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번째 국립공원(National Park)은 1872년의 옐로우스톤,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은 1906년의 데블스타워인 것은 많이 알고들 계시고, 이제 소개하는 장소는 1933년에 미국 최초의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지정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역사적인 제임스타운 정착지와 요크타운 전쟁터가 대통령 직권으로 내셔널모뉴먼트로 보호가 되었지만, 하원을 통과한 법률에 의거해서 내셔널파크와 동등한 권위를 가지는 국립역사공원은 모리스타운이 첫번째이다.
1박2일 뉴욕여행의 둘쨋날 오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아내가 가보고 싶다는 예쁜 마을이 내륙에 있길래 조금 더 우회해서 뉴저지(New Jersey) 주의 모리스타운 국립역사공원(Morristown National Historical Park)을 찾았다. 공원은 시내의 워싱턴 지휘본부 박물관(Washington's Headquarters Museum)과 외곽의 병력 주둔지인 자키할로우(Jockey Hollow) 지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비지터센터를 겸하는 여기 박물관만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Washington-Rochambeau Revolutionary Route National Historic Trail 배너로 알 수 있듯이, 모리스타운은 미국의 독립전쟁과 관련된 장소이다. 특히 1937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이 직접 만든 최초의 박물관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데, 그에 걸맞게 식민지 혁명 당시의 많은 역사적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거기에는 아내가 관심있게 구경했던 소위 '아메리칸 스타일(American Style)'의 상류층 의복과 장신구 등도 많이 있었고,
별도의 전시실에는 미국독립혁명과 관련된 서신과 책, 팜플렛(pamphlets) 등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전시규모가 아주 방대했다.
지도 가운데 까만 점이 모리스타운(Morristown)이고 제일 오른쪽에 뉴욕 맨하탄이 보인다. 독립혁명을 진압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군이 뉴욕을 점령하자. 후퇴한 워싱턴의 대륙군 약 1만명이 1779-80년의 겨울을 보낸 장소라고 한다. 독립선언 이듬해인 1777년초에도 약 3천명 정도를 데리고 여기 잠깐 주둔했으며, 1777-78년 겨울은 2년전에 방문했던 펜실베니아 밸리포지(Valley Forge)에서 보냈다.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아니라서 전황도같은 것은 없는 대신에 다른 전시물들이 많았다. 조지 워싱턴의 1772년 최초 초상화는 모사품이지만, 유리상자 안에 전시된 칼은 1789년 첫번째 대통령 취임식 때 찼던 진품이란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다른 '조지'의 초상화가 걸려있는데...
바로 아메리카 식민지를 잃은 영국왕으로 기억되는 조지3세(George III)로 그의 실제 얼굴은 처음 보는 듯 했는데, 위기주부에게는 '조지3세'하면 아래와 같이 왕관을 쓰고 "다다다닷 다닷다다 다다야다, 다다닷 에브리바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바로 떠오른다~
7년전에 LA에서 관람했던 뮤지컬 <해밀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에서 조지3세 역을 맡았던 배우의 모습으로 살짝 닮은 것 같기도 하고...ㅎㅎ 극중에서 뉴욕을 빼앗긴 직후에 알렉산더 해밀턴이 워싱턴의 '오른팔(Right Hand Man)'이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래서 해밀턴도 여기서 워싱턴과 함께 겨울을 보냈다.
그외 많은 전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에 사용된 소총인 머스킷(Musket)을 한 번 발사하기 위해서 13번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1779-80년 겨울은 가장 혹독한 추위로 유명해서 워싱턴의 대륙군은 무려 27번이나 눈폭풍을 견뎌야 했단다. 그래서 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나오는 첫문장과 안내영화의 제목이 모두 "Where America Survived"이다.
참고로 실제 워싱턴 부부가 지냈던 포드맨션(Ford Mansion)은 박물관 맞은편에 남아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주변이 공사중이라서 직접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사진을 가져와 보여드리고 다음 방문지로 넘어간다. (내부는 무료 가이드투어를 이용해서 구경할 수 있음)
202번 국도로 주경계인 델러웨어 강(Delaware River)을 건너 펜실베니아 주로 들어와서, 라하스카(Lahaska)라는 특이한 이름의 마을에 있는 페들러스빌리지(Peddler's Village)를 찾아왔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광역도시권에서 세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유명 관광지라 한다.
관광안내소 앞의 공터에는 일요일을 맞아서 거품으로 만든 가짜 눈을 뿌려주고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도로를 건너자 처음 시선을 끈 것은 이 내륙의 산골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아서 뜬금없어 보이는 모래조각이었다! ㅎㅎ
예쁜 가게와 식당들이 모여있는 이런 아기자기한 동네를 많이 다녀봤지만, 여기 페들러스빌리지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중앙 잔디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모여있고, 도로 건너편에 아주 넓은 무료주차장이 잘 만들어져 있는 점이었다. 즉, 직선의 도로를 따라 가게들이 있어서 왕복으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다른 곳들과는 달리, 공원을 한바퀴 도는 기분으로 여러 가게들을 편리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다른 모래조각 작품으로 메이저리그 야구팀 필라델피아 필리스(Philadelphia Phillies)의 팬이 만든 모양이다. 아마도 이 조각은 땅콩회사 또는 가게가 제작을 협찬해서 미스터피넛(Mr. Peanut)이 등장을 한 모양이고, 필리스의 마스코트는 녹색 털복숭이인 패너틱(Phanatic)이다.
나름 오래되어 보이는 물레방앗간의 내부도 상점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잔디밭 가장자리에 꽃들을 아주 예쁘게 심어놓아서 통째로 뽑아가고 싶었다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만들어진 정자에서는 일요일을 맞아서 밴드와 가수가 생음악 공연도 하고 있었고, 여기 뒤쪽에 있는 가게가 이 마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연중내내 크리스마스 장식과 소품들을 파는 <Pine Wreath & Candle>로 페들러스빌리지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히 더 예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버지니아에 사는 우리가 여기를 연말에 일부러 찾아올 일은 없겠지만, 혹시 겨울철에 필라델피아를 또 지나가게 된다면 잠깐 구경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1박2일 여행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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