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워싱턴

유니언스테이션과 컬럼