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직장을 옮기며 한 달간 쉬는 7월에 맞춰서 아내는 일찌감치 일주일 휴가를 받아 놓았지만, 본인은 2개월 전이 되어야 신청할 수 있어서 휴가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어디로 갈지 계획을 전혀 세울 수 없었다. (주부 아닌 위기주부^^) 그래서 휴가 신청서에 매니저 사인을 받은 날 저녁에 바로 3명의 항공권부터 환불불가로 구입하고, 부랴부랴 숙박과 렌트카를 알아보기 시작한 우리 가족의 2025년 여름휴가 목적지는 바로...

'불과 얼음의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Iceland) 되시겠다~ 때마침 우리집에 배달이 왔어야 하는 위 사진의 미동부 AAA 잡지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아마도 직접 가서 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밤 비행기를 타고 일요일 아침에 도착해서 토요일 오후에 떠나는 6박7일의 기간은 바로 정해졌는데, 문제는 성수기 휴가철인 7월말까지 불과 한달반을 남겨두고 숙소예약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겨우 위의 지도에 적힌 번호 순서대로 숙박하며 섬을 한바퀴 도는 일정을 세울 수 있었는데, 유명한 관광지들이 모여있는 섬의 남동쪽에는 정말 예약 가능한 숙소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3박째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던 링로드(Ring Road)를 제법 다시 되돌아 와서 자야했다. 지도에는 순환거리가 1,639 km라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포인트들을 찾아 들락날락한 길이 많아서 2천km 가까이 달렸던 것 같다.

출발 이틀을 남겨둔 오전에 아내가 가족 카톡방에 아이슬란드에 화산이 터졌다고 알려왔다! 인근의 블루라군(Blue Lagoon)이 잠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항공편이나 관광에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라서 안도하고, 토요일 밤 비행기를 탈 때까지 사모님이 레딧(reddit)에 올라오는 실시간 정보를 확인하며 어디로 가야 분출을 직접 볼 수 있는지를 계속 알아봤는데... 우리는 과연 시뻘건 용암을 진짜로 볼 수 있었을까?

집 근처 공항에서 직항을 타고 음료수 한 잔 마신 후에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났더니 비행기는 그린란드(Greenland) 옆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북반구에서 위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 간주되는데, 물론 더 북쪽에 영토가 있는 다른 큰 나라들은 많이 있지만, 국토의 최남단이 북위 64도에 이르고 레이캬비크(Reykjavik)가 위도가 가장 높은 수도이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9시에 케플라비크(Keflavik)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계단을 내려와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다. 날씨가 흐리기는 했지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늘한게 여름휴가 장소를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여름에도 낮최고 기온이 10℃ 정도이고 일교차도 별로 없는 것은 알았지만, 해안가 레이캬비크의 한겨울 평균기온이 −0.5℃로 높은 위도에 비해서 상당히 온화하다는 것은 복습을 하며 알았다.

터미널에서는 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뒤섞여서 조금 헤맨 후에 입국장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 섬의 모양과 4개의 대표적인 빙하가 안내판에 그려져 있는데, 아이슬란드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과 면적이 가장 비슷한 나라라고 한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섬이라서 막연히 유럽의 '제주도'같은 느낌이 들어서 크기도 작게 느껴졌는데 그게 아니었다.

입국심사를 마치면 바로 넒은 면세점이 나와서, 다른 여행객들처럼 우리도 여기서 맥주 '비외르(bjór)'를 샀다. 대부분이 12캔 포장이라서 두 묶음을 사면서 남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마지막 6일째 밤에 남은 캔들을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마셔버렸다~ ㅎㅎ

미리 예약했던 렌트카는 스즈키 비타라(Vitara)였지만, 현장에서 지프 레니게이드(Renegade)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아이슬란드의 오프로드를 뜻하는 "F-roads"를 달리지는 않았지만, 그냥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거나 링로드를 달릴 때도 거친 비포장 도로가 자주 나왔기 때문에 4WD는 필수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는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한 와이파이 기계를 들고 다니며 인터넷을 이용해서 따로 심카드를 사지는 않았는데, 정말 인적이 없는 도로에서도 인터넷은 거의 끊긴 적이 없었던 듯 하다.
7일간의 여행기 프롤로그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하루 한 장씩의 '쓸데없는' 사진 7장을 올리면서 아이슬란드 여행팁을 조금 더 알려드린다. 해당일의 세부 여행기가 별도 포스팅으로 차례로 추가되겠지만, 요즘 분위기로 봐서 올해 안에 다 쓸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1일차에 레이캬비크 코스트코에서 발견한 오리온 꼬북칩이다! 아내의 철저한 예습덕에 우리는 여기서 햇반, 컵라면, 김 등등을 사서 밥을 해먹으며 다녀서 여행경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단, 첫날 저녁으로 사서 숙소에서 먹은 코스트코 스시 도시락은 조금 별로였다~

2일차 숙소의 본채 건물로, 우리는 뒤쪽에 따로 지어진 별채에서 잤다. 아이슬란드 전체 여행경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게 숙박비인데, 6박을 하면서 호텔, 호스텔, 오두막, 통나무집, 최신 아파트 에어비앤비와 '배럴(barrel)'까지 정말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했다.^^ 우리가 3명이라서 예약이 좀 더 힘들었던 면도 있지만, 대략적인 느낌으로 아이슬란드의 숙박비는 미국의 2배로 생각하면 거의 맞아 떨어졌다.

3일째 아침에 첫번째 관광지 주차장의 주차비를 내는 기계 모습이다. 파르카(Parka) 또는 체크잇(Checkit) 등의 앱으로 낼 수도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주차장이 유료이고 입구에 카메라가 있어서 자율적으로 내지 않으면 나중에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단다.

4일차 오후에 힘든 하이킹을 하고 내려오면서 만난 양(sheep)의 흐릿한 사진도 올려본다. 아이슬란드에서 자동차 여행을 하며 말과 양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인적없는 곳에서 등장하면 야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은 모두 주인이 있는 가축들이라 한다. 또 이 날은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16시간을 돌아다녔는데, 여름철에는 해가 밤 11시를 지나도 떠있어서 시간 감각을 상실한 초인적인 야외활동이 가능했다.

5일째 제2의 도시 아퀴레이리(Akureyri)로 향하면서 판자집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모습이다. 특이한게 이런 무인 주유소는 해외 신용카드를 직접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었던 반면에, 도심의 큰 주유소는 PIN 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와서 직원에게 직접 가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대략 미국의 3배, 한국의 2배 수준으로 정말 비쌌다!

운전거리가 가장 길었던 6일차에 간단한 점심으로 사먹은 자칭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아이슬란드 핫도그 '필쉬르(pylsur)'이다. 일주일 여행에서 아마 서너번 정도 먹었던 것 같은데, 무지막지한 아이슬란드 식당의 물가 때문에 여행하면서 '필수로' 자주 먹게되어 그렇게 불리는 듯...ㅎㅎ

레이캬비크 도심의 생선가게를 지키고 있는 고양이 사진으로 프롤로그를 끝낸다. 마지막 7일째는 레이캬비크 시내만 구경하고 오후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으며 한참을 졸았는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었다. 역시 아이슬란드 여행은 도시보다는 자연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 듯 하다~
우리 가족 역사상 가장 비싼 일주일의 여름휴가였지만, 직장인 따님께서 자기몫 이상을 쾌척해주셨고, 무엇보다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독특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은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또 위기주부 개인적으로는 거의 잃었다고 생각한 해외여행에 대한 흥미를 다시 일깨우는 역할을 했던 2025년 7월의 아이슬란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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