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과 공연장

뮤지컬 해밀턴(Hamilton: An American Musical)을 헐리우드 팬터지극장(Pantages Theatre)에서 관람

위기주부 2017. 11. 1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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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화제의 뮤지컬인 <해밀턴> Hamilton: An American Musical을 지난 주에, 딸아이 친구 가족의 초대로 우리집 3명 모두가 함께 LA 헐리우드에 있는 팬터지극장(Pantages Theatre)에서 관람을 했다.

미국 건국의 주역 중의 한 명으로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이야기를 다룬 이 뮤지컬은,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가 작사, 작곡, 각본, 그리고 주연까지 맡아서 2015년 8월부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역사극임에도 기가막힌 랩과 힙합, R&B와 소울 등의 음악이 최고이고, 인종을 불문한 캐스팅과 현대적이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와 안무로 엄청난 인기를 끌어서, 뉴욕에 이은 시카고 공연과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투어 공연의 스케쥴이 발표되고 예매를 시작하기만 하면, 전체 공연이 거의 바로 매진되고 있는 엄청난 뮤지컬이다.

2016년 토니상 시상식 기념공연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당시 대통령인 오바마 부부의 소개로 공연이 시작된다. (앞쪽 소개하는 부분을 건너뛰시려면 2분 이후부터 보시면 됨) 이 시상식에서 뮤지컬 해밀턴은 토니상 70년 역사에서 신기록인 16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서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단다! 이런 인기로 해밀턴은 티켓이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인데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 스케쥴이 나오는 족족 매진이 되고 있어서, 티켓 재판매 사이트에서 암표(?)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뮤지컬이다. (제작자 린-마누엘 미란다가 마지막 주연을 맡은 브로드웨이 공연의 티켓이 22,000달러... 약 2천5백만원에 팔렸다는 전설이 있음)

올해 3월에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시작한 미국투어 공연의 두번째 기착지가 여기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헐리우드에 있는 팬터지극장(Pantages Theatre)으로, 8월부터 시작을 해서 올해말 12월 30일까지 약 5개월간 공연을 하고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초대하신 분이 찍어주신 우리 가족사진이다...^^


입장을 하면서 찍은 극장입구의 모습으로 출입문 위에도 뮤지컬 포스터와 같은 황금색 빛바랜 종이 느낌의 배너를 걸어놓았는데, 이 황금색 종이는 아마도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자리는 1층 제일 뒤쪽으로 무대가 좀 멀기는 했지만... 뭐 연기자들의 얼굴을 보러 온 것은 아니니까~^^ 뮤지컬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가 필요하신 분은 Wikipedia(영어) 또는 나무위키(한국어) 사이트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아래의 뮤지컬 사진과 동영상은 팬터지 극장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시카고 공연의 모습이라고 함)

해밀턴이 카리브해 영국식민지에서 사생아로 태어나서, 가난 속에서 고통을 받다가 미귝 뉴욕에 도착하는 모습을 그린 첫번째 곡 "Alexander Hamilton"으로,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해밀턴도 바로 '이민자(immigrant)'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누가 해밀턴이냐고? 가운데 서있는 흑인 연기자가 해밀턴이다!"

뉴욕에서 해밀턴은 나중에 미국의 3대 부통령이 되는 애런 버(Aaron Burr)를 만나서 미국 독립혁명에 가담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만난 혁명동지들... 왼쪽부터 멀리건(Hercules Mulligan), 라파예트(Marquis de Lafayette), 로렌스(John Laurens)와 함께 부르는 흥겨운 노래가 대표곡인 "My Shot"이다. (2막에서 라파예트 역을 맡은 배우는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으로, 멀리건 역을 맡은 배우는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으로 역을 바꿔서 이중출연을 함)

이 뮤지컬에서는 머리를 절반만 밀어버린 가운데 여성과, 왼쪽의 백인, 그리고 오른쪽의 흑인이 세자매 "The Schuyler Sisters"로 나와도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가운데 있는 맏언니 안젤리카(Angelica)의 주선으로 왼쪽 일라이자(Eliza)가 무도회에서 만난 해밀턴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오른쪽의 막내 페기(Peggy)는 2막에서 해밀턴과 바람을 피는 여성인 마리아 레이놀즈(Maria Reynolds) 역으로 또 이중출연을 하게된다.

