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애서티그아일랜드

바닷가에서 야생마를 볼 수 있어서 유명한, 델마바 반도의 애서티그 섬(Assateague Island) 국립해안

위기주부 2023. 4.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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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과 접한 미국 동해안은 평행사도(平行砂島, barrier island) 또는 보초도(堡礁島)라 불리는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섬들이 특히 많은데, 남쪽 걸프만까지 포함해서 약 300개나 있고 총 연장은 대략 2,600 km 정도란다. 작년 가을에 다녀왔던 노스캐롤라이나 아우터뱅크스(Outer Banks, OBX)가 넷플릭스 드라마의 제목과 배경이 되면서 가장 유명한데, 이번 봄방학 여행에서 방문한 델마바 반도(Delmarva Peninsula)에도 전체가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기다란 섬이 있다.

애서티그아일랜드 내셔널시쇼어(Assateague Island National Seashore)는 1965년에 길이 37마일(60 km)의 좁고 기다란 섬 전체가 국립해안으로 지정이 되었다. Assateague는 이쪽 바닷가에 살던 부족을 부르는 인디언 말로 "swifly moving water"라는 뜻이라고 한다.

전체 공원지도를 보여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우리가 방문한 메릴랜드(Maryland) 주에 속하는 섬의 북쪽 지역의 확대지도이다. 육지에서 Verrazano Bridge를 건너기 직전에 있는 비지터센터는 모르고 지나쳐서, 나중에 섬을 나가면서 다시 들러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주립공원은 그냥 건너뛰고, 국립해안 매표소에서 연간회원권을 보여주고 통과한 후에 바로 옆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어디로 가야 야생마(wild horse)를 볼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 왈... "공원내 모든 도로를 천천히 다 돌아보세요~ 그래도 못 보면 다시 처음부터 또 돌아보세요." 아주 명쾌한 답변을 듣고 차에 오른 우리집 3명은 오래간만에 '동물찾기 게임'을 하기로 했다. 야생마를 한 마리 먼저 찾을 때마다 1점씩 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1등에게 나머지 두 명이 $100씩 주는 것인데, 지혜는 자기가 뒷자리에 앉아서 불리하다고...^^

첫 득점은 운전하는 위기주부가 올렸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Bayside Dr 도로옆에서 풀을 뜯고 있는 야생마를 아내가 조수석 창문 밖으로 찍었는데 흰색과 갈색의 얼룩 무늬가 참 이쁘다.

그 도로의 끝에 만들어진 육지쪽을 바라보는 넓은 주차장에서 다른 한 마리가 또 있었다. 이 섬의 야생마는 신대륙으로 건너오다 난파한 배에서 헤엄쳐 살아남은 말들의 후손이라는 전설이 있지만 그건 아니고, 초기 식민지 시대에 육지의 목장주가 영국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 섬에 싣고 와 방목해서 키웠던 말들이 번식한 것이라고 한다.

"거기 말님, 사진 좀 같이 찍게 여기 보세요~" 아내가 뜬금없이 마스크를 한 이유는 바닷바람이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그 다음 Old Ferry Landing으로 들어가는 도로에서는 야생마를 찾지 못했고, 다시 나와서 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왔다. 여기서 저 너머로는 Over Sand Vehicle Zone이라고 오프로드 자동차를 몰고 계속 남쪽으로 모래사장을 달릴 수는 있지만, 반드시 유료 퍼밋을 미리 받아야 한다고 되어있다.

도로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펜스 너머로 좀 멀기는 하지만 풀을 뜯고 있는 두 마리를 또 발견했다. 모래가 덮인 이 섬이 풀들이 잘 자라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에, 여기 터전을 잡은 야생마들은 잘 먹지는 못해서 체구가 작은 편이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보드워크를 따라서 바닷가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안내판에 야생마를 구경할 때 주의사항 등이 적혀 있는데, 맨 위의 사진을 보니 여기는 음식을 그냥 방치해두면 곰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말들이 와서 먹는 모양이다.

사실 우리집에서 조금만 차를 달려도 말을 키우는 목장이나, 심지어 '앞마당 잔디밭(?)'에서 커다란 말을 키우는 집들도 볼 수는 있지만, 왠지 야생이라고 하니까 말들도 참 신기한 동물로 느껴졌다.

대서양이 보이는 백사장까지 바람을 뚫고 걸어왔지만, 물과 모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안 보인다... 바닷가에서 야생마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내심 아래에 공원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들과 같은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말이다...

이 사진들을 찾으며 뒤늦게 공원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니까, 야생마들이 주로 거주하는 숲이나 늪지대에 벌레가 많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말들이 귀찮은 모기와 파리를 피해 바닷가쪽으로 많이 나와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이 곳도 가능하면 그런 여름에 다시 한 번 와보는 걸로~^^

그래도 걸어온 김에 부녀 사진 한 장은 찍었는데, 표정과 자세를 보면 당시 얼마나 추웠는지 느껴진다. 또 바람에 가는 모래가 날리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동부로 이사오기 전 마지막 여행의 방문지였고, 대륙횡단 이사 계획을 알려드리기 직전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소개했던 이 캘리포니아 바닷가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짧은 애서티그섬 국립해안 방문을 마치고 다시 육지로 건너와, 게임 우승자께서 당당히 앞장서서 비지터센터를 구경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아직 $100 안 줬지롱~ 그냥 떼먹어야지..."

최근에는 '국립'이라고 해봐야 맨날 워싱턴 내셔널몰의 기념물이나 동네 공원들만 구경하다가, 이렇게 색다른 대자연을 소개하는 국립 공원과 커다란 비지터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참 오래간만이었다.

남북으로 기다란 애서티그 섬(Assateague Island)의 지도에서 지금 우리가 있는 북쪽을 아내가 가리키고 있는데, 사진에서 가까이 보이는 남쪽의 1/3에 해당하는 육지와 섬들은 모두 버지니아(Virginia) 주에 속한다.

많은 야생동물의 박제와 설명, 또 수조에는 살아있는 물고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역시 이 국립해안 공원을 대표하는 것은 야생마들인데, 우리가 봤던 말들과 똑같은 색깔로 만든 인형도 판매하고 있어서 지혜가 들고 포즈를 취했다.

 

마지막으로 여기서 새로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면, 앞서 모녀가 보던 전체지도의 제일 아래쪽에 'Wallops Flight Facility (NASA)'라고 적힌 곳이 보인다. 거기는 플로리다 우주센터가 생기기 훨씬 전인 1945년에 미국 최초로 만들어진 로켓 발사장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다녀간 바로 다음날 오후에 나사(NASA)의 월롭스 비행시설 발사대에서, 미국의 민간 항공우주 기업인 로켓랩(Rocket Lab)의 높이 17미터인 '일렉트론(Electron)'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이란다. 예전에 LA에 살때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스페이스X 로켓 발사를 보러갈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로켓랩이 앞으로 집에서 3시간 거리인 이 버지니아 발사장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하므로, 언제 진짜 우주로켓 발사를 한 번 구경하러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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