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미래 20달러 지폐의 모델? 해리엇터브먼 지하철도(Harriet Tubman Underground Railroad) 국립역사공원

위기주부 2024. 12. 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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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趣味, hobby)의 사전적인 뜻은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좋아서 하는 것'이다. 옛날 본인의 취미는 대학생 때는 테니스, 그 후로는 등산 정도만 떠오르고, 미국에 온 다음에는 역시 캠핑 여행과 하이킹 또는 트레킹이라 말할 수 있으며, 잠깐 종이접기가 취미였던 적도 있다. 물론 블로그 쓰는 것 자체를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쓸 내용이 되는 구체적인 활동이 선행되어야 하는 점에서 제외하고, 지금 위기주부의 취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면... 혼자서 9시간 이상 차를 몰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돌아다닌 것으로 봐서 '미국의 듣보잡 여행지 찾아다니기'라 할 수 있겠다.

4월에 다녀왔던 1탄 북서쪽 듣보잡 여행2탄 남쪽 듣보잡 여행에 이어서, 12월의 3탄은 집에서 동쪽으로 다녀왔는데, 과연 위의 지도에 표시된 4곳의 목적지 이름을 하나라도 거나 사진으로라도 신 분이 계실까? ㅎㅎ 지난 1탄과 2탄에서는 각각 5곳씩이나 국립 공원을 들렀었지만, 이번에는 지도 중앙에 표시된 하나만 처음 방문하는 국립역사공원으로 흑인 여성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의 출생지를 기념하는 곳이다. 위기주부는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던 때를 분명히 기억하는데,

미국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백인 남성이라는 비판에 따라, 2016년 오바마 행정부가 20달러의 모델을 그녀로 변경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이다. 2019년에 조폐국에서 위와 같은 컨셉 도안을 만들기도 했지만, 트럼프 1기에서 2030년 이후로 연기를 발표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교체를 앞당긴다고 했으나, 결국 트럼프 2기에서 흐지부지될 공산이 큰 상태이다. 그럼 그녀는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잭슨 대통령을 대체할 모델로 선정되었고 또 공원명의 '지하철도(Underground Railroad)'는 무엇인지? 3탄 듣보잡 여행의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금요일 아침의 출근 정체까지 약간 겪으며 집에서 2시간반 정도 걸려서 해리엇터브먼 지하철도 국립역사공원(Harriet Tubman Underground Railroad National Historical Park)의 비지터센터에 도착을 했다. 국립공원청 로고 왼쪽에 메릴랜드 공원부 표시도 함께 있는데, 이 곳은 메릴랜드 주의 주립공원이기도 해서 두 기관이 함께 관리하고 있다.

처음 지도의 델마바 반도(Delmarva Peninsula)에서도 정말 외딴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10시 좀 지나서 찾아간 위기주부가 이 날의 첫번째 손님(?)이었다. 하지만 안내데스크에 국립공원청 파크레인저와 주립공원 안내원 그리고 기념품 가게를 지키는 사람까지 직원은 3명이나 있더라는...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20달러 지폐 도안에 등장했던 초상과 그녀의 흉상이 눈에 띄는데, 먼저 은하철도는 들어보셨어도 지하철도는 처음이라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면... 19세기에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북쪽의 자유주(free state) 또는 캐나다로 도망시키는 비밀 네트워크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Underground Railroad)'로, 탈출을 이끄는 사람을 차장(conductor), 중간에 그들을 숨겨주고 재워주는 장소를 역(station)이라 불렀다.

1822년생의 해리엇 터브먼은 27세이던 1849년에 홀로 여기서 필라델피아로 탈출했다가, 계속 노예로 남아있던 가족과 친척 및 지인들을 데리고 나오기 위해 그 후 약 10년 동안 13회에 걸쳐서 약 70명의 노예를 지하철도를 이용해 북쪽으로 탈출시켰는데, 단 한번도 기차가 탈선하거나 손님을 잃어버린 적이 없어서, 흑인들은 그녀를 모세(Moses)로 불렀고 백인 농장주들에게는 최대의 적으로 막대한 현상금이 걸렸단다.

입구 안내도의 번호에 따라서 먼저 극장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봤는데, 여기를 클릭해서 유튜브에서 보실 수도 있다. 문제는 1850년에 도망노예법이 만들어져 도망친 노예들은 자유주에 살아도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계속 쫓기는 신세고, 연방법에 따라서 노예의 탈출을 돕거나 숨기는 것도 범죄였다는 사실이다. 즉, 그녀는 매번 잡혀서 고문이나 죽임을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노예들을 구출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시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큰 규모로 아주 잘 만들어 놓았다. 참고로 이 곳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2013년에 준국립공원으로 먼저 보호되고 이듬해 국립역사공원으로 승격되었으며, 이 비교적 최신의 비지터센터는 2017년에 완공되었다.

많은 동상은 물론 작은 모형까지도 금속으로 조각을 한 것으로 봐서 굉장히 노력을 해서 만들었다는게 단박에 느껴졌다~

특히 이렇게 출생 당시의 모습까지 동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국립 공원에서 주인공의 갓난아기 모습을 조각으로 본 것은 지금까지 링컨 탄생지(Abraham Lincoln Birthplace) 국립역사공원이 유일했던 듯 하다...^^

또 특이한 동상이 있어서 보여드리면, 노예 시절의 한겨울에 늪지에 들어가서 사향쥐(muskrat)를 잡는 모습이라는데, 당시에 털가죽은 모피로 고기는 식용으로 사용이 되었단다. 그리고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그녀는 처음 흑인 연대의 간호사로 참전을 했다가, 은밀히 적진의 흑인 사회에 침투하고 이동하는 능력으로 나중에는 정찰대원으로도 활동하게 되며, 북군의 백인 장교들로부터도 능력을 인정을 받는다.

안내판 지도처럼 북군과 함께 플로리다까지 내려가서 작전을 펼쳤는데, 특히 1863년 6월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컴바히 강(Combahee River)에서 실질적으로 그녀가 150명의 흑인 부대를 이끌고 남군 기지를 습격해서 약 800명의 노예를 구출하게 된다. 이로써 그녀는 무장 공격하는 미국군을 지휘한 최초의 여성으로 널리 인정을 받고 있으며,

바로 올해 11월에 이 곳에서 그녀에게 메릴랜드 주방위군의 준장 계급이 추서되었다. 걸개 그림들이 걸려있는 쪽으로 나가면 말년 모습의 동상이 의자에 앉아 있는데, 전후에는 뉴욕 주 오번(Auburn)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해방된 흑인들을 도왔고 1913년에 91세로 사망할 때까지 여성참정권(Women's suffrage) 활동에도 참여해서, 인권과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그녀의 집은 현재 별도의 국립역사공원으로 또 지정되어 있다.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다들 어디 가셨나? 여전히 다른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지키는 사람도 사라지고 없고...ㅎㅎ 텅 빈 건물을 나가면서 과연 노예주였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을 몰아내고, 미래에 해리엇 터브먼의 얼굴이 그려진 20달러 지폐가 실제 유통되는 날이 올까하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해리엇 터브먼이 목숨을 걸고 노예들을 탈출시켰던 지하철도의 경로는 현재 Harriet Tubman Underground Railroad Byway로 관리되어서, 현재 미국에 37개가 있는 교통부가 지정한 '국민도로(All-American Road)'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부에서는 역사적 중요성으로 국민도로가 된 곳이 많아서, 기회가 되면 이것도 한 번 따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시골길을 또 2시간 운전해 다음 듣보잡 목적지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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