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유명했던 펜실베니아 주 철강업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호프웰퍼니스(Hopewell Furnace) 국립사적지

위기주부 2025. 1. 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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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보스턴에서 대학교를 다니던 2021년, 여름 방학이 끝나서 다시 기숙사에 들어가는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LA에서 날라가, 근교를 하루 여행하며 랍스터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17세기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북미대륙 최초의 제철소 유적지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작년말 펜실베이니아 주를 중심으로 돌아본 '4차 듣보잡 여행'에서는 그로부터 1백여년이 지난 18세기 후반의 미국독립 시기에 형성된 소규모 '철강농장(Iron Plantation)'이 국가유적으로 보존된 곳을 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주도 해리스버그(Harrisburg)에서 최대도시 필라델피아(Philadelphia)로 향하는 76번 고속도로를 절반 넘게 달리다 빠져서, 주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속을 제법 운전해야 나오는 이 곳은 호프웰퍼니스 국립사적지(Hopewell Furnace National Historic Site)이다.

비지터센터에 붙어있는 돌화살촉 모양의 커다란 국립공원청 로고... 언젠가는 저걸 하나 뜯어서 집으로 가져오거나, 직접 나무를 깍아 만드는 날이 올지도? ㅎㅎ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손님이라고는 없는 실내에서 화기애애한 담소를 나누던 파크레인저와 자원봉사자들... 직원이 쓰고 있는 로고가 박힌 털모자도 마음에 든다~^^ 연세 많은 자원봉사자에게 안내영화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위기주부 혼자만을 위해 영상을 틀어주셨다.

호프웰퍼니스(Hopewell Furnace)는 1771년경 '철광석 장인(Ironmaster)'이었던 Mark Bird에 의해 설립되어, 1883년까지 철강을 생산했던 마을인데, 18세기말에 연간 생산량이 700톤으로 펜실베니아의 14개 제철공장들 중에 두번째로 큰 규모였단다.

제철소를 짓고 그 주변에 직원들이 거주하는 마을과 아이들의 학교까지 들어선 형태로 이러한 산업단지를 Iron Plantation이라 불렀는데, 철강 생산이 중단된 후 완전히 버려진 곳을 연방정부가 사들여서, 1938년에 미국의 두번째 국립사적지(National Historic Site)로 지정해 대대적인 복원과정을 거쳤다. (공교롭게 첫번째 NHS는 서두에 언급한 보스턴 부근 제철소를 방문한 날의 오전에 먼저 들렀던 곳임^^)

언덕을 내려가는 트레일을 따라 차례대로 둘러보면, 여기는 재료들 중의 하나인 숯을 가져와 보관하는 곳으로 용광로 시설과는 지붕이 있는 통로로 연결이 되어 있다. 야외에도 각 위치마다 설명판이 있었지만, 먼지를 뒤집어 써서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비지터센터 전시실에서 찍었던 아래 사진을 먼저 보여드리며 기본 설명을 드린다.

그림처럼 돌로 3~4층 높이의 고로(高爐, Shaft Furnace)를 만들고 위쪽에서 철광석(iron ore), 석회(limestone), 숯(charcoal)을 계속 넣어서 불로 녹인 후에, 아래쪽에서 일정 시간마다 플러그(plug)를 열어서 쇳물을 받는 형태이다. 현대적인 제철소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인데, 불이 꺼져서 고로가 식어서 내부가 그대로 굳어지면 못 쓰게 되므로, 당시에는 작업자들이 교대로 밤이나 낮이나 재료를 끝없이 계속 넣어야 했다.

가운데 조명으로 밝혀진 곳이 고로의 제일 위쪽으로 재료를 부어 넣던 구멍은 쇠판으로 막아 놓았다. 재료와 함께 고로의 안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 불을 유지하기 위한 산소인데,

건물 옆에 만들어진 커다란 물레방아를 이용해서 공기를 압축하고 파이프로 고로에 산소를 공급하는 구조이다. 이제 다시 밖으로 나가서 트레일을 따라 건물의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자~

그 전에 공장 옆의 사무실 건물에 잠깐 들어와 봤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돈이 아니라 이 마을에서만 쓸 수 있는 '크레딧'으로 대부분의 임금을 받았는데, 여기 사무실 겸 상점에서 그 크레딧으로 생필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탄광촌 등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졌다.

고로 건물의 아랫층으로 흙바닥으로 흘러나오는 쇳물을 막대기 모양 홈을 따라 흐르게 해서 판매용 선철(pig iron)을 만든 모습이 보인다.

물레방아도 아래쪽에서 보면 나무로 만든 원기둥 형태의 압축기와 고로까지 연결된 공기 파이프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을 나와서 개울을 건너면 직원들이 살던 마을로 학교와 집이 복원되어 있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고, 바로 앞에 있는 대장간 건물의 내부만 잠깐 들어가 봤다.

화로에서 선철을 다시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에 여러가지 작은 철제 도구들을 만들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제철소 건물의 전체 모습으로 아랫층이 필요 이상으로 넓게 보이는 이유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바로 틀에 부어서 소비자용 제품을 만드는 주물 공장이 함께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만들어진 대표적인 제품은 마지막에 보여드리기로 한다.

사실상 이 마을 전체를 소유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집인 Ironmaster's Mansion으로 그냥 '빅하우스(Big House)'로 불렸단다.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식이 걸려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내부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벽난로 위의 초상화는 이 마을의 전성기였던 1830년대 소유주인 Clement Brooke로 그의 집안이 1800년에 이 곳을 인수해서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운영했고, 후손이 땅을 연방정부에 팔았던 것이다.

겨울이라 방문객도 별로 없는데, 신선한 야채가 올라간 식사 테이블까지 참 잘 꾸며놓았다는 생각을 하며 비지터센터로 돌아가서 전시관을 후다닥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여기와 같은 소규모 제철소들이 많았던 펜실베니아와 그 주변 미동부 식민지들이 대영제국 철 생산량의 15%를 담당하다가, 미국독립 전쟁에서는 대륙군에 대포와 포탄 등을 만들어 공급했다는 설명판이다. 19세기말에 숯 대신에 석탄을 이용하는 대규모의 현대식 제철소들이 우리가 다 아는 '철강도시' 피츠버그 등에 들어서며 이러한 작은 곳들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미국의 초기 산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기에 일찌감치 국립사적지로 지정되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HOPEWELL FURNACE 글자가 선명만 이 무쇠 스토브(stove)가 이 곳의 최고 히트 상품으로, 주물판 10개와 다른 작은 부품들로 스토브 하나를 조립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1839년에만 5,152개나 생산이 되었단다! 아랫칸에 불을 피우고 윗칸에 무쇠 그릇에 담긴 재료를 넣어두면 조리되는 방식은 여성이 주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시간을 줄여줘서, 주부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늘렸고 여성참정권 운동으로도 이어졌다는 약간은 비약적인 설명판도 있었다.^^ 이제 다음은 필라델피아 시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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