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우리가족 사는 모습

벚꽃사진으로 유명한 반고흐 다리(Van Gogh Bridge)가 있는 페어팩스 레스톤의 레이크앤(Lake Anne)

위기주부 2023. 5. 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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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북부 버지니아 페어팩스(Fairfax) 카운티로 이사를 계획하며 알아본 후보지 중에 레스톤(Reston)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워싱턴DC와 덜레스 국제공항을 잇는 고속도로와 전철이 지나가서 교통이 편리한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 그런 만큼 많은 유명한 회사도 입주해있고 또 집값도 상대적으로 비쌌던 곳이다. 근처 다른 동네의 이름들은 빌(ville), 버그(burg), 타운(town) 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시에 '레스톤'이라는 마을의 이름이 짧으면서도 상당히 현대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 이 날 외출의 목적은 미국의 살인적인 인터넷 예매 추가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 여기 울프트랩 국립공연장(Wolf Trap National Park for the Performing Arts) 매표소를 찾아온 것인데, 미국의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420여개의 오피셜유닛(official unit)들 중에서 유일하게 공연장이 '넓은 의미의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울프트랩은 약 7천명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인데, 앞쪽 관람석은 2층으로 만들어져 지붕이 있고, 그 뒤로 그냥 잔디밭인 야외석이 만들어져 있다. 이 곳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은 예매한 7월 공연을 본 후에 블로그에 소개가 될테니 그만 넘어가는데... 우리는 잔디밭 자리로 예약했는데, 갑자기 그 날 비가 많이 오면 어떻게 되는거지?

예매표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난 봄에 알게 된 벚꽃사진으로 유명하다는 레이크앤(Lake Anne)이라는 작은 호수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상가 입구에 의외로 버지니아 역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여기 호숫가가 레스톤(Reston)의 첫번째 거주지로 개발이 되었던 곳이고, 레스톤은 미국에서 최초로 현대적인 마스터플랜(master-plan)에 따라 건설된 마을들 중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모던하면서도 관광지 분위기가 풍기던 레이크앤 플라자(Lake Anne Plaza)를 통과해서 호수쪽으로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인데, 왼편의 시계탑은 고장이 났거나 멈춘 듯 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위기주부와 어깨동무를 하고있는 분이 Robert E. Simon Jr.로 자신 이름의 머릿글자와 타운(town)을 합쳐서 "RESTON"이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뒤로 보이는 호수는 그의 첫번째 부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는 뉴욕 맨하탄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부친의 부동산업을 물려받았는데, 집안이 소유한 카네기홀(Carnegie Hall)을 1960년에 뉴욕시에 5백만불에 팔고는, 그 돈으로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로 와서 양조장 하나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없던 27 km²의 땅을 사서 새로운 마을을 만든 것이다.

물가에 우뚝 서있는 이 15층짜리 아파트는 '1964 Tower' 또는 헤론하우스(Heron House)로 불리는데, 얼핏 페인트도 다 벗겨진 흉물처럼 보이지만... 당시에 유행하던 벽돌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하는 미니멀리즘 건축양식인 영국의 Brutalist architectural style로 지은 것이란다.

빌리지센터(Village Center)로 불리는 저 현대식 곡선 건물은 1층에는 상업시설, 2~3층은 주거용인 주상복합으로 만들어졌는데, 2017년에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지정이 되었다. 벤치에 앉은 뒷모습이 작게 보이는 '레스톤의 설립자'는 1993년부터 여생을 여기 아파트에서 보냈는데, 레스톤 설립 40주년이던 2004년에 그의 동상이 만들어졌고, 2015년에 101세의 나이로 자신이 만든 레스톤에서 죽었단다.

앤 호수는 인공 저수지로 만들어졌고, 마을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1964년부터 저 제트분수가 물을 쏘아올렸다는데, 위기주부에게는 아주 오래전의 유럽여행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굉장히 좋은 날씨에 여유로웠던 그 날 오후의 풍경이다~ 얼핏 이 모습만 보면 레스톤을 별로 보잘 것 없는 시골마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남쪽에 고속도로 인터체인지와 전철역을 중심으로 최근에 개발된 쇼핑센터와 고층빌딩의 도심은 따로 있다. (옛날 대륙횡단 이사의 중간 포스팅에서 레스톤의 그런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있음)

주민 한 분이 나룻배를 분수 근처까지 몰고 나가서 낚시를 하는데, 아마도 아내분이 저녁거리를 잡아오라고 한 모양이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고기를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집 바로 앞의 '수상거실'에서 낚싯대만 던져놓고는 의자에 앉아서 낮술을 즐기시는 분도 가운데 기둥 뒤로 살짝 보인다.

우리도 호숫가를 따라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는데, 파랑과 빨강으로 칠해진 길거리 무인 도서관에 노랑 우산을 씌워놓은 것이 보였다. 이렇게 호숫가 마을 전체가 뭔가 예술적인 분위기가 팍팍 느껴지는 곳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서 The Green Trail을 따라 호숫물이 흘러드는 쪽으로 올라가는데, 옥외 가구로 잘 꾸며놓은 떠다니는 수상거실의 감아놓은 천막 위에 커다란 새가 한 마리 앉아있다. (이미지 검색으로 찾아보니 왜가리의 한 종류인 Great Blue Heron이라고 나오는데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음)

개울이 호수로 흘러드는 입구의 수문 위에 만들어진 '흔들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는 사모님의 뒷모습이다.

나무 너머로 솟아있는 헤론 하우스 아파트와 아직도 그대로 앉아있는 그레이트 블루 헤론... "너도 멍때리고 있냐?"

"이 집에는 미움이 없다"라고 한글로도 씌여진 사인이 어떤 집의 나무에 붙어 있어서 찍어봤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 말고는 다른 유럽어들도 없는데, 아랍어(?)들과 함께 한국어만 적혀있는게 좀 신기했다.

이제 다시 돌아서 건너갈 저 작은 다리는 반고흐 브리지(Van Gogh Bridg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좌우로 보이는 나무들이 모두 벚나무라서, 봄철에 벚꽃사진을 찍는 포토스팟으로 매우 유명한 장소라고 하므로, 내년에는 벚꽃이 피었을 때 한 번 와봐야 겠다. 참, 이 보행교가 반고흐 다리로 불리게 된 이유는 건축회사가 아래 그림속의 다리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기 때문이란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프랑스 아를(Arles)에 머무는 동안에 그린 여러 그림에 등장하는 Langlois Bridge를 1888년에 그린 유화이다. 물론 그림 속의 다리는 아래로 큰 배가 지나갈 때 상판이 들려지는 구조로 레이크앤의 다리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나무기둥과 줄로 지탱이 되는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이상으로 잠깐 예매표를 사러 나갔다가 들린 호숫가 산책 때문에, 이웃 동네 마을의 역사 및 세계 건축사와 미술사까지 공부하게된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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