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내셔널몰

아인슈타인 기념물(Einstein Memorial)과 작은 박물관 및 여러 동상이 있는 내셔널몰 북서쪽 둘러보기

위기주부 2023. 5. 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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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름모 형태의 작은 도시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운전해서 다녀보면, 여기서 '서클(Circle)'이라 부르는 큰 교차로의 가운데 및 구석구석의 작은 공원마다 동상이나 기념물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렇게 야외에 만들어져 있는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 120개가 넘는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동상과 기념물 및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곳이 DC 관광의 중심인 내셔널몰(National Mall)인데, 거기서 아주 가까이에 만들어져 있으면서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동상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주차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마주친 '해방자(The Liberator)'라는 별명의 시몬 볼리바르(Simon Bolivar, 1783~1830) 기마상이다. 그는 기단 왼편에 씌여진 것처럼 지금 중남미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페루, 볼리비아, 파나마 등의 6개국에 해당하는 지역을 스페인 식민지배에서 해방시킨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데, 왜 라틴 아메리카 독립영웅의 동상이 미국의 수도에 서있는걸까?

국립공원청 브로셔에 인쇄된 내셔널몰 맵에서, 이제 소개하는 북서쪽 영역만 잘라낸 지도로 가운데쯤 'Bolivar▲' 표시가 보인다. 이 날 원래 방문목적이었던 미술관이 길건너 동쪽에 있는데, 하나의 건물로 표시되어 있지만 미술관은 별채로 만들어져 18번가에 붙어있고, 전체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협력기구인 OAS(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미주기구) 본부의 정면이 17번가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OAS 건물을 시점으로 북서쪽 대각선으로 뻗어있는 길인 Virginia Ave를 따라 중남미 국가의 위인들 동상이 세워진 것이다.

아메리카 미술관(Art Museum of the Americas)도 이런 이유로 미국이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곳이었는데, 실제 방문할 때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아담한 실내에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건 봉제인형들을 이어붙여서 만든 드레스(?)이다. 옛날에 라스베가스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 게임으로 딴 저런 인형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우리도 이렇게 꿰메서 드레스나 만들어 볼걸 그랬나? ㅎㅎ

뒤쪽의 이 공간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벽의 파란 타일 위에 나무로 마야 문명의 문양들을 조각해 놓았다. 여기서 밖으로 정원 너머 멋진 OAS 건물의 뒷면이 보이는데, 입구쪽에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후원한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Queen Isabella)의 동상, 북쪽에는 아메리카의 어원이 된 인물인 아메리고 베스푸치(Amerigo Vespucci)의 흉상 등이 만들어져 있단다.

윗층에는 라틴 아메리카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십자가를 현대미술의 필수품인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말 작은 미술관이라서 10여분만에 두 층의 구경을 마치고,

입구 바로 위에 만들어진 이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이다. 여기 아메리카 미술관도 입장료는 없지만 소액의 기부금을 내고 입장해야 하는데, 그 통에 $5씩은 내주면 고맙겠다고 씌여는 있지만 그냥 원하는 만큼만 넣으면 된다.

다시 건너와 만난 볼리바르 동상의 기단 오른편에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만들어서 미국에 1958년에 기증했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뒤로 보이는 큰 건물은 미국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인데, 내부에 무료 박물관이 있다지만 주중 업무시간에만 운영되는 관계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Virginia Ave를 따라 북서향으로 조금 걸으면 위쪽에 작은 공원이 나오고, 거기에는 아르헨티나의 독립운동가 호세 데 산 마르틴(Jose de San Martin, 1778~1850)의 기마상이 있는데, 역시 아르헨티나에서 1972년에 기부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빼곡히 보이는 텐트들이 모두 노숙자들이라는 것인데, 여기는 백악관에서 1 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도로 아래쪽 공원에는 뜬금없이 이렇게 야구하는 모습의 '풀카운트(Full Count)'라는 제목의 현대조각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서편으로 테니스 코트 한 면이 나오고 경비가 삼엄한 큰 건물이 주변에 자리잡고 있는데, 미국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건물이었다.

거기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내셔널몰과 경계인 Constitution Ave까지 내려오면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간판과 입구가 보이고, 두번째 주인공이 나무 뒤쪽에 앉아있는 것이 작게 보인다.

우주의 원리를 연구하다가 피곤해서 주저앉아 있는 듯한 모습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메모리얼(Albert Einstein Memorial)이다. 위기주부는 얌전히 옆 계단에 앉아서 그의 손가락만 붙들고 찍었지만, 동상의 표면을 보면 사람들이 그의 다리 위에 앉거나 어깨까지 기어 올라가기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런데, 조각가는 왜 동상을 이렇게 거칠게... 마치 판타스틱 4(Fantastic Four)의 온몸이 바위로 된 괴물인 '더 씽(The Thing)'처럼 만들었을까?" 참고로 아인슈타인이 들고 있는 종이에 써진 3개의 공식들은 아래와 같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3가지 업적인 일반 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 노벨상을 수상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 그리고 에너지와 질량의 등가성(equivalence of energy and matter)을 차례로 나타낸다.

대로 건너편 링컨 기념관 옆의 잔디밭에서는 휴일을 맞아 축구와 배구 등의 운동을 하는 'DCist'들이 많았다.

우리는 그냥 이 내셔널몰 북쪽의 산책로를 따라서 주차해놓은 곳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는데, 5월 중순이었던 이 때의 날씨가 정말로 걷기에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연못과 연필탑을 배경으로 커플셀카도 한 장 찍었다. 이 연못 주변은 독립적인 NPS 유닛으로 지정된 국립 공원인 컨스티튜션 가든(Constitution Gardens)인데, 오른편 뒤로 보이는 연못 안의 섬에 있는 기념물 때문이다.

아내가 건너가는 나무 다리가 시작되는 곳에 'Memorial to the 56 Signers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즉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56인의 기념물이라고 씌여 있다.

근처를 그냥 걸어서 지나가거나, 작년 여름에 누나 가족이 왔을 때 연못 건너편에서 바라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기념물을 직접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실제 독립선언서 종이에서는 희미해져 거의 보이지 않는 56명의 서명자들의 싸인을 복사해서 바위에 각각 새겨 반원형으로 배치를 해놓았다. (원본 독립선언서와 헌법, 권리장전 등의 문서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식사하는 오리를 보는 아내의 뒷모습을 시작으로, 각자의 서명과 이름, 직업과 출신지역이 새겨진 56개의 바위가 13개 주별로 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는 동상은 우루과이의 독립 영웅인 호세 아르티가스(Jose Artigas, 1764~1850)로 가장 빠른 1950년에 세워졌다. 이상으로 소개한 '해방자' 3명 이외에도 Virginia Ave를 따라서는 미국의 독립전쟁을 지원한 스페인군을 이끌어서 지금까지 단 8명밖에 없는 미국 명예시민으로 2014년에 추서된 베르나르도 데 갈베스(Bernardo de Galvez)와 멕시코의 유일한 원주민 대통령이자 키가 137 cm로 인류 역사상 가장 작은 국가원수로도 유명한 베니토 후아레스(Benito Juarez, 1806~1872)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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