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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하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모든 전시실을 빠짐없이 다 둘러보려면, 도대체 얼마를 걸어야 할까?

위기주부 2024. 3.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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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맨하탄의 센트럴파크 내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1870년에 민간 주도로 처음 설립되어서, 현재 미국 최대인 동시에 흔히 프랑스 루브르, 영국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 지난 연말의 뉴욕여행 이후 2개월만에 당일로 딸을 만나러 올라가서 여기를 가보기로 했는데, 하루 동안 왕복 운전에 소요된 9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에 과연 그 넓은 미술관을 얼마나 둘러볼 수 있었을까?

시간이 빠듯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먼저 코리아타운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하철 그린라인 33 St 역에서 밖으로 나오면 사거리 서쪽에는 까마득한 옛날에 올라가봤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북쪽으로는 재작년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갔던 원밴더빌트 빌딩이 좌우로 반짝이며 높이 솟아있다.

우리가 로스앤젤레스에 살 때 자주 갔던 아가씨곱창이 맨하탄 지점을 2월에 오픈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벽과 메뉴판에 만화가 그려진 코믹한 선술집 분위기였던 LA 한인타운과는 달리, 보라와 핑크색의 꽃들이 만발한 '아가씨스러운' 분위기라서 처음에 약간 당황했었다. 그리고 고기도 미식가 뉴요커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정말 살짝만 구워서는 다 됐으니 먹으라고 하더라는...^^

다시 그린라인을 타고 86 St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보통 줄여서 '더멧(THE MET)'이라 부르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중앙의 The Great Hall 왼편에 입장권을 구매하기 위한 긴 줄이 보인다. 1880년부터 여기에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해서 현재 약 20개의 건물이 남북과 서쪽으로 확장 연결이 되었는데, 방금 들어온 정문이 있는 5번가(5th Ave)에 면한 건물의 전체 길이가 약 400 m에 이르며, 전시면적은 무려 19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약 26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대기줄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면, 중앙 안내데스크의 꽃장식 너머로 고대 이집트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 2011년 미동부 여행을 마치며 이 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에는 저쪽 Egyptian Art 구역과 덴두르 신전(The Temple of Dendur) 등을 주로 구경했었지만, 이 번에는 거기 근처에 갈 시간이 전혀 없었다.

10개의 창구가 있는 매표소 모습으로, 그 10여년 전에는 권장가격 20불이지만 전세계 누구나 1달러 이상만 돈을 내고 입장이 가능했었다면, 지금은 뉴욕주민 이외에는 성인 입장료 30불을 반드시 내야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또 뉴욕주민과 이웃 코네티컷, 뉴저지 학생들은 얼마 전까지는 원하는 만큼만 기부금을 내도 되었지만, 지금은 뉴욕주민이라도 반드시 7불 이상은 내도록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 3명은... 딸의 직장이 회원사라서 받을 수 있는 무료 티켓 2장과 뉴욕시민 7달러 1장으로 모두 입장할 수 있었다~ㅎㅎ

어쩌다 보니 2층 Asian Art 구역의 한국관을 제일 먼저 들렀는데, 모녀는 지금 팸플릿의 지도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어디에 있는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여기는 약 400점의 한국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보스턴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규모라 한다.

그레이트홀이 내려다 보이는 2층 발코니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로 기운을 차린 후에 본격적으로 미술관 구경을 시작했다.

아시아 전시관에는 이렇게 중국풍 정원을 수석과 함께 꾸며놓은 곳도 있다. 사진 한 가운데를 보면 무협지에 나올 듯한 선녀 복장을 한 여성분도 있는데, 여기를 배경으로 무슨 스냅사진 촬영을 하는 듯 했다.

음악 관련 그림들과 함께 실제 악기도 수집해놓은 Musical Instruments 전시실을 찾아왔다. 미술관이 공식적인 명칭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악기는 물론 실제 건물의 일부와 각종 공예품, 그리고 미이라 등도 전시가 되어 있어서, 사실상 '인간이 만들고 창조한 것들'을 전시하는 종합 박물관에 가까운 곳이다.

