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뉴욕

금융왕 JP 모건(John Pierpont Morgan)의 보석상자라 불린 모건 도서관(The Morgan Library & Museum)

위기주부 2025. 7. 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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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한국을 다녀온 후 원래는 6월 중순에 뉴욕을 가려고 했었다가, 따님의 스케쥴 때문에 6월 마지막 주말에 다녀온 이야기를 달이 바뀐 뒤에야 적어본다. 그래서 지난 6월은 위기주부가 18년째 블로그를 하면서, 2009년 여름에 30일 여행을 다녀오고 잠깐 공백기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포스팅이 하나도 없는 달이었다! 약 40일 동안 여기 글을 안 올렸더니, 한국의 친구가 별일 없냐고 카톡을 다 했더라는...ㅎㅎ

딸이 2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며 기념품으로 받았다는 야구 방망이로 동기 팀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십수년전에 2년차 한 명이 업무 스트레스를 못 참고 집에서 배트를 가져와서는 회사 자기 책상의 컴퓨터를 박살낸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부터 무사히 2년을 견디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야구 방망이를 선물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맨하탄 코리아타운에서 요즘 핫하다는 최근에 새로 생긴 고깃집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왔다. 식당이 1층이나 지하가 아니고 빌딩의 3층이라서 이렇게 전망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고,

고기와 반찬들도 모두 맛있었다. 특히 고기를 아주 정성스럽게 구워줬던 것과 ATM를 가져다 놓고 현금결제를 하면 10% 할인을 해주는게 특이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그 동안에 계속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역사적인 '도서관'을 찾아 북쪽으로 걸었다.

모건 도서관 및 박물관(The Morgan Library & Museum)은 1906년에 개인 도서관으로 시작해 1924년에 공립기관이 되었고, 매디슨 애비뉴의 36번가와 37번가 사이에 있는 3개의 역사적 건물이 연결된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가운데 위치한 이 현대적인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2006년에 확장공사를 하며 만들어졌고, 현관 입구는 도서관을 만든 이가 창업한 회사의 현재 이름을 따서 JP모간 체이스 로비(JPMorgan Chase Lobby)로 불린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신축된 지하의 작은 갤러리에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한 후에, 1906년 완공 당시에 'JP 모건의 보석상자'라 불렸다는 본관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나오는 모건의 서재(Pierpont Morgan's Study)로 붉은색 벽지와 가구가 눈길을 끌었다. 은행가 JP 모건은 당연히 월스트리트에 사무실이 있었지만, 자신의 개인 도서관이 완공된 후에는 이 서재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봤으며, 특히 1907년의 은행 패닉 때는 미국의 대표 금융가들을 모두 이 방에 가둬놓고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해서 금융위기를 수습하며 연방준비제도를 사실상 그의 주도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단다.

벽난로 위에 걸려있는 JP 모건의 초상화로 이번에 그에 대해서 좀 읽어보니까, 19세기말에는 국가를 능가하는 자금력을 소유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미국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한마디로 '금융왕'이었다.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본관 중앙홀(Rotunda)로 나와서, 다음은 북쪽의 작은 방인 사서 사무실(Librarian's Office)에 들어가봤다.

모건은 1850년대부터 희귀 도서와 원고들을 수집하기 시작해서, 현재 이 박물관은 35만점이 넘는 필사본, 유명 작가의 원고, 편지, 서적, 악보, 회화, 사진, 지도 등의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이 방에 주로 전시된 고대의 점토판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곳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본관 동쪽방(East Room)에 들어서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사진으로는 당시의 느낌이 잘 전달되지 않는데, 훨씬 붉은 기운이 도는 신비한 분위기로 진짜 보석상자 안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중요 소장품들을 따로 전시해놓았는데 얼마나 귀한 책들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고...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구텐베르크 성경을 3권이나 가지고 있는 도서관은 여기가 유일하단다!

들어왔던 문쪽을 향해 돌아본 모습인데, 한 바퀴 둘러봐도 2층과 3층의 서고로 올라가는 계단이나 사다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복습을 하면서 찾아보니까 모퉁이 돌출된 부분의 책장 중에 비밀의 문이 있고 그 안에 계단이 있어서, 윗층으로 올라가거나 지하의 금고로 이동이 가능하단다.

벽난로 옆에 따로 전시된 이 책은 표지가 금과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금값도 많이 올랐는데, 시장에 내다 팔면 얼마나 받을까?"

아주 옛날 하숙방의 한쪽 벽면을 책으로 가득 채울뻔 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모습을 보면 항상 드는 생각은 저 책들이 과연 다시 책장에서 나와 페이지가 열리는 순간이 올 것인가 하는 궁금함이다... 그런 잡념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모녀를 찾아보니, 나가서 중앙홀의 어떤 전시를 둘이서 열심히 보고 있었다.

작년에 뉴스에도 나왔던 기억이 나는것 같은데, 이 도서관 소장품에서 새로 발견한 쇼팽의 미발표 왈츠곡 악보가 전시되어 있었다. 즉, 35만점의 소장품들 중에서 제대로 열어보지도 않은 책이나 원고들이 아직도 많을 수 있다는 뜻...^^

신축 건물에 함께 만들어진 작은 갤러리의 그림들을 잠깐 구경하고는 1928년에 건설된 별관으로 향했다. JP 모건이 1913년에 사망한 후에 유언에 따라서 그 아들이 도서관을 공개하고 건물을 추가했는데, 현재 그 별관은 손자가 만든 회사의 이름을 따서 모건스탠리 갤러리(Morgan Stanley Gallery)로 불린다.

별관 중앙의 마블홀(Marble Hall)에서 동서로 두 개의 전시실이 있어서, 동쪽에서는 19세기 여성 사진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서쪽에서는 제인 오스틴 2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액자에 든 것이 전부 제인 오스틴의 자필 원고나 편지 등인데, 필기체 글씨가 정말 예쁘더라는... 그리고 별관 2층의 작은 전시실까지 모두 둘러본 후에, 19세기에 지어져서 한때 JP 모건이 거주했던 저택의 1층을 개조한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도서관의 기념품 가게니까 당연히 책과 관련 상품들을 많이 파는데, 아주 화려한 장식의 특별한 서점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 중에 위기주부의 눈길을 끈 것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en Poe)의 까마귀 인형이고, 그 오른쪽의 <The Tell-Tale Heart>는 책 모양의 쿠션이었다. 아마도 작년에 필라델피아에 있는 그의 사적지를 방문했었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건너편으로는 제인 오스틴 관련 책과 소품이 앞쪽에 판매가 되고 있었다. 이렇게 1시간만에 대강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는데, 우리가 들어올 때는 없었던 긴 줄이 만들어져서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들어오는게 의아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무료 입장 행사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렇게 입구 밖까지 줄을 서 있었다. (한정된 수량의 공짜 입장권을 일주일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함) 모처럼 맨하탄에 나온 김에 우리는 번화한 5번가를 따라서 북쪽으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연초에 따로 소개했던 뉴욕 공공도서관이 나무들 뒤로 보이는 사거리를 지나 백화점에서 잠깐 쇼핑을 한 후에,

맨하탄에서 시작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열리는 6월이라고 무지개 깃발을 잔뜩 걸어둔 록펠러 센터를 둘러보고는 지하철을 타고 딸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딸이 퇴사와 함께 이사도 하기 때문에 무거운 겨울옷들만 좀 챙겨서 우리는 작별을 하고 예약해 놓은 뉴저지 숙소로 향했다. 참, 따님은 7월 한 달 동안은 푹 쉰 후에 8월부터는 일찌감치 결정되었던 새로운 회사로 다시 출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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