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산만해서 무슨 내용인가 싶겠지만... 그냥 맨하탄 안에서 옆동네로 이사한 딸의 집을 처음 구경하러, 지난 8월말에 뉴욕을 1박2일로 다녀온 둘쨋날 이야기로 특별한게 없어서 제목이 길어졌을 뿐이다. 2년전 첫직장에 취직하면서는 룸메이트와 함께 아파트를 구해서 있었는데, 이번에 직장을 옮기며 혼자 살아보겠다고 그 동네에서 바로 남서쪽으로 붙어 있는 이스트빌리지(East Village)에 원베드룸을 계약해 이사를 하셨다.

딸의 아파트 7층 베란다에서 보이는 풍경은 옛날 한국에서 시청한 미드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던 맨하탄의 전형적인 '주택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살던 곳의 서쪽 동네라면서 왜 이스트 빌리지라 부르지? 맨하탄에는 동네 이름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그래서 결국은 또 찾아봤다! 남북으로 아주 길쭉한 '맨하탄의 동네들(Manhattan neighborhoods)' 전체 지도의 아래쪽 절반 정도인 센트럴파크까지만 잘라서 보여드린다. 위키피디아의 훨씬 더 복잡한 동네 설명부터 조금 단순한 구분까지 다양한 지도가 있었는데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지도의 하부 가운데애 이스트빌리지가 있고, 그 왼편으로 소호, 그리니치빌리지, 다시 대각선으로 첼시, 그리고 그 위쪽에 타임스퀘어와 미드타운 등등 지금까지 들어본 동네들이 대강 맨하탄 내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 파악이 가능해졌다.

첫날은 부녀만 US오픈 테니스 대회의 조코비치 경기를 보고 새벽 1시에 돌아왔고, 다음날 늦잠 자는 따님이 잠결에 알려준 근처 가게에 부부가 아침을 사러왔다. 아폴로 베이글(Apollo Bagels)은 올해 초에 여기 이스트빌리지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벌써 맨하탄에 3곳과 브룩클린에 1곳의 가게가 있고 뉴저지에도 오픈 예정으로, 세계적으로 베이글이 유명한 뉴욕시에서도 지금 가장 뜨는 브랜드라 한다.

이 집의 특징은 매장 안에서 먹는 자리가 없고,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한 종류 뿐이며 토마토와 연어(salmon)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으로, 굉장히 다양한 빵과 화려하고 특색있는 크림치즈 종류들로 승부하는 다른 뉴욕의 베이글 가게들과의 차별점은 바로 이런 단순함이었다. 하지만 우리 앞쪽의 손님들 중에서 15불이나 하는 연어가 들어간 메뉴를 시킨건 한 팀뿐이었고,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은 토마토까지만 들어간 걸로 선택했다.

베이글을 받아서 나오는데 줄이 훨씬 더 길어졌다! 다른 카페에서 비싼 커피도 사서 아파트로 돌아와 먹을 때, 토마토가 올려진 것 외에는 특별한게 없어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쉽게 찾아보실 수 있을거고, 복습을 해보니까 베이글 빵이 사워도우(sourdough)인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한다. 그리고는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가족이 함께 외출해서 이사 온 동네 구경부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쿠퍼 스퀘어의 모퉁이 공원에 만들어져 있는 피터 쿠퍼(Peter Cooper) 기념물로, 뒤쪽 왼편으로 살짝 보이는 건물이 1859년에 그가 설립한 쿠퍼 유니언 대학(The Cooper Un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and Art)이다. 그에 대해서는 재작년 맨하탄에 그의 이름이 들어간 박물관을 들렀을 때 잠깐 설명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그의 사진과 함께 좀 자세히 적어본다.

1791년생 뉴욕 토박이인 피터 쿠퍼는 한마디로 미국 최초의 '공돌이' 자수성가 억만장자라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발명으로 기업을 만들어 부자가 되었고, 그 돈으로 과학기술 무료교육을 시행하고 사회문제 해결 등에 관심을 보인 자선가이지만, 본인은 평생 검소한 생활을 했단다. 그래서 당선 가능성은 없었지만 85세에 군소정당의 대선후보로 추대되어, 지금까지도 최고령의 미대통령 후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고, 1883년에 92세의 나이로 사망해서 브룩클린 공동묘지에 묻혔다.