여기서 아래쪽으로 1층의 Arms and Armor 전시실이 내려다 보여서, 유럽의 분위기가 좀 느껴진다 했는데...

각종 기타를 전시해놓은 것을 보니, 7년전에 플라멩고와 기타의 역사를 찾아서 떠났던 스페인 여행의 추억이 떠올랐다. 따님 덕분에 가족이 유럽여행도 하고, 이 비싼 박물관도 공짜로 구경하고...^^

그 옆에 The American Wing의 햇살이 드는 넓은 광장을 보니, 저 아래를 2011년에 거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맞은편 건물로 들어가면 미국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지만, 그 때도 이번에도 전혀 들어가볼 시간이 없었으니 또 다음을 기약해 보기로 한다.

광장의 중앙에 세워진 황금색 활을 쏘는 다이애나(Diana) 동상은, 뉴햄프셔 주의 집과 작업실이 미국의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조각가인 Augustus Saint-Gaudens의 작품으로 예전에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봤던 것의 절반 크기이다. 이후로는 2층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1300-1800 European Paintings 전시실과 통로에 만들어진 Photographs 전시실을 지나서, 이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보러갔다.

바로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 작품으로 19세기 유럽회화 및 조각 전시실에 있다. 그런데, 여기는 지나왔던 곳과는 달리 전시 위치가 자주 바뀌는지, 작품설명을 별도의 판으로 만들어서 가져다 놓은 것이 특이했다.

옆으로는 유리박스 안에 놓여진 '밀짚 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Straw Hat)'과 벽에 걸린 또 다른 그의 많은 작품들... 자화상 뒷면에도 다른 그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다 얼마야? 작품 옆에 가격을 적어 달란 말이다!"

그 정도로 윗층 구경은 마치고 아래 1층으로 내려와 European Sculpture and Decorative Arts 중앙 통로에서 부녀사진 한 장 찍었다. 여기 중앙에 관람지도에도 그려져 있는 유명한 동상이 또 있는데,

1806년작 '메두사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Perseus with the Head of Medusa)' 대리석 조각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퍼시잭슨> 시리즈의 앞부분에 주인공이 학교에서 단체로 미술관 견학을 와서 올려다보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리고는 보호유리 상자에 스테인드글래스가 다중 반사되어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던 어두운 유럽 공예품 전시장을 지나서,

1층 가장 안쪽에 있는 Robert Lehman Collection을 구경했는데, 여기는 방문객들이 거의 없어서 아주 한산했다. 이 외진 전시실까지 물어가며 찾아온 이유는 아내가 좋아하는 르느와르의 이 그림이 '리만브라더스' 컬렉션에 포함되기 때문인데, 아쉽게도 전시중이 아니라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는 것을 뒤늦게 직원이 알려줬다.

우리 부부는 정확히 13년만에 다시 방문한 '더멧'을 이렇게 2시간여만 둘러보고는, 유럽 어디 수도원의 철문을 통째로 가져다 놓은 것을 지나서 출구로 향했다. 제목에서 한 질문을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에게 물어봐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직접 한 번 추측해 보시라고 아래에 팸플릿에 그려진 전체 평면도를 그대로 보여드린다.

3자리 숫자가 적힌 모든 방들의 4면의 벽을 따라서 0.5m 떨어져서 걷는다면, 그 합계가 몇 km나 되는지가 궁금한 것인데... 참고로 이 날 우리는 위에 대강 소개한 경로로 2시간반 동안에 건물 안에서만 약 5km를 걸었던 것으로 나왔었다.

정문을 나와서 뒤돌아 보니 파란 하늘의 구름이 참 멋있어서, 마지막 사진을 포스팅의 대표사진으로 쓰기로 했다. 지친 발걸음으로 다시 지하철로 딸의 아파트에 돌아간 후, 한국의 부모님께 함께 화상전화를 드리고 출발해서 밤 늦게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왔다. 이상으로 작년 가을부터 구겐하임(Guggenheim), 휘트니(Whitney), 모마(MoMA) 그리고 여기까지 차례로 이어진 뉴욕 미술관 공짜 순례를 끝냈고, 이 다음의 뉴욕 여행기는 어디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한여름이 되어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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