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우리가족 사는 모습

지하철 타고 워싱턴DC 내셔널몰에 가서, 미국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4th of July Fireworks' 구경하기

위기주부 2022. 7.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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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말에 가족이 플로리다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6월초에 지혜를 인턴하는 뉴욕에 바래다 준 이후로 정확히 딱 1개월간을 여러 상황 때문에 말 그대로 칩거를 했다~ 그래서 월요일에 맞아 떨어져서 모처럼 연휴가 된 미국 독립기념일 휴일 당일에도 오후 1시까지 계속 집에서 '뒹굴모드'로 있다가, 갑작스런 사모님의 제안에 따라서... 미국의 수도에서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자축해서 쏜다는 '7월4일 불꽃놀이(4th of July Fireworks)'를 지하철을 타고 보러가기로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인 레스톤, 정확히는 Wiehle-Reston East 역에 실버라인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메트로(Metro)에서 운영하는 이 역의 주차장이 무료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아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이용을 하게될 것 같다.

40분 정도 걸려서 워싱턴DC의 내셔널몰(National Mall) 아래의 스미소니언 역에 도착해서 잔디밭으로 올라왔는데, 지난 3월 봄방학 때 온 이후로 거진 4개월만의 방문이라서 짙은 녹색의 잔디가 신기했다. 박물관들 문 닫을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가보지 못 했던 몇 곳을 짧게 둘러본 이야기는 별도로 차차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국립공원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지도에서 Restricted Area라고 되어있는 기다란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에서 폭죽을 쏜다. 관람에 명당이라서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은 Secured Area로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에 표시된 4곳의 Access Point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단다. 그리고 교통은 일찌감치 내셔널몰 부근이 다 통제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를 몰고 올 생각은 가급적 하지말라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박물관들을 구경하고 오후 6시쯤 다시 돌아와보니, 아직도 햇살이 엄청 뜨거웠는데 벌써 잔디밭 중앙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진은 안 올리지만 좌우 나무그늘 아래에는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미 빼곡했다. 여기 내셔널몰 동쪽 국회의사당 가까운 곳에서 불꽃놀이를 보면, 저 워싱턴 기념비와 어우러지는 불꽃의 모습을 볼 수는 있겠지만 거리가 좀 멀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서쪽으로 좀 더 가까이 걸어가기로 했다.

문제는 저 작열하는 7월의 오후 햇살을 정통으로 마주보며 걷는게 쉽지 않았다는 것... 교통이 차단된 워싱턴모뉴먼트 근처까지 오니까 오른편에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곳이 보였는데,

소방서에서 기계를 가지고 나와서 사람들을 위해서 시원한 물안개를 뿌려주고 있었다. 사모님이 나이도 잊으시고 저 물을 맞으러 가시겠다는 것을 겨우 말려서, 기념비 서쪽으로 좀 더 걸어갔지만...

통제구역이 시작되는 도로변의 나무그늘에 이렇게 자리를 깔고는 위기주부가 급히 만든 스팸 무스비로 일단 저녁을 먹었다. 손에 들고있는 빨간 캔은 코카콜라제로인데 내셔널몰은 이렇게 피크닉은 가능하지만 주류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저녁을 먹고는 원래 계획이었던 링컨기념관 앞의 계단까지 계속 가볼까 고민을 했지만, 불꽃놀이가 끝나고 다시 지하철 역까지 돌아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이 근처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뉘엿뉘엿 햇살이 좀 약해지는 듯 해서 가방을 챙겨 자리 물색에 나섰는데, 지대가 높아서 잘 보일 것 같은 저 워싱턴 기념탑 주변은 이미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2차대전 기념관 바로 건너편의 잔디밭, 그러니까 불꽃을 쏘는 곳 동편에서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서쪽으로 멀리 링컨메모리얼이 정면에 보이고,

뒤를 돌아서 줌으로 당겨보면 연필탑을 둘러싼 성조기들과 알록달록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제법 오래 살았으면서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를 직접 보기위해 찾아온 것은 LA에 살던 2013년에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마리나델레이(Marina del Rey) 바닷가에 갔던 것이 이전까지 유일했다.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링컨 기념관 앞의 계단에 사람들이 빼곡하고, 리플렉팅풀의 좌우로 발사를 기다리는 폭죽들이 들어있는 박스들이 여러 개씩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 번에 벚꽃구경을 와서도 후회했던 것처럼 이 날도 DSLR 카메라를 들고오지 않은걸 참 안타까워 하며 핸드폰 줌으로 당겨봤다.