다음은 이스트빌리지, 노호, 그리니치빌리지 동네들이 접하는 '만남의 광장'이라 할 수 있는 애스터 플레이스(Astor Place)로 동명의 그린라인 지하철역이 아래에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는 1848년 사망할 때 미국에서 가장 부유했던 존 제이콥 애스터(John Jacob Astor)를 기리는데, 뉴욕 공공도서관 포스팅에도 이름이 등장했었고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오레곤 태평양 연안의 아스토리아(Astoria) 지명의 유래이기도 하다.

그를 부자로 만든 첫번째 사업이 모피무역이었기 때문에, 뉴욕시 최초 28개 지하철 역들 중의 하나로 1904년에 개통된 Astor Place Station에는 이렇게 커다란 비버 그림의 타일이 만들어져 있단다. (쥐를 연상시켜서 교통당국은 반대했다고^^) 이왕 이것저것 가져와 설명하는 김에 광장 가운데 보이던 까만 조각품 사진도 하나 더 보여드린다~

1967년에 거리미술로 설치된 무게 820kg의 강철 '큐브(Cube)'로 이렇게 회전을 시킬 수 있단다. 혼자서는 돌리기 좀 힘들고 사진처럼 3개의 꼭지점을 동시에 미는게 좋다고 하니, 언제 우리 가족이 다시 지날 일이 있으면 한 번 돌려보자고 해야겠다.^^ 조각의 원래 작품명은 알라모(Alamo)로 작가의 아내가 완성품을 보고는 텍사스의 유명한 알라모 미션이 떠올라서 그렇게 지었다는데, 도대체 어디가 닮았다는건지...?

우리는 지하철을 타지 않고 한 블럭 더 서쪽으로 걸어가 브로드웨이(Broadway)의 토요장터를 구경하며 북쪽으로 올라갔다. 맨하탄 남쪽 끝의 배터리 공원에서 다른 남북 방향의 도로들과 평행하게 시작되는 브로드웨이는, 정면에 보이는 교회 앞의 10th St를 지나서부터 삐딱하게 사선으로 바뀌어 타임스퀘어와 그 너머로 계속 이어진다.

맨하탄 안에서도 시트콤 <프렌즈>의 설정상 배경이었던 그리니치 빌리지의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뉴욕의 파란 하늘... 날씨가 참 좋았다~

멀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까지 걸어와서는, 따님이 새 구두가 필요해서 신발가게를 찾아갔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지하철을 타고 메이시 백화점으로 가보기로 했다.

모녀가 신발을 고르는 동안에 위기주부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이 커다란 백화점에 남자 화장실은 7층과 9층, 아니면 지하층에만 있다는 사실이었다. 안내를 확인하고는 계속 위로 올라갔는데 6층에서 7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한다고 막아 놓았다! 엘리베이터나 계단도 못 찾겠고 해서 다시 지하층까지 내려가서도 구석의 화장실을 찾는다고 한참 헤맸다. 여하튼 다시 1층으로 올라오는데 그제서야 타고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뭔가 특별해 보였다.

난간과 발판이 모두 나무로 되어있고 덜그덕 소리도 나는게 뭔가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었는데... 현재 매일 운영되는 에스컬레이터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건물 내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는 현대식으로 완전교체가 되었지만, 이 지하층과 고층의 몇 개만 1902년에 이 백회점이 처음 오픈했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특별히 계속 유지관리를 해오고 있단다. 참고로 메이시 백화점 본점은 건물 자체가 미국의 국가유적(National Historic Landmark)으로 지정되어 있다.

마지막 사진은 다시 이스트빌리지로 돌아와서 점심으로 먹은 모모후쿠 누들바(Momofuku Noodle Bar)의 일본 라멘으로, 미슐랭 2스타 셰프인 한국계 데이비드 창이 2004년에 처음 문을 열었던 원조 가게였다. 맛치인 위기주부에게도 뭔가 다르게 느껴졌던 라멘을 함께 맛있게 먹고나서, 따님은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남친을 만나러 가고, 우리 부부는 5시간 정도 걸려서 다시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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