해밀턴은 독립군 사령관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오른팔 "Right Hand Man"이 되어서, 요크타운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다. 그리고 미국이 독립하고 초대 대통령이 된 워싱턴이 해밀턴을 재무장관에 앉히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겠지만, 왼쪽의 해밀턴에게 펜을 건네는 오른쪽의 흑인 배우가 워싱턴 대통령이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하는 코믹 연기를 맡은 감초 역할은 바로... 미국 독립전쟁 당시의 영국왕 조지3세(King George III)이다. 홀로 나와서 "You'll Be Back"과 "What Comes Next?" 등의 곡을 부르는데, 동일한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다~ Da da da dat da dat da da da da ya da, Da da dat— Everybody!

1막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팬터지극장의 로비 계단에서 내려다 본 모습인데, 멋진 극장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에 여기서 본 뮤지컬 <위키드> Wicked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2막이 시작하기 전에 관람석 앞쪽으로 나가서 천정을 올려다 봤다. "이런 멋진 극장에서 이런 재미있는 뮤지컬을..." ^^

독립 후 프랑스에서 돌아와 국무장관이 되는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What'd I Miss"라는 곡을 부르며 등장하면서 2막이 시작된다. 해밀턴과 제퍼슨이 두 번의 국무회의에서 국정현안을 놓고 대통령 워싱턴의 사회로 '랩배틀(rap battle)'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이 뮤지컬을 만든 사람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둘은 이렇게 사사건건 대립하지만, 마지막에 해밀턴이 Aaron Burr와 Thomas Jefferson 중에서 제퍼슨을 3대 대통령으로 밀어주게 된다.

지금까지 등장인물들을 보면 대단한 미국 독립의 역사를 풀어가는 것 같지만, 이 뮤지컬의 주제는 다음 한마디로 딱 요약이 된다... 유부남이 바람 피면 인생 망친다는 것! 그렇게 스캔들로 정계에서 쫓겨난 해밀턴은 결국 3대 부통령 애런 버와의 결투에서 총을 맞아 49세의 나이로 죽고만다.

해밀턴이 죽고 그의 아내 일라이자 해밀턴(Eliza Hamilton)과 모든 등장인물들이 마지막 곡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을 부르면서 뮤지컬이 끝나는데, 개인적으로는 마무리가 약간 약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대표곡 "My Shot"을 깔고 뮤지컬의 주요장면을 보여주는 영상이므로, 클릭해서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사실 이 뮤지컬이 히트하기 전에는 알렉산더 해밀턴은 아래의 초상화 속 인물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미국 10달러 지폐 앞면의 주인공으로 초대 재무장관이라는 것 때문에 선택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통용되는 7종류의 지폐에 등장하는 7명중에서 대통령이 아니었던 사람은 해밀턴과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딱 두 명인데, 프랭클린이야 'The First American'으로 불릴만큼 워낙 미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지만, 해밀턴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단다. 그래서 2015년에 미국 재무부에서는 10달러 지폐의 인물을 여성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발표를 했는데, 순전히 이 뮤지컬의 흥행으로 해밀턴의 인기가 올라가서 그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에 20달러 지폐의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을 2020년까지 여성으로 바꾼다고 발표를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현재 재무장관은 20달러 지폐의 인물변경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 정말로 재미있고 특이한 뮤지컬로 즐겁게 봤는데,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의 라임(rhyme)을 이용한 랩이라서 번역도 쉽지않고 또 내용도 미국역사라서 영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공연되기 어려운 뮤지컬이라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벌써 영화로 제작이 계획되고 있다고 하므로 한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내년쯤 뮤지컬 영화로 보실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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