는 모습을 유료투어로 구경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그냥 투어는 생략하고 아미시 사람들이 전통방법으로 만들었다는 살구잼만 기념으로 하나 사서 아미시빌리지를 나왔다. 그리고는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랭카스터(Lancaster)로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곳의 코스트코에는 이렇게 아미시 마차를 세워둘 수 있는 별도의 주차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다시 30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여를 더 달려서, 2박3일 봄방학 자동차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이자 가장 중요한 목적지를 이제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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