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과 공연장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기지에 있는 미국 해병대 국립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Marine Corps)

위기주부 2023. 8. 14.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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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 버지니아 북부로 이사온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집에서 남쪽으로 내려간 숙박 여행은 지금까지 딱 한 번 뿐이다. 작년 9월의 그 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인터스테이트 95번을 따라 돌아올 때, 집까지 1시간여를 남겨둔 고속도로 바로 옆으로 아주 특이한 모양의 커다란 건물이 나와서, 아내가 무슨 장소인지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의 첫번째로 소개했던 숲의 입구와 바로 마주보는 위치에 그 건물이 있어서 잠시 방문해보기로 했다.

그 곳은 미해병대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Marine Corps)으로 수도 워싱턴 부근에서는 최대 규모인 콴티코 해병기지(Marine Corps Base Quantico) 영내에 위치해 있다. 1917년에 창설된 MCB Quantico에는 해병대 장교훈련소와 대학교, FBI 아카데미와 연구소, 또 시즌 20회까지 제작된 CBS 드라마로 유명한 NCIS(Naval Criminal Investigation Service, 해군범죄수사국) 본부 등의 중요한 시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단다.

정면에서 바라본 건물의 모습인데, 여기를 클릭해서 위성사진으로 바꿔서 보면 동그란 원뿔이 비스듬히 솟아 있어서 마치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하지만 왜 박물관 건물을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알려드리기로 한다.

원뿔의 내부에는 해병대가 사용했던 좀 오래된 비행기들과 헬기, 그리고 왼쪽 멀리 상륙 장갑차 등이 전시되어 있고, 그 주변을 돌아서 전시관과 극장이 만들어져 있는 구조이다.

해병대 헬리콥터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전시관을 차례로 둘러보기로 했는데, 헬기에서 뛰어내려 수풀을 달려가는 해병대원들이 뒤쪽으로 보인다.

미합중국 해병대(United States Marine Corps, USMC)는 미국 독립전쟁 시기인 1775년에 처음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입구로 들어갔는데...

유치원인가 무슨 학원에서 견학을 와서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완전히 '전쟁터'였다~^^ 슬쩍 둘러보니 옛날 이야기는 별로 재미있는 전시가 없는 것 같아서, 바로 밖으로 나가서 다음 전시실로 향했다.

원형 통로를 따라서 시간 순서에 맞춰 좌우로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은 건너뛰고 바로 '1940-1945 Uncommon Valor'라고 씌여진 2차 세계대전 전시실로 들어가고 있다.

"들리는가? 대답하라, 오버~" 실제 탱크와 실물 크기의 마네킹 등으로 재현해놓은 것이 많아서, 군대는 잘 알지 못하는 우리 부부도 재미있게 구경을 했다.

해병대 박물관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소장품이라 할 수 있는 이 낡고 찢어진 성조기는 바로... 지난 5월에 방문했던 해병대 전쟁 기념비(Marine Corps War Memorial)의 소재가 된 왼편 흑백사진 속의, 태평양 전쟁중인 1945년 2월에 실제 저렇게 산 정상에 게양되었던 '이오지마의 깃발'이라고 한다!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해당 포스팅을 보시면 됨)

제목이 '냉전(Cold War)'이라고 된 다음 전시실은, 학교 교실처럼 꾸며놓은 입구에 스탈린과 모택동의 사진이 설명과 함께 붙어있다. 그리고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국전쟁과 관련된 전시와 설명이 나오고, 작은 극장에서는 인천상륙작전 등의 옛날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태극무늬 같기도 했던 전시실에 떡하니 걸려있는 스탈린과 김일성의 초상화와 그 가운데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문양... 그런데, 그 아래에 적힌 "社運聖"은 뭘 뜻하는 걸까? 아마도 오른쪽부터 읽어서 성운사인 것 같은데, 단성사처럼 극장 이름인가?

'Frozen Chosin'이라는 제목의 설명판 옆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더니, 일부러 에어콘을 최대로 틀어놓고 사방에서 총격 소리가 들리는 어두컴컴한 밀폐된 곳이 나왔다. 바로 미해병대 2만명이 중공군 10만명에게 포위되어 싸웠던 1950년 12월의 함경남도 장진호 전투(長津湖 戰鬪, Battle of Chosin Reservoir)를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해병대 전체 역사에서도 가장 치열했고, 미군을 통틀어서도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가장 춥고 열악한 극한상황에서 벌어진 전투로 기록되어서, 박물관 밖의 정원에 따로 장진호 기념비(Chosin Few Monument)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라고 한다.

베트남전 전시관을 지나면 미국 최고등급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해병대원들의 사진과 이름이 한 쪽 벽에 모두 붙어있다.

이라크전 등의 최근 전시관은 보수중인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전망대로 올라가는 2층 통로에서 이렇게 내려다 볼 수는 있었다. 정말로 세계 전쟁사나 탱크같은 무기에 관심이 있으신 '밀덕'들이 와보시면 좋아할 만한 그런 박물관이라고 생각된다.

복엽기 뒤쪽에 앉은 사수의 모습도 마네킹으로 잘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옛날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숀 코너리가 적기를 쏘려다 자기 꼬리날개를 부수는 장면이 떠올랐다.^^

꼭대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것으로 전시물 구경은 마치고, 다시 입구로 내려가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러 갔다.

기념품 가게의 가운데에는 '이오지마의 깃발' 장면을 이렇게 레고로 만들어 놓은 것이 유명한데, 앞서 궁금증을 드렸던 이 박물관 건물의 특이한 모양도 바로 비스듬히 깃발을 세우고 있는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중앙홀에는 곧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 각잡힌 해병대 예복(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2006년에 개관한 이 박물관은 입장료도 없으므로, 워싱턴DC 남쪽의 95번 고속도로를 차로 지나가는 경우라면 잠시 들리시기에 좋다.

페어팩스로 올라가는 길에 찍은 보너스 사진 하나 보여드리면, 앞쪽은 성조기로 랩핑을 하고 옆에는 미국 각 군의 문양과 탱크 사진 등을 붙여놓은 공사장 덤프트럭의 모습이다. 국방부 펜타곤과 많은 군부대가 위치해서 그런지, 포토맥강 서쪽의 버지니아에서는 이런 트럭이나 또는 군용 번호판을 단 차량 등을 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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