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 올해는 지난 금요일이라, 운 좋게 아내의 직장 스케쥴 상의 쉬는 요일과 겹쳤다. 지난 한 달 넘게 블로그가 잠잠했던게 부부가 같이 쉬는 날이 별로 없었던 것도 원인이었는데, 모처럼 함께 휴일을 보낼 수 있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오래간만에 워싱턴DC에 나가서 내셔널몰(National Mall)에서 저녁에 열리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4th of July Fireworks'를 구경했다.
주말과 연방 휴일에는 무료인 Wiehle-Reston East 전철역 환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오니, 천정과 기둥의 전광판도 성조기 화면으로 장식을 해놓았다. 메트로 카드에 충분한 잔액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데, 직원이 다가와서는 오늘은 전철이 모두 공짜라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3년전 독립기념일에는 요금을 냈었는데, 예상외로 공짜로 탈 수 있다고 해서 시작부터 아주 횡재한 느낌이었다.^^
버지니아에서 포토맥 강을 땅속으로 건너 DC로 들어와 첫번째로 나오는 Foggy Bottom-GWU 역에서 내렸는데, 앞사람처럼 성조기 디자인의 옷을 입거나 소품을 들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역에서 23rd St를 따라 남쪽으로 1마일 정도를 걸으면, 정면에 보이는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이 나오는데, 일찌감치 자동차들을 다 차단해 놓아서 이렇게 도로 한가운데서 사진을 찍는 경험도 재밌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 날은 불꽃을 쏘는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의 좌우로 보안구역(Secure Area)이 만들어져서, 정해진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음식과 의자를 가지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주류와 유리병 및 커다란 아이스박스 등은 반입이 불가하다.
3년전에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반대편 워싱턴 기념탑 부근에서 봤는데, 그 포스팅의 마지막에 내년에는 링컨 기념관의 계단에서 보고싶다고 썼었다. 3년만에 그 목표를 위해 이 쪽으로 오기는 했는데... 보수 공사중이라 안전상의 문제로 기념관 계단에는 앉을 수 없다는 문구가 안전모를 쓴 링컨 동상의 사진과 함께 안내판에 씌여 있었다.
우리는 적당히 리플렉팅풀이 내려다 보이는 위치에 자리를 잡았는데, 이 때가 시작까지 1시간반 정도 전이라 좀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약간 띄엄띄엄 자리를 잡아서 우리 2명이 끼어 들어갈만한 빈틈은 아직도 제법 있었다.
기다란 연못 건너편 워싱턴 기념탑을 줌으로 당겨 보니까 사람들이 빼곡히 보이는데, 좌우 양쪽도 아주 높은게 무슨 관람석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했다. (혹시라도 저쪽에서 보신 분이 계시면 확인 부탁^^) 사람들 앞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이 위치하고 그 앞의 연못 좌우로 놓여진 하얀 박스들에서 연못 중앙쪽, 즉 우리가 있는 방향의 위로 불꽃이 발사된다.
집에서 준비해 온 치킨 도시락을 먹고나니 해가 지고 좀 어두워졌는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핸드폰 플래쉬를 켜서는 흔드는 것이 아닌가? 다시 보니 건너편의 사람들도 일제히 그렇게 불을 켠 것에 대한 화답으로, 마치 동서로 두 팀이 나눠서 어느쪽이 불을 많이 켜는지 경쟁을 하는 듯한 재미있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링컨 기념관에도 조명이 들어오고, 성조기 반바지와 원피스를 맞춰 입고 온 부부가 서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모두 9시 9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3년전에는 끝내 찾지 못한 밤 9:09 p.m. 시작의 이유를 ChatGPT에 물어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 미국 공영방송국 PBS에서 생중계하는 'A Capitol Fourth'라는 독립기념일 축하 콘서트가 의사당 앞에서 저녁 8시에 시작해서 1시간반 동안 진행되는데, 그 마지막 20분 정도에 불꽃놀이 시간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아무 예고도 없이 시간이 되자 불꽃들이 발사가 되었는데... 모두가 그냥 앉으면 다 잘 보이는데, 바로 앞사람이 서면 뒤쪽은 설 수 밖에 없으니까 우리 오른쪽은 사람들이 계속 서서 구경을 했다.
사진이 아주 잘 나왔다~ 불꽃이 아니라, 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여성분 얼굴이...ㅎㅎ
우리 부부는 소심하게 앉은 상태로 커플셀카 한두장 찍어보다가, 그냥 현장 관람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불꽃놀이 자체의 배경음악들이 따로 있기는 한데,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이 스피커와 많이 멀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붉은 하트모양의 이 불꽃이 터질때 윤수일의 <아파트>...가 아니고, 블랙핑크 로제의 <APT.> 노래가 잠시 나왔다. 3년전에도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사용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 K팝의 인기가 오래 간다~
이런 커다란 폭죽이 터질 때는 시야를 꽉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도 엄청나게 커서 폭발의 진동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려면 귀마개가 필요하다는 홈페이지의 경고가 정말로 빈말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PBS 행사 홈페이지에서 전체 불꽃놀이를 방송한다는 것을 알고, 처음부터 직접 영상을 찍을 생각은 전혀 안 했지만, 10분이 넘어가니까 그 사진이 그 사진같고 해서 짧게 비디오를 딱 한 번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영상의 말미에 불꽃으로 U.S.A. 글자가 새겨질 때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실 수 있다.
후반부로 가니까 연기와 화약 냄새가 우리가 앉은 곳까지 심하게 밀려 오는데다가, 하늘에서 재(ash)도 제법 떨어져서 옷과 팔다리에 내려 앉은게 보였다. 포스팅을 올리며 홈페이지를 다시 보니까 귀마개 뿐만 아니라 눈에 재가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경도 준비하면 좋다고 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 1분 정도는 음악이고 스토리고 뭐고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쉬지않고 엄청나게 막 쏘는 것으로 불꽃놀이가 끝났다. 오죽하면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도 멍멍하고 화약 냄새에 재도 많이 날려서, 끝나자마자 짐을 챙겨서 입을 꾹 닫고 일어섰다.^^
일제히 출구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너머로 링컨 기념관이 마치 안개에 쌓인 듯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2시간 전에 내려왔던 도로를 반대방향 북쪽으로 걷다가 뒤돌아 보고 찍은 모습인데,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동시에 지하철 역으로 간다고 생각하니까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군인들이 막아선 모습으로, 안전을 위해서 지하 승강장의 사람들이 전철을 타고난 후에 조금씩 다시 내려보내는 중이었다. 걱정과는 달리 우리는 여기서 10분 정도만 기다린 후에 승강장으로 내려갔고, 비좁기는 했지만 우리집 방향의 실버라인 열차를 바로 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예상보다 일찍 밤 11시가 안 되어서 차를 세워둔 레스톤 역에 내려보니, 테크 기업들이 많이 입주한 역세권 빌딩들도 미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조명을 켜놓은게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워싱턴DC 지역으로 이사와서 두번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구경도 잘 마쳤고, 동쪽과 서쪽 가까이서 모두 관람을 해봤으니, 세번째는 비록 불꽃은 멀지만 의사당 앞에서 진행되는 PBS의 축하공연을 보는 것으로 또 목표를 세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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