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하나 하자면, 2009년에 출시되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Windows 7) 운영체제에 자체 내장된 풍경 배경화면들(Landscapes) 중에서 아래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거다.

이 곳은 미국서부 아리조나(Arizona) 주의 제일 북쪽에 유타(Utah) 주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위치한 준국립공원격인, 버밀리언클리프 내셔널모뉴먼트(Vermilion Cliffs National Monument) 안에 있는 코요테뷰트 북쪽(Coyote Buttes North) 지역이다. 깨끗하게 주름잡힌 바위가 파도치듯 휘어져있는 모습으로 흔히 '더웨이브(The Wave)'라고 부르는 곳인데, 아래 구도로 찍은 사진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여기는 이 신비한 풍경이 많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루에 단 20명에게만 출입허가증인 퍼밋(permit)을 발급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10명은 온라인으로 4개월전에 신청을 받아서 추첨을 통해서 뽑고, 나머지 10명은 하이킹 전날 아침에 비지터센터에서 접수를 받아서 역시 추첨으로 뽑는다.

위의 표가 Coyote Buttes North "The Wave" Lottery Schedule인데, 여기나 표를 클릭하면 안내 페이지로 링크가 된다. 즉 하이킹을 원하는 달의 4개월 전에 $5의 참가비를 내고 신청을 하면되는데, 처음부터 '로또(Lottery)'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당첨될 확률은 지극히 미미하다.

온라인 신청을 한 다음 달 1일에 이렇게 "Unfortunately... unsuccessful..." 이런 단어가 들어있는 이메일을 받으면 떨어진거다. 못 돌려받는 나의 참가비 $5은 해당지역의 보호에 사용된다는 설명과 함께...T_T (위기주부는 지금까지 $15을 해당지역 발전에 기부했음^^) 그래서... 이번에는 과감히 유타주의 캐납(Kanab)에 있는 비지터센터에서 진행되는 현장추첨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두둥~

금요일 늦은 오후, 라스베가스에는 눈길도 주지않고 지나서 15번 프리웨이를 북동쪽으로 계속 달리고 있다. 네바다(Nevada) 주의 황량한 고지대 저 멀리서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고속도로 끝에 쌍무지개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위기주부가 본 무지개들 중에서 가장 크고, 또렷하고, 완벽했던 무지개!

카메라의 렌즈에 다 담지를 못해서 그렇지, 완전히 반원형의 쌍무지개가 마치 고속도로의 터널입구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내일 아침 로또 추첨을 앞두고, 이건 혹시 좋은 징조가 아닐까?"

15번 프리웨이는 아리조나(Arizona) 주의 북서쪽 모퉁이를 잠시 지나면서, 멀리 보이는 바위산 속의 협곡으로 들어가게 된다.

Virgin River Gorge라는 협곡을 따라서 멋지게 만들어 놓은 도로를 따라 바위산을 올라가면 마침내 콜로라도고원(Colorado Plateau)이 나타나고, 자이언(Zion)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미국 남서부의 절경들을 모아놓은 소위 '그랜드서클(Grand Circle)'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유타(Utah) 주에 들어서니 4월말인데도 저 멀리에는 하얀 눈이 쌓인 산들이 어둑해진 하늘에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세인트조지(St. George)에서 자동차 기름을 채우고 완전히 어두워진 빗속을 1시간반 정도 더 달려서 캐납(Kanab)의 숙소에 도착했는데, 야속하게도 빗줄기는 밤새 그칠 줄을 몰랐다...

다음 날 숙소 바로 옆에 있는 보통 '캐납 비지터센터(Kanab Visitor Center)'라고 부르는 곳을 찾았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런데, 국토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BLM)에서 관리하는 것은 좋은데, 내셔널모뉴먼트 이름이 좀 다른 것 같다. "좀 전에 웨이브는 버밀리언... 뭐시기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하실까봐 또 아래 지도를 일부러 준비했다.

지난 2010년의 그랜드서클(Grand Circle) 여행때 사용했던 AAA의 Indian Country Guide Map에서 필요한 부분만 사진으로 찍었다. 아래쪽 1/3을 나누는 가로 붉은선의 위쪽이 유타, 아래쪽이 아리조나로 왼쪽에 지금 비지터센터가 있는 유타주 캐납(KANAB)이 보인다. 그리고 지도 위쪽에 유명한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국립공원이 있고, 오른쪽 아래에 파웰호수(Lake Powell) 유역의 글렌캐년(Glen Canyon) 국립휴양지가 위치해있다. 그 사이에 갈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모두 BLM에서 관리하는 내셔널모뉴먼트인데, 유타주 지역은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 준국립공원(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으로 1996년에, 아리조나주 지역은 버밀리언클리브 준국립공원(Vermilion Cliffs National Monument)으로 2000년에 각각 지정이 되었다. 아마도 캐납이 유타주에 있다보니 비지터센터의 이름에는 유타주의 한 곳만 써놓았지만, 실제는 같은 BLM 소속으로 두 곳 모두 여기서 안내를 하며, 따라서 더웨이브(The Wave)의 추첨도 여기서 진행을 하는 것이다.

