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과 공연장

미국 국립아시아미술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의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

위기주부 2022. 3. 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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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의 국립 아시아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은 1923년에 오픈한 프리어 갤러리와 1987년에 건설된 새클러 갤러리의 두 건물이 지하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전에는 두 곳을 묶어서 그냥 Freer|Sackler라고도 쓰기도 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두 갤러리의 이름은 건물에만 씌여있을 뿐 잘 사용하지 않는 듯 한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글의 마지막에 간단히 설명을 드릴 예정이다.

별도로 이미 소개했던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 of Art) 구경을 마치고 남문 쪽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여기서 밖으로 나갈 필요없이 바로 아래 G층의 동쪽 끝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옆건물로 통하게 된다.

G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걸려있던 미국화가 애벗 세이어(Abbott Handerson Thayer)의 1893년 작품 A Virgin 그림을 한참 구경하고 또 뒤돌아 봤다. 당시에도 그림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왠지 느낌이 짠했는데, 해설을 찾아보니 아내가 사고로 죽고 난 후에 자신의 3명의 자녀를 모델로 그린 것이라 한다.

지하 1층(B1)으로 내려가면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 건물에 들어선 것이고, 제일 먼저 두 갤러리의 전시를 아우르는 기념품 가게가 나와서 잠시 들어가 봤다. 앞쪽에 보이는 실용적인 사케(sake) 술잔과 뒤에 보이는 고려청자같은 다양한 도자기들과 멀리 일본의 목판화(Ukiyoe, 우키요에) 사본 등의 수준있는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 '부처와의 조우(Encountering the Buddha)'라는 제목의 전시실이 새클러 갤러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어두운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서 바로 왼편에 나오는 작은 방의 안에는...

이렇게 작은 불상과 법기들이 오래된 가구 및 탱화들과 함께 방에 가득해서 마치 시공을 초월해 어느 절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티벳불교법당(Tibetan Buddhist shrine)이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는데, 어디선가 아주 은은하게 향의 냄새도 나는 듯.. 아니면 착각이었을지도~

아시아 여러 나라의 대표적인 불교사찰을 작은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은 경주 불국사가 소개되어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또 다른 방에는 다양한 불교의 세계를 영상과 해설로 보여주고 있어서, 단순히 미술품 관람을 넘어서 전시실의 제목과 같이 부처 또는 불교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날에 위기주부도 참으로 오래간만에 이런 불상들을 직접 봤던 것 같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다음으로 아랍권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데, 카타르 도하(Doha)의 이슬람 박물관 협찬으로 카페트(?)와 관련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바닥의 화려한 카펫은 딱 봐도 사람이 정말 한줄한줄 정성스럽게 엮어서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클러 갤러리 건물은 입구와 로비만 별도로 지상에 작게 있고, 모든 전시실들은 지하에 만들어져 있었다. 여기가 지하 1층인 B1이고, 아래 복도가 B2, 그리고 그 아래가 B3로 바닥까지 자연광이 들어가도록 설계되었고, 다음편에 따로 소개할 다른 미술관 및 스미소니언 재단의 공연장인 리플리센터(S. Dillon Ripley Center)와 모두 지하로 연결이 된다.

B2에는 전시실이 없었고, 제일 아래 B3에는 이렇게 Prehistoric Spirals: Earthenware from Thailand 제목으로 태국에서 발견된 기원전 도기를 전시하고 있는 것이 볼만했다.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지상까지 올라가면,

새클러 갤러리 건물의 지상 로비가 나왔다. 국립 현대미술관 포스팅에서 설명드렸던 것과 똑같은 '바르셀로나 체어'에 아내가 앉아 있는데, 상표를 찾지는 못했지만 다시 봐도 하나에 8백만원 이상 한다는 놀(Knoll) 회사의 제품이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닥의 카페트도 의자 못지 않게 비싼 제품인게 팍팍 느껴졌다~

북쪽 창밖으로는 스미소니언 재단 20개 박물관들의 비지터센터인 '캐슬(The Castle)'이 보이고, 바로 앞의 작은 정원은 이름이 문게이트 가든(Moongate Garden)인데, 양쪽에 세워진 돌로 만든 동그란 출입구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새클러 갤러리는 입구도 내셔널몰에서는 아예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일반 여행객들은 찾아오기도 어려워서 그런지 일요일임에도 아주 한산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렇게 우리 현지인 부부는 미국 국립 아시아 미술관의 두 갤러리 관람을 모두 마치고, 직원 두 명만 계속 서있는 저 쪽의 정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이 건물은 1982년에 약 1천점의 아시아 미술 수집품과 건축비 4백만불을 스미소니언 재단에 기증한 아서 새클러(Arthur M. Sackler)의 이름을 땄는데, 문제는 그가 아편계 진통제인 옥시콘틴(OxyContin)을 만들어 무분별하게 판매한 제약회사인 퍼듀파마(Purdue Pharma)를 운영한 새클러 집안(Sackler family)의 의사 3형제 중의 장남이라는데 있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 과용 문제는 옛날부터 있기는 했지만, 퍼듀파마가 처방약 옥시콘틴을 판매하기 시작한 1997년부터 급격히 사망자가 증가해서 지금까지 이러한 아편(opioid)계 약물 중독으로만 50만명 이상이 숨져서 '오피오이드 사태(Opioid Crisis)'라 불리고 있다.

결국 한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던 것처럼 작년에 퍼듀파마는 유죄를 인정하고 9조원대의 배상금을 내고 파산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그 동안 '합법적(?) 마약장사'로 3대에 걸쳐 수십조원을 벌었던 새클러 집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프랑스 루브르 등의 세계적 박물관과 하버드, 예일, 옥스포드 등의 최고 대학교에 거액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며 명성을 쌓았지만, 모든 곳이 더 이상 기부금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 시설에서도 그 이름을 삭제하고 있다. 비록 Arthur M. Sackler는 옥시콘틴이 출시되기 한참 전인 1987년에 사망해서 직접적인 비난은 피해갔지만, 이 갤러리도 "most evil family in America"라 불리는 이름인 Sackler를 공개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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