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서쪽이라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 없는 미서부에서, 일출사진으로 유명한 명소를 꼽으라면 대부분 그랜드캐년이나 브라이스캐년을 먼저 떠올리실 것 같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나름 미국서부를 좀 헤집고 다녀봤고 그 관광지에 대한 예습복습(?)도 쓸데없이 열심히 했던 위기주부의 의견으로는, 이제 소개하는 장소가 미서부의 수 많은 여행지들 중에서 일출사진을 찍는 장소로 가장 유명한 곳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작년 10월의 대륙횡단 이사로 그 정든 "미서부를 떠나며" 유타 주에서 마지막으로 캐년랜드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에게 작별을 고하러 왔다. 옛날 2009년에는 30일 캠핑여행을 하며 6월 파더스데이(Father's Day) 주말에 방문을 했었는데, 지금 2022년에는 이 포스팅을 쓰는 날이 같은 주말이다. (여기를 클릭해서 2009년 여행기를 보시면 공원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보실 수 있음)
비지터센터에 잠깐 들러서 브로셔만 챙기고, 바로 찾아온 곳은 안내판의 사진과 같은 일출을 보러 올까말까 전날 밤에 고민했었던 메사아치(Mesa Arch)를 찾아가는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손으로 아치 모양을 만들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뾰로통한 이유는 "오전에 맞은편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크고 대단한 돌다리들을 그렇게 많이 봐놓고, 뭐하러 여기 또..."
반년이나 시간이 흘러서 잘 기억나지 않지만, 바닥의 선인장과 주변 풍경을 구경하며 다시 즐겁게 걸어갔던 모양이다.
천천히 10분 정도 걸으니까 저기 캐년의 절벽끝에 매달려 있는 돌다리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곳이 일출사진을 찍는 곳으로 인기가 있는데는 이렇게 도로에서 가깝다는 것도 한 몫을 하는데, 전문 사진사들이 커다란 삼각대와 렌즈를 챙겨서 험한 트레일을 오래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메사(mesa)'라는 이름의 뜻처럼 아치의 위쪽이 평평하기 때문에 돌다리 위로 올라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딱 생겼다. 위기주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서, 아치에 올라가는 것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을 국립공원청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 보인다.
엎드려 내려다 보시는 분 아래로는 수백미터의 절벽으로, 이 메사아치(Mesa Arch)가 특별한 이유는 돌다리의 아래쪽으로 캐년랜즈(Canyonlands) 광활한 황무지의 협곡과 돌탑들이 액자 속 그림처럼 담긴다는 것이다. 오전에 다른 커다란 아치들을 많이 봤다고 했던 사모님도 이 풍경을 보시더니 와보기를 잘 했다고 가이드를 칭찬해주셨다~^^
특히 이 방향이 동쪽이라서, 아침에 해가 뜰 때는 지금은 어둡게 보이는 아치의 아랫면이 먼저 햇살을 받아서 붉게 빛나는 특별함이 있어서 미서부 출사여행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앞서 링크한 2009년 여행기를 클릭하신 분이라면 보셨겠지만, 여기서 그런 일출사진을 찍는 유행의 시작은 미국 풍경사진가 Rodney Lough Jr.의 작품 <Desire>에서 비롯된 것이 확실하다.
왼편으로 조금 비켜서 바라보면, 안쪽으로 파인 절벽을 건너가는 지름길처럼 돌다리가 놓여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치 앞에 사람들이 조금 사라진 틈을 타서 커플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아침부터 계속 흐린 하늘 아래로 멀리 10월말의 눈 덮힌 라살 산맥(La Sal Mountains)이 붉은 황무지 너머에 보인다.
오른편으로 가보면 이 메사아치는 절벽과는 분리가 되어 있어서, 세월이 더 흐르면... 물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안 그랬으면 좋겠지만, 결국은 절벽 아래로 무너져내릴 것이 확실해 보였다.
아내가 바위에 안전하게 기대어서 아래쪽을 내려다 본 후에 루프트레일을 돌아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캐년랜드 국립공원의 여기 '하늘의 섬(Island in the Sky)' 지역의 남쪽 끝까지는 2009년에 가봤었기 때문에, 그냥 바로 공원 출구쪽으로 차를 몰았다.
공원을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The Neck이라는 곳에 잠시 차를 세웠는데, 미서부에서 보통 양쪽이 모두 절벽이라서 땅이 좁아지는 곳을 '목(neck)'이라고 부른다. 이 곳에서 동쪽 아래로 내려다 보면...
여기 하늘의 섬에서 수직으로 약 400 m 아래에 있는 화이트림(White Rim)까지 차를 몰고 내려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인 샤퍼트레일(Shafer Trail)이 살짝 보인다.
마침 까만 차 한 대가 저 절벽을 깍아서 만든 길을 천천히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일반 2WD 차량도 못 가게는 하지 않지만, 안전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려면 AWD나 4WD 차량이라야 한단다.
그 절벽을 따라 내려간 비포장 도로가 저 아래 화이트림 평지에 도착해서 계속 이어지는 길이 커플셀카 속 위기주부의 머리 왼쪽으로 또렷이 보인다.
"다음에 캐년랜드 국립공원에 다시 오면, 꼭 이 길로 차를 몰고 내려가도록 합시다!" 비단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금의환향"이라는 사자성어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오프로드 왕발이 짚차를 몰고 마음의 고향인 미서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꿈꿔본다.^^
마침내 유타의 '마이티파이브(Mighty 5)' 국립공원들과 모두 작별인사를 마쳤고, 이제 동쪽의 콜로라도 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다. 여기서 콜로라도로 가는 길은 3갈래가 있는데, 북쪽으로 올라가서 70번 고속도로로 아내가 가보고 싶어했던 글렌우드스프링스(Glenwood Springs) 온천을 들리는 것은 꼭 가봐야 하는 남쪽의 목적지까지 너무 돌아가는 것이라 탈락했고, 저 멀리 눈 덮힌 라살(La Sal)을 넘는 꼬불한 산길을 달려 바로 텔루라이드(Telluride)로 가고 싶었지만 길이 미끄러울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더 남쪽으로 달려서 몬티첼로(Monticello)에서 숙박한 후에 바로 콜로라도 남부에 있는 듀랑고(Durango)를 향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191번 국도 옆으로도 홀앤더락(Hole 'N' The Rock)과 위 사진의 윌슨아치(Wilson Arch), 그리고 캐년랜드 국립공원의 니들스(Needles) 구역으로 들어가는 도로 등이 나를 불렀지만, 속으로 아래와 같은 사자성어를 외치면서 숙소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운전을 했다. "아윌비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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