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2025 아이슬란드

요쿨살론(Jökulsárlón)과 다이아몬드 비치(Diamond Beach)로 길었던 하루를 끝내고 통나무 배럴에 숙박

위기주부 2025. 10. 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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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처럼 도시의 야경을 감상한다고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거나 또는 디즈니랜드같은 놀이공원에서 문 열때 들어가서 문 닫고 나온 적은 있어도, 오직 야외에서 자연경관을 구경하며 돌아다닌 여행으로는 아마도 위기주부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고 출발할 때도, 그리고 밤 10시에 마침내 숙소에 도착했을 때도 모두 해가 떠있었던, 북위 64도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의 여름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 길었던 날의 7번째이자 마지막 목적지로 오후 6시쯤 주차를 한 곳은 아이슬란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들 중의 하나인 요쿨살론(Jökulsárlón)으로, 단어 그대로 번역해서 빙하호수(Glacier Lake)라는 뜻이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 안내판에 그려진 것처럼 해안가쪽과는 달리 여기 호숫가는 주차장이 비포장이었고, 그래도 빈 자리가 없어서 조금 돌다가 빠지는 차를 기다려 겨우 주차를 했었다.

주차장 가장자리로는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건물과 여러 투어사들의 컨테이너 부스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는데, 우리도 그 중 한곳에서 아이슬란드 핫도그 '필쉬르'와 음료를 사서 간단한 저녁을 먼저 먹어야 했다.

막 빙하호수에서 나온 바퀴달린 보트에서 관광객들이 내리고 있는 옆을 지나서 호수쪽으로 걸어갔다.

떠내려온 빙하들이 가득한 호수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보면 알겠지만 빙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역광인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12시간째 강행군을 한 손님들의 표정에서 피곤함이 역력했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여행기 4일째의 4번째 포스팅은 아마도 유일하게 우리 가족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포스팅이 될 듯하다.

줌으로 당겨보면 커다란 호수의 수평선 전체가 거대한 빙하가 끝나는 곳이고, 여기가 호숫물이 바다로 천천히 흘러나가는 길목이다 보니, 부서져 나온 빙하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모여들어서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차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주차할 곳이 또 없을까봐 그냥 우리도 바닷가까지 걸어가기로 했는데, 사진에 보이는 현수교가 좀 전에 우리가 지나온 아이슬란드 1번 도로 '링로드(Ring Road)'이다. 문제는 제법 긴 저 다리도 차선이 하나뿐이라 맞은 편에 오는 차가 없는지 육안으로 확인하고 교대로 지나다녀야 했다는 사실이다.

호수에 떠 있는 빙하의 대부분은 흰색으로 불투명했지만, 가끔 이렇게 청록색을 띠는 아주 오래된 '역사적인 조각'들도 볼 수 있다.

현수교 아래를 지나면 나오는 거무스름한 모래들로 덮힌 바닷가가 바로 다이아몬드 비치(Diamond Beach)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러나 미국 아칸소 주에 있는 '다이아몬드 주립공원'처럼 진짜 다이아몬드를 찾을 수 있는건 아니고, 저기 해안가에서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는...

파도에 부서져 다시 해안으로 떠밀려온 빙하 조각들을 다이아몬드라 부르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혹하게 작명은 참 잘했군~"

여기서는 커다란 얼음 조각에 앉거나 올라가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특히 이 날은 날씨가 맑고 기온도 제법 높았기 때문에, 저렇게 반팔을 입고 바닷가에 널린 빙하들을 구경하는게 색다른 볼거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빙하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혼자 찍는 분도 있었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위치에 있는 얼음 위에 용감하게 두 발로 서려고 시도한 금발의 여성이 이 날의 승자였다! 다이아몬드 비치의 대부분 빙하 조각은 호수에서와 마찬가지로 거의 반투명의 흰색이었지만,

이렇게 투명하게 반짝여서 아주 잠깐 진짜 다이아몬드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조각들도 가끔 있기는 했다.^^

아이슬란드 링로드의 다리가 대부분 1차선인 이유가 홍수가 나서 커다란 빙하가 떠내려 오면서 다리를 파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데, 저 현수교는 교각을 충분히 높게 만들어서 그럴 염려도 없어 보이는데, 왜 처음부터 왕복 2차선으로 만들지 않았는지를 모르겠다... 여하튼 이제는 기나긴 하루 일정을 모두 끝내고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숙소를 찾아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저녁 7시 10분인데 아직도 해가 저렇게 높이 떠있다... 자동차를 몰고 링로드를 한바퀴 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를 구경하고 1시간 거리의 회픈(Höfn)에서 숙박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는 마땅한 숙소가 거기 남아있지 않아서 해안가를 따라 100km를 더 달려서 다음 마을까지 가야했다. 회픈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 물가를 달리는데, 갑자기 조수석의 아내가 백조들이 엄청 많다고 소리를 쳤다. 아내가 사진을 몇 장 찍기는 했지만 살짝 어두워진 상태로 계속 달리는 상황이라 잘 나온게 없어서, 백조에 관해 설명되어 있는 펄란(Perlan) 사이트에서 한 장 가져왔다.

그 곳은 론(Lón) 석호로 아이슬란드 최대의 큰고니(Whopper Swan) 번식지인데, 초가을까지 최대 1만 마리가 거기 살다가 겨울이면 대부분이 영국쪽으로 날라갔다가 봄에 번식을 위해 돌아오지만, 한겨울에도 일부는 계속 남아있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엄청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도 있고 안데르센 <미운 오리 새끼>에도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니 유럽에서는 당연히 흔한 새였다.

그리고는 밤 9시... 인적도 전혀 없고 마주오는 차도 거의 없는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를 계속 조심해서 달려야 했다. 이런 위험한 길을 오직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두 눈 부릅뜨고 30분 이상을 더 운전해서...

작은 어촌인 듀피보구르(Djúpivogur)의 호텔에 도착을 했다. 체크인을 하러 들어간 아내를 기다리며 운전석에서 찍은 사진인데, 왜 바로 따라 들어가지 않았냐면... 우리가 이 날 숙박하는 곳은 이 호텔이 아니라, 호텔에서 함께 관리하는 이 마을 캠핑장에 있는

5번 통나무 배럴(barrel)이었기 때문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화장실과 샤워실이 따로 밖에 있기는 했지만, 다른 캠핑객들은 이용이 불가하고 배럴에서 숙박하는 사람들만 쓰는 전용이라서 아주 깨끗하고 여유가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내부는 이렇게 생겨서 일인용 침대 3개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고, 전기 히터가 양쪽으로 있어서 밤에도 춥지 않았다. 길었던 하루의 피로를 싹 날려버리는 '소울푸드'인 불닭과 맥주로 밤참을 먹고, 6박7일 아이슬란드 여행의 4일째 밤을 이 나무통 안에서 모두 아주 꿀잠을 잤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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