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님께서 이 곳은 블로그나 레딧에서 본게 아니라, 구글맵에서 별점 4.9가 눈에 띄어서 처음 알게된 곳이라 했다. 문제는 뷰포인트까지 하이킹을 해야 하는데 왕복 소요시간 정보가 1시간부터 3시간까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었다. 링로드(Ring Road)에서 역시 비포장 도로로 빠져서 조금 달리니 만든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제법 많았기에, 이 곳을 검색하면 나오는 여러 사이트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인 '숨겨진 보석(hidden gem)' 즉 비경(秘境)이라는 말이 이제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주차비를 내라는 안내판을 무심코 찍을 때만 해도 이름이 잘 읽히지도 않았고, 또 그 뒤쪽으로 이제 올라갈 언덕과 폭포가 보인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었다. 여행기를 쓰면서 아이슬란드어가 늘었는지 물라글류푸르(Múlagljúfur)라는 이름의 뜻이 "Mule Canyon"이라는게 단번에 이해가 된다.^^ 그런데 비포장 도로가 계속 이어지는데 왜 차로 더 못들어가게 막고 주차장을 이렇게 미리 만들었을까?

"가이드님, 이거 몇 시간짜리 하이킹이에요?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위성사진에는 뒤쪽에 보이는 제방 바로 앞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데, 우리는 비포장 도로 왕복에만 20분 정도 더 소요되었다. 서두에 제기한 문제의 결론부터 알려드리면, 옛날 제방에 주차하고 산을 잘 탄다면 1시간에 다녀오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지금은 빨라도 왕복 1시간반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잡아야 하는 하이킹이다.

제방 옆으로 첫번째 언덕을 넘어서 여기까지 오기 전에는 오르막과 땡볕에 물도 떨어지고 해서 그냥 돌아갈까 고민을 살짝 했었다. 이제 고지가 보이니까 다시 힘을 내서 개울을 건너며 생수병도 채워서 목을 축이고, 두 폭포 사이로 보이는 두번째 언덕의 꼭대기까지 능선을 따라서 올라갔다.

1시간여 걸려서 수직으로 300미터 이상의 고도를 올라온 제법 힘든 하이킹이었지만, 그 만큼 깊어진 협곡의 장관을 내려다 보는 순간에 피로가 싹 가셨다! 마침내 전체 모습을 드러낸 한간디포스(Hangandifoss)는 그 낙차가 약 130m로 아이슬란드의 무려 1만개가 넘는다는 폭포들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폭포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부녀가 나란히 앉아서 더 이상 비경이 아닌 절경을 감상하는 모습으로, 저 멀리 협곡이 시작되는 곳에도 다른 폭포가 떨어지는게 보인다.

마치 포토샵이나 요즘 유행하는 AI로 그랜드캐년의 협곡과 요세미티의 폭포를 합친 다음에, 나무들은 모두 없애버리고 녹색의 이끼로 절벽을 덮으라고 명령해서 만든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몰입하고 있는 동안에 옆에 있던 따님이 없어져서 어디 갔나 했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쪽으로 가서 툭 튀어나온 바위를 밟고 서있었다. (아빠를 닮아서 참 겁도 없어요^^) 그리고는 거기서 절대 더 끝쪽으로 가지 말라는 엄마의 경고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절벽 끝에 걸터 앉아서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ㅎㅎ 위험한 짓 했다며 엄마한테 한참을 혼나기는 했지만, 자기 핸드폰의 잠금화면을 이 '인생샷'으로 5년만에 바꾸는 소득이 있었는데, 아빠 기억에 그 전까지 따님 핸드폰의 잠금화면도 정확히 5년전 가족 하이킹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무슨 사진인지 궁금하시면 클릭)

상황이 수습된 후에 함께 조금 더 올라가보기로 했는데, 이 트레일은 오른쪽 너머로 살짝 보이는 설산까지 계속 이어진다고 하지만, 그렇게 높이 올라가는 사람들은 없는 듯 했다.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서 우리는 더 올라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바로 뒤돌아 섰다.
아내가 찍은 짦은 세로 동영상을 클릭하면 우렁찬 폭포 소리와 함께, 갈매기로 추정되는 하얗고 커다란 새들이 협곡 아래로 많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다.

"물 좀 먹고, 이제 내려가자~" (이 사진은 아주 오래전 딸의 모습을 아빠가 따라한 건가?)

마지막으로 가족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고는 하산을 시작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내려가는 하산길의 풍경도 아주 탁 트인 시원함을 선사했는데, 왼편 언덕에 살짝 가린 빙하호에 잠시 들린 것까지 본편에 소개되고, 그 너머로 가늘게 보이는 바다까지 바로 이어지는 커다랗고 유명한 '빙하호수'는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로 다음 편에 따로 등장할 예정이다.

'노새 골짜기'라는 이름과 달리 언덕을 내려오며 산양을 만났는데, 아이슬란드 여행기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산양과 둘이 함께 이동하다가, 사람들이 트레일로 계속 지나다니는 바람에 둘이 떨어져서 서로를 애타게 부르던 장면이다.

가이드가 다음 목적지로 네비게이션에 처음 찍은 곳은 빙하호(glacier lagoon)에서 보트투어를 하는 회사 주차장이라서, 꿋꿋하게 다시 링로드를 조금 되돌아와 또 비포장 도로를 제법 달려서 구글맵에 뷰포인트라고 표시된 곳으로 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멀리 산과 빙하가 보이는데 피얄스요쿨(Fjallsjökull)은 그래서 "Mountain Glacier"라는 평범한 뜻이란다.^^

조금 걸어서 언덕 위에 서니 거대한 빙하와 함께,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여행기 전편과 달리 맑고 큰 호수가 그 아래로 펼쳐졌다.

좀전에 실수로 들렀던 투어회사의 고무보트가 손님들을 가득 태우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커다란 빙하조각 앞을 지나고 있다.

이번에도 부녀만 호수 가까이 걸어가 봤는데, 오후 5시지만 여전히 떨어질 생각을 안하는 태양의 햇살이 하얀 빙하와 물결에 반사되어 시야에 들어오면서... 동시에 이 날 벌써 12시간째 깨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갑작스런 피로와 함께 몰려왔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으로 주차하고 구경해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았고, 예약한 숙소는 거기서 최소 2시간반은 더 이동해야 나오는 장소였기에, 다시 힘을 내서 이 날의 강행군을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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