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미국의 카우보이라 하면 붉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야 또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목장을 떠올리시겠지만, 미동부 버지니아 외딴 섬마을에는 솔트워터 카우보이(Saltwater Cowboys), 즉 직역하자면 '짠물목동'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카우보이들이 말을 타고 활동하는 무대가 바닷가의 숲과 습지이기 때문이고, 그들이 연례행사로 모는 것은 소가 아니라 거기서 자라는 야생마들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마지막에 다시 하기로 하고, 1년반만에 홀로 다시 방문한 국립해안 공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섬마을 신코티그(Chincoteague)를 지나 애서티그(Assateague)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중간에 만들어져 있는 간판이다. 특이한 이름들은 원주민 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자는 "beautiful land across the water" 그리고 후자는 "swiftly moving water"라는 뜻을 각각 가지고 있단다.
길이가 60 km나 되는 좁고 기다란 Assateague Island 전체가 국립해안(National Seashore)으로 보호되는데, 북쪽을 작년 봄에 방문했던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해 보실 수 있다. 지도의 아래쪽을 확대해 보면 시리즈 전편에 소개했던 NASA Visitor Center가 육지에 있고, 175번 도로로 바다를 건너면 마을이 만들어져 있는 별도의 섬인 Chincoteague Island를 통과해서 애서티그 국립해안으로 연결되는게 보인다.
별도의 야생보호구역 비지터센터도 만들어져 있는 숲이 먼저 나오고, 천천히 달려서 거기를 통과하고 나면 바닷가의 모래들이 날려와 도로변에 쌓여있는 탁트인 습지를 지나 국립공원청 안내소가 나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멋진 간판의 톰스코브 비지터센터(Toms Cove Visitor Center)에는 전시관 및 책방에다가 수족관(Aquariums)도 있다는데! 과연...?
대신에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 그리고 화장실은 없단다~^^ 자연보호를 위해 여기 바닷가까지는 상하수도를 만들지 않아서, 도로변에 별도로 간이 푸세식 화장실만 만들어져 있으므로, 혹시 민감하신 분들은 미리 참고하시기 바란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는 그냥 평범했지만, 그래도 국립 공원이라고 방문객들은 좀 있었다. 비지터센터는 북쪽 육지에 만들어진 곳이 훨씬 크고 볼게 많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여기는 수족관이 있다고 했으니 찾아 봤는데...
이 바닷물 어항이 '수족관'의 전부였다! 그래도 무려 12종의 해양 동식물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고...ㅎㅎ
그리고 전세계 여러 곳의 바닷가 모래들을 이렇게 보여주는 것이 나머지의 대부분이었다. 역시 이 전시도 여기보다 훨씬 더 많은 전세계의 모래들을 모아놓고 보여줬던 옛날에 방문했던 다른 비지터센터를 떠올리게 했는데, 산호색 모래 언덕의 그 곳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해 보실 수 있다.
지나온 숲쪽을 보는 방향으로 등대에 관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바닷가가 아니라 숲속에 등대가 있는 이유는 여기 등대가 처음 만들어진 1833년경에는 해안선이 저 멀리 숲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왼편 아래에 보인다. 등대는 나가는 길에 직접 가보기로 하고, 여기까지 왔으니 모처럼 겨울바다에서 고독을 좀 씹어보기로 했다.
텅텅 비었고 줄도 없지만 두 대 모두 장애인 구역을 피해서 주차를 했는데, 까만 차는 대신에 통로를 막은 듯 하다.^^ 그래서 살짝 모래 언덕을 넘어서 바닷가로 나가야 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남쪽으로 길게 뻗은 모래톱을 따라서 아주 넓은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는데, 한여름에는 물놀이를 온 차들로 가득한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여름철에는 첫번째 사진의 간판 지나서 나오는 게이트에서 국립 공원 입장료로 차 한 대당 10불을 내야함)
반대편 북쪽으로 바라보며 그림자 셀카 한 장을 찍었다. 이 방향으로 모래를 밟으며 40 km만 걸어가면 주경계를 지나서 지난 봄에 방문했던 곳이 나온다. 즉 애서티그 섬의 남쪽 1/3은 버지니아, 북쪽 2/3은 메릴랜드에 속하는 것이다.