방문 증명으로 커플셀카도 한 장 찍어서, 뉴욕에서 독립기념일을 혼자 맞는 지혜에게도 카톡으로 보내줬다.

불꽃놀이 30분 정도를 남겨놓고 사방을 한바퀴 돌아본 모습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대표사진의 여성분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성조기를 양팔로 펼쳐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성조기를 들고 오거나 국기로 디자인된 옷이나 소품들을 챙겨와서 독립기념일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진 하늘에는 방송사인지 경찰인지 헬기도 한 대 날아다녀서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고,

정면에 멀리 보이는 기념관에도 조명이 들어와서 링컨 대통령의 좌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온다는 '블루아워(blue hour)'에 조명이 들어온 뾰족한 연필탑을 구경하는 것도 이 날 구경의 덤이라고 생각을 하며 뒤돌아서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밤 9:09 p.m.에 시작한다고 했던 불꽃이 아무 사전예고도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디즈니월드 불꽃놀이처럼 안내방송을 하는게 아니구나~" 그런데, 왜 9시 정각이나 10분 또는 20분이 아니고, 9시 9분에 쏘는 것인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

가로방향으로 찍은 초반 4분 정도를 유튜브에 올린 비디오로 보실 수가 있다. 일찌감치 서있는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편하게 앉아서 계속 볼 생각이었지만, 바로 앞의 여성분이 일어나시는 바람에 결국에는 모두가 일어서서 볼 수 밖에는 없었다.

겨울에 하는 새해맞이 불꽃놀이와는 달리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하늘을 배경으로 터지는 커다란 불꽃들이 또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일반 줌으로 세로로 찍으니까 화면에 꽉 차게 보이는 것 같아서, 이후로는 동영상도 그냥 세로로 찍었다.

중간에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노래를 배경으로 약 1분30초 동안 불꽃을 쏘는 영상을 보실 수 있다. 빵빵 터지는 폭죽 소리와 다이너마이트라는 곡명이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시 사진 모드로 바꿔서 마구 눌렀는데, 리플렉팅풀의 좌우에서만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물 위로도 시설을 설치해 한가운데에서 부채꼴로 불꽃을 쏘기도 했다.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시야를 꽉 채우면서 터지는 엄청난 크기의 폭죽도 있었고, 또 그 만큼 폭발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색깔이 좀 단조롭기는 하지만 가장 깔끔하게 찍힌 것 같아서, 이 사진을 포스팅의 대표사진으로 쓰기로 했다.

그래도 역시 불꽃이 빵빵 터지는 동영상이 좋을 것 같아서, 마지막 피날레 2분 정도는 다시 비디오를 찍었다. 귀에 익숙한 행진곡(?)과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별과 알파벳 USA 모양의 폭죽이 터지다가, 막판에는 거의 기관총 수준의 소음과 함께 물량공세로 마무리가 되었다. 행사 홈페이지를 보면 미리 귀마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가 되어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중이라서 이런 표현이 좀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거의 링컨기념관이 집중포격을 받은 것 같이 연기가 자욱했고, 다행인 것은 북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우리가 구경하는 곳은 화약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조명을 받고 서있는 워싱턴기념탑을 한 번 더 올려다 본다. "저 꼭대기에 한 번 올라가봐야 되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예상했던데로 내셔널몰의 스미소니언 정류소는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 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완전히 움직임이 멈춰 버렸다. 사진을 찍고나서 5분 정도 꼼짝을 하지 않아서 우리는 이전의 다른 역까지 걸어갔는데 거기도 직원이 입구를 막고 있어서, 하나를 더 걸어가서 두 정거장이나 3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갔다.

그래서 Federal Center SW 역에 도착해 우리가 타야할 실버라인을 밤 10:45에야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이 다음과 스미소니언에 섰을 때 사람들이 많이 안 타는 것으로 봐서, 그냥 기다려도 이 열차를 탈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조금 허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차 스트레스 없이 워싱턴DC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잘 보고 와서 기뻤다. 언제까지 버지니아에 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년에는 꼭 링컨메모리얼의 계단에 앉아서 다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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