버밀리언클리프 내셔널모뉴먼트의 공식지도인데 '더웨이브(The Wave)'는 Wire Pass Trailhead에서 출발해서 남쪽으로 아리조나주 경계를 넘자마자 나온다. (지도에 쓰인 Maze Rock Art Site 글자의 'a' 위치) 그래서, 웨이브가 유타와 아리조나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할 수 있는데, 유타주에서 트레일을 시작하지만 정확히는 아리조나주에 있는 셈이다. 이외에 협곡을 탐험하는 벅스킨걸치(Buckskin Gulch) 트레일과 코요테뷰트 남쪽의 포홀(Paw Hole) 트레일이 있는데 역시 모두 퍼밋이 필요하다. 안쪽에 있는 화이트포켓(White Pocket)은 퍼밋은 필요없지만 4WD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파리아캐년(Paria Canyon)을 따라서 야영을 하면서 콜로라도 강을 만나는 리스페리(Lee's Ferry)까지 하이킹을 하는 탐험가들도 있단다.

비지터센터 내부에는 날씨도 좋지 않은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부터 뭔가 열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사진 제일 오른쪽에 이번 '오지탐험' 여행을 위기주부와 함께 해주신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의 Eric Hong 사장님이 보인다.

오호~ 'Wave Lottery'라고 추첨실까지 따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8시반에 문을 열고는 9시가 되면 얄짤없이 문을 잠그고 추첨을 시작한다고 되어 있다. 참고로 두 개의 시계처럼 지도상으로도 완전히 남북으로 붙어있는 아리조나와 유타의 시간이 다른데, 두 주가 모두 미국의 산악시간대(Mountain Standard Time, MST)를 쓰기는 하지만, 아리조나 주는 일광절약시간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봄~가을에는 이렇게 1시간의 시차가 나는 것이다. 여기 캐납(Kanab)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유타주이기 때문에, 웨이브 현장추첨은 유타주 시간에 맞춰서 아침 8:30에 시작되니까 헷갈리면 안된다.

시간이 좀 남아서 비지터센터의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홍사장님의 모습이다. 잘 만들어진 이 지역의 모형도와 그 뒤로는 여기 원주민들의 옛날 생활상을 설명을 해놓았다.

'거대한 계단' 지층단면도(grand staircase stratigraphy)를 아주 잘 그려놓았는데, 설명하자면 끝이 없으므로 과감히... 생략! ^^

8시반이 지나자 BLM 직원이 모여든 많은 사람들에게 '웨이브 추첨(Wave Lottery)'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밖에서 설명을 한 다음에, 뒤쪽에 보이는 문을 열고 추첨실로 모두 입장을 하게 된다.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이라서 빈 자리가 보이지만 나중에 9시가 지나자 거의 모든 자리가 찼는데, 성수기에는 모두가 입장할 수가 없어서 각 그룹의 대표자만 입장을 해서 추첨을 하기도 한단다! 최대 6명까지 한 그룹으로 응모가 가능한데, 하나의 그룹은 대표자 1명만 응모가 가능하고 중복으로 지원하면 실격이 된다고 한다.

9시가 되자 접수가 마감되고 BLM 직원이 최종적으로 지원서를 확인하고 있는데, 이 날은 모두 25그룹이 추첨에 응모를 했다. 특히 사진 왼쪽에 보이는 파란색 폴더에는 전날 탈락했던 지원서들인데, 오늘 와서 다시 응모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고, 3일 연달아서 현장 추첨에 도전하는 일본인 커플도 있었다!

각 그룹의 번호를 한번씩 불러준 다음에 1~25번까지 번호가 적인 나무공을 집어서 까만색 추첨기계(?)에 넣고 있는 모습이다. 책상위에 한셋트에 35개씩 두셋트로 70번까지 적힌 나무공이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하냐고 물어봤더니, 서랍속에 71~140번의 번호가 적힌 나무공 두셋트가 더 있단다! 실제로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둘쩻날인 금요일 아침의 현장추첨에서는 나무공 124개를 저 통안에 넣고 돌린 적도 있다고 한다...

당첨된 3개의 번호가 적힌 공이 바닥에 있고, 4번째 나무공이 막 선택이 되었다. 과연 위기주부와 홍사장님은 당첨이 되었을까?

PS1. 더웨이브(The Wave)를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걱정되는 것이, 온라인과 현장추첨에 더 많은 한국분들이 지원하면서 혹시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그늘이 전혀 없는 왕복 6시간 이상의 트레일인데 하루 20명으로 제한이 되어있어서 사람들도 없고 트레일 표시도 없어서, 섭씨 40도까지도 올라가는 여름철에는 길을 잃어서 사망사고도 자주 발생을 하는 곳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PS2. 미서부 LA현지 트레킹 전문여행사 유니투어와 위기주부가 함께하는 7월달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1구간과 요세미티 하프돔 등반 산행의 추가 참가신청을 받고 있으므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셔서 안내포스팅을 보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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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빠른바람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추첨운이 없어서 고민중입니다. 그런데 왕복 6시간이면 아이들이 힘들어 해서 고민이 되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16.05.12 02:03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들과 하기에 적당한 트레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블로그 방문 감사합니다.^^

      2016.05.12 14:0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