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여기서 '우리 동네'는 조금 넓게 봐서 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까지를 포함한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린다. 이 넒게 잡은 우리 동네의 특징은 내셔널(National)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장소나 볼거리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북부 버지니아로 이사와서 첫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의 오후에, 소위 DMV(D.C.-Maryland-Virginia)라 불리는 우리 동네의 '내셔널...'들을 둘러본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그 전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먼저 점심을 먹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LA에서 DC로 대륙횡단 이사계획 포스팅을 올렸을 때, 이웃님 한 분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Peking Gourmet Inn에서 오리요리를 꼭 먹어보라는 댓글을 남겨주셨었다. 도착해서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난 한국분과 말씀을 나누다가 유명한 음식점이라는 이야기를 또 들어서, 가족이 크리스마스 런치를 여기서 먹어보기로 했다. 식당의 영어이름을 한글로 쓰기도 어렵고, 그냥 한국의 동네마다 있는 중국집 이름인 '북경반점'이라고 부르는게 편할 것 같다.
이 북경반점은 폴스처치(Falls Church)라는 마을의 비교적 허름한 상가건물에 들어서 있는데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프론트에서 까만 나비넥타이와 양복을 입은 직원을 마주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홀과 분리된 입구부터 사방에 수 많은 사진액자가 걸려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살짝 보이는 왼쪽 벽을 자세히 보면...
미국의 대통령들과 급을 같이 하는 싸이가 가운데 보이는데, 옛날에 얼굴이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 스쳐지나간' 인연이 있어서 반가웠다.^^ 그 위쪽으로 제41대 '아버지' 부시(George H. W. Bush)와 오른쪽에 제43대 '아들' 부시(George W. Bush), 그리고 그 위에는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인 '호두왕자' 마윈의 모습도 보인다.
많은 다른 음식점들이 문을 닫는 크리스마스에 예약전화가 계속 불통이라 예약도 없이 인기있다는 중국집에 왔는데, 다행히 거의 기다리지 않고 빈자리가 나와서 앉을 수가 있었다. 일년에 딱 하루 유대인들이 중국인들에게 고마워하는 날이 바로 성탄절이라는 농담이 있다는데, 우리도 옛날 라스베가스에서 M호텔 뷔페를 먹으려다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판다익스프레스에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먹으며 감사해 했던 추억이 떠올랐다.
넓은 홀의 모든 벽에도 이 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진이 빼곡히 붙어있다. 1978년에 DC 외곽에 문을 연 허름한 중국집이 이렇게 유명해진 것은 오로지 앞서 소개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문인데, 중국음식을 좋아하던 그는 1981년부터 8년간의 부통령과 연이어서 4년간의 대통령 재임기간에 50회 가까이 이 북경반점에서 식사와 연회를 즐겼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아들 부시' 등 공화당 정치인들도 자주 방문해서 사진을 남겼고, 뒤따라서 다른 연예인들도 이 곳을 찾게 된 것이다.
예약도 없이 와서 요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북경오리를 시켰지만, 거의 바로 나온 것으로 봐서 그냥 그 날 장사할 만큼은 항상 미리 만들어두는 것으로 생각된다. 요리사같지는 않고 전문적으로 오리만 잘라주는 일을 하는 직원이 칼로 오리를 썰고 있는데, 일단 속이 좀 불그스레한 것이 생각보다는 조금 덜 구워진 느낌이 들었다.
오리의 껍질과 고기가 놓여진 접시를 놓고 모녀사진 한 장 더... 다른 간단한 아페타이저만 하나 더 시켜서 식탁이 좀 단조로워 보이기는 한다.
왠만해서 이런 음식 사진은 잘 안 찍는데, 밀전병에 고기와 파, 소스를 놓고 한 번 찍어봤다. 미국 대통령의 단골집이었고 그래서 전세계 많은 유명인들이 다녀간 북경오리 전문점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집의 결론은 옛날 맛있게 먹었던 놀부 유황오리의 추억만 떠오르게 할 뿐이고, 몇 년전에 아내와 지혜가 한국에서 먹었던 북경오리 요리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여하튼 식사를 했으니 이제 금강산... 말고 백악관 구경을 하러 가보자~
폴스처치에서 알링턴(Arlington)을 지나 20분 정도 달려서 백악관 남쪽 잔디밭 근처에 주차를 했다. 옛날에는 저 까만 높은 창살의 바로 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보시려면 클릭) 언제부터인지 보행자 통행은 금지되었고, 자전거 등을 타고 멈추지 않고 지나갈 수만 있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저 우리 동네 '하얀집'이 아니라 남쪽 잔디밭에 심어져 있는,
미국의 내셔널크리스마스트리(National Christmas Tree)를 직접 구경하는 것으로, 멀리 남쪽에 서있는 워싱턴 기념탑도 함께 보인다.
커다란 메인트리를 중심으로 그 둘레에 작은 트리들이 많이 심어져 있는데, 그 수는 58개라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 미국의 50개 주와 5개의 해외 영토 및 워싱턴DC의 56개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대표하는 Bureau of Indian Education과 해외에 주둔중인 미군을 대표하는 Department of Defense의 트리가 추가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있는 타원형의 큰 잔디밭인 The Ellipse와 북쪽의 화이트하우스는 국립공원청에서 별도로 President's Park (White House)라는 독립된 오피셜유닛으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NPS에서 만들어 놓은 안내판도 볼 수가 있다.
미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들 중에 하나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로 살아있는 나무를 잘라서 쓰고는 말라죽으면 버린다는 것이었는데 (제일 유명한 뉴욕의 록펠러센터의 커다란 트리도 살아있던 나무를 잘라서 세워놓은 것임), 안내판의 설명을 읽어보니 다행히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나무들은 옮겨다 심어서 계속 살아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또 궁금한 것이 내년에도 계속 이 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는 것인지? 아니면 매년 다른 나무를 옮겨다가 심고 뽑고 하는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주변에 작은 나무들이 서있는 둘레길의 이름은 Pathway of Peace로, 트리에 매달린 장식들은 모두 그 지역의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린 것을 여기로 공수해와서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캘리포니아 트리가 가장 눈에 들어왔는데, 특히 올해 선정된 학교가 3달전까지만 해도 위기주부가 살던 곳의 바로 옆인 사우전드오크 초등학교(Thousand Oaks Elementary)라서 더욱 반가웠다.
"저 백악관 투어도 한 번 해봐야 되는데... 내년에는 정말 열심히 우리 동네 구석구석 구경을 해야지~ 합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의 트리가 있는데, 여기 장식은 독일, 한국, 푸에르토리코의 미군기지 내 학교의 학생들이 그려서 보낸 것이라고 되어있다. 이 사진 오른편 아래에 한국 Camp Humphreys의 고등학생이 그린 무궁화, 호랑이, 까치의 그림이 보이고,
위쪽에는 성조기와 태극기, 독수리와 무궁화가 짝을 이룬 그림과 조선시대 어좌 뒤에 놓여진 병풍의 일월오봉도가 있어서, 특히 연말을 맞아 고국을 생각나게 했다. 트리에 불이 들어오는 해질녁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빗방울도 떨어지고 크리스마스라 다른 문을 연 곳도 없고 해서, 또 우리 동네 '내셔널 트리'는 내년에도 또 보러오면 되니까, 그냥 다른 곳에 또 멋지고 이쁜 '내셔널...'이 있다고 해서 구경하러 차를 몰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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