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고, 다른 세계여행 블로그들을 좀 기웃거릴 때...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이 곳이 빠지지 않고 등장해서, 그 나라의 관광지로 기억에 남은 첫번째 장소가 되었다. 야외 온천의 푸르스름한 물 속에서 얼굴에 하얗게 뭐를 바른 사진들도 신기했지만, 특히 기억에 남은 이유는 장소의 이름이, 80년대 남자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모두 기억하는 영화 <푸른 산호초>의 원제와 같았기 때문이다. 비록 본인은 브룩 실즈 대신에 피비 케이츠 책받침을 애용했었지만 말이다~^^

레이캬비크 숙소에서 꿀같은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이 있는 레이캬네스(Reykjanes) 반도의 끝으로 40분을 달려 도착했는데...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받고도 진입로와 주차장이 비포장이라서 황당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기억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러나 여행기를 쓰면서 좀 자세히 찾아보니까,

1년도 안 된 작년 11월 22일에 인근 순드누쿠르(Sundhnúkur) 화산의 폭발로 용암이 위 사진처럼 기존 진입로와 주차장을 완전히 파괴했다 한다! "이런 동네에서 계속 목욕탕 장사해도 되는거야?"

그 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엄청난 수증기를 내뿜고 있는 바로 옆의 스바르첸기(Svartsengi) 지열 발전소이다. 아이슬란드는 전체 전력생산의 70%가 수력이고 나머지 30%가 지열발전인데, 이 두 방법만으로 생산하고도 남아돌아서 많은 전기가 필요한 알루미늄 제련이 주요 산업이라 한다. 1976년부터 운영된 이 발전소는 최대 지하 1.8km까지 뚫은 시추공에서 나오는 고온고압의 지하수로 먼저 발전 터빈을 돌리고, 그 다음에 열교환기로 지역난방 시스템의 온수를 데운 후에 배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발전소 유출수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석호에서 1981년에 한 피부병 환자가 목욕을 하고 호전된 후로 유명해져서, 1987년에 목욕시설이 처음 만들어지고 1992년에 블루라군(Blue Lagoon) 회사가 설립되어, 지금은 연간 1억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고인 물이 푸른 우유빛인 이유는 실리카(SiO2, 이산화규소) 함량이 매우 높은 지하수가 침전되면서 바닥에 흰색 진흙이 형성되기 때문인데, 미네랄 농도가 높아서 식수로는 사용이 불가하고, 인공적으로 소독하지 않았는데도 생물이 거의 살지 못한다고 한다. 즉, 이제 들어가는 목욕탕 물을 마시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는 뜻...

저녁 8시 입장으로 미리 예약한 '청호탕(靑湖湯)'에 쪼리 신고 들어가는 모녀~ (그 많던 옛날 동네 목욕탕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최근 '케데헌'의 인기 때문에 한국의 전통 목욕탕이 관광상품으로 뜬다던데...ㅎㅎ)

시간대별로 요금이 달라서 예약할 때 고민을 좀 했었지만, 여름철에는 밤 11시까지 해가 지지않기 때문에 저녁 8시나 또는 9시 입장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어차피 샤워 후에 수영복을 입고 야외 온천탕과 사우나를 들락거리는 것 외에는 할게 없기 때문에... (푹 불린 후에 쭈그려 앉아 때를 미는 개인 수도꼭지나, 삶은 계란을 까먹을 수 있는 찜질방은 없음) 카운터에서 최첨단 사물함 팔찌를 받아 남녀 구분된 탈의실을 지나면 실내 만남의 장소가 나오고, 거기서 바로 물에 들어간 상태로 야외로 나갈 수가 있었다.

입장했던 블루라군 건물을 배경으로 온천수에 몸을 담근 모녀 모습이다. 뒤쪽으로 걸려있는 흰색 목욕가운은 추가요금을 내야 받을 수 있지만, 사실 한 번 노천탕에 들어가면 물밖으로 나갈 일은 건식 사우나를 이용할 때 뿐이고, 저렇게 걸어 놓으면 아무나 입고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굳이 빌릴 필요가 없다.