단단한 모래사장 위에는 게껍질같은 물체가 많이 보였는데, 약간 둥근 모양을 보니 그냥 게(crab)가 아닌 투구게(horseshoe crab)인 것 같기도 했다. "고독은 충분히 씹었으니, 이제 야생마와 등대를 보러 가자~"
야생마를 보려면 Woodland Trail을 하라고 레인저가 알려줬지만, 동물찾기 놀이를 같이 할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Beach Rd를 달리다가 건너편으로 말이 보여서 잠깐 세우고 사진 한두장 찍었다.
Lighthouse Trail 주차장에는 밴을 개조한 아담한 캠핑카 한 대만 주차되어 있었는데, 트레일 입구에서 마주친 중년 여성이 혼자 몰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도 큰 것 필요없고, 딱 저 정도 사이즈면 둘이 집 놔두고 놀러 다니기에는 충분할 듯 한데...
등대와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약간의 오르막 숲길을 지나서 얕은 언덕 위로 올라가면,
나무들 너머로 우뚝 솟아있는 빨간색과 흰색을 교대로 칠한 등대가 짠하고 나타난다. 지금까지 많은 등대들을 찾아 다니며 깨달은 사실은... 바닷가 지형이 솟아 있으면 등대의 키가 작고, 평평하면 등대가 높다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당연한 사실을 대단한 발견인 척 ㅋㅋ)
1867년에 새로 만들어진 현재의 애서티그 등대(Assateague Light)는 높이가 142피트(43 m)나 되며, 2013년에 150만불을 들여서 최신의 광원과 렌즈 등으로 교체하고 보수하는 작업을 거쳐서, 지금도 매일 밤 불을 밝히는데 22마일(35 km) 거리에서도 빛이 보인단다.
등대지기는 해안경비대(Coast Gurad) 소속으로 저쪽에 잘 지은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여름철 토요일 낮에만 등대 내부가 일반에게 개방되어 꼭대기에 올라가볼 수 있단다.
우드랜드 트레일 쪽으로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야생마들은 눈에 띄지 않아서 들여다 보지는 않았다. 서두에 언급했던 '짠물목동'들 이야기로 여행기를 마무리하자면, 칭코티그 섬의 카우보이들은 매년 여름에 아사티그 섬의 야생마들을 몰아서, 공원 지도에 포니스윔(Pony Swim)이라 표시된 점선을 따라 바다를 건너서 자신들의 마을에 만든 우리로 몰아 넣는 행사를 한다.
행사 주간 동안 퍼래이드와 많은 축제도 함께 열리고, 야생마들이 이렇게 우르르 헤엄쳐 오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 관광객들 많이 온다고 하는데, 야생마들 중의 몇 마리를 골라서 길들이거나 경매를 열어서 타지역으로 판매가 되기도 한단다. 이 과정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두 어린이 주인공과 '미스티'라는 말의 이야기를 담은 아동소설인 <Misty of Chincoteague>라는 책이 1947년에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다.
권위있는 뉴베리 아동문학상 수상에 후속 시리즈도 여러 권 나왔으며 영화로도 제작되어서, 한국에서도 아동용 영어원서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책인 듯 하다. 미국 처음 왔을 때 딸을 위해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매주 수십권씩 빌려와 BookAdventure라는 책읽기 프로그램을 한 적이 떠오르는데, 이 작품은 그림책으로는 나오지 않아서 못 본 모양이다. 참, 2025년 버지니아 친코티그 섬의 포니스윔 행사는 7월 30일로 정해졌고, 마침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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