역시 V자를 한 부녀의 뒤로 화산암 언덕 너머 피어오르는 지열발전소의 수증기가 보인다. 밖에서 보이던 자연 웅덩이와는 달리 온천탕의 바닥은 인공적으로 모두 평평하게 만들어서 일정한 수심이 유지되고, 위키에 따르면 이틀마다 온천의 물이 모두 교체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틀에 한번씩 물을 완전히 다 빼고 새로 채워넣는다는 뜻은 아니고, 발전소에서 여기까지 설치된 수로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배출되는 수량을 기준으로 대강 그렇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굉장히 넓은 야외풀의 한쪽에는 2년전 칸쿤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풀바(pool bar)가 만들어져 있는데, 기본 입장요금에 한 잔은 포함되어 있고 스마트 팔찌를 이용해서 추가로 사서 마실 수도 있다. 금방 들어와서 목이 마르지 않았으므로 나중에 여기는 다시 들리기로 하고, 넓은 온천탕을 천천히 헤집고 다니다가 건식 사우나로 들어갔다.

아주 기다란 통유리로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우나실 내부 모습이다. LA에 살 때 한인타운 스파를 갔던게 아마 마지막으로 생각되는데, 야간비행으로 도착한 날에 모처럼 사우나로 땀을 쫙 빼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었다.^^

그리고는 블루라군에서 꼭 해봐야 한다는 하얀 머드팩을 얼굴에 바르고 있는 모녀이다. 역시 팔찌를 스캔한 후에 기본적인 실리카 머드마스크를 한스푼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안내판의 소개처럼 라바(lava), 미네랄(mineral), 그리고 알지(algae)가 추가로 들어간 제품도 바로 구입해서 이용할 수 있다. 나중에 건물을 나갈때 지나가는 기념품 가게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보고 엄청 놀랐었는데, 여기서 받았던 실리카 진흙 한스푼 양이면 5달러는 될 것같아 보였다!

위기주부는 머드팩 후에 온천수 폭포를 즐기는 중... 여기 바로 옆으로는 수중 문을 열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습식 사우나도 있어서 이용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돌아다닌 후에 풀바를 찾아가서 모녀는 녹색의 건강쥬스를, 위기주부는 생맥주를 받아 마셨다.

건식 사우나실은 커다란 화산암을 벽돌처럼 쌓은 가운데 통유리가 있는 모습의 외관부터 아주 특별했고, 한 번 더 들어가서 제법 오랜 시간을 또 보냈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블루라군은 영업을 한다는데, 그 때는 정말 유명한 북유럽 사우나의 분위기가 제대로 날 듯...

마지막으로 따로 'Quiet Zone'이라는 표시가 있던, 발전소와 가까운 쪽의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았다. (물 속에서 만세를 하는 사진을 보니 그 옛날 하와이 '천국의 바다'가 또 떠오름) 블루라군에 건선 클리닉이 따로 있을 정도로 머드팩과 온천수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아이슬란드 숙소의 수돗물이 유황 냄새가 나는 온천수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마치고 확실히 부드러워진 피부가 특별히 이 곳의 효과인지는 따로 확인이 불가했다.^^

그렇게 2시간 가까이 '아이슬란드 대표 관광지'를 온몸으로 즐긴 후에, 온천탕이 내다 보이는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하나 마셨다. 사실 여행계획을 세울때는 무슨 온천 입장료가 디즈니랜드랑 맞먹어서 꼭 가야하는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었지만, 아이슬란드까지 왔다면 그 독특한 분위기만으로도 블루라군(Blue Lagoon)은 절대로 건너뛸 수 없는 필수코스라는데 동의한다.

비포장도로를 나와서 레이캬비크 인근 숙소를 향해 속도를 올릴 때, 아내가 조수석 창밖으로 우리가 낮에 가까이서 봤던 화산의 야경을 찍은 모습으로 길었던 아이슬란드 여행 첫날의 이야기를 끝낸다. 숙소 근처 주유소에서 처음 기름을 넣고 배가 살짝 고팠지만 밤 12시 가까워 핫도그 판매도 끝났었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3명이 모두 바로 곯아떨어졌던 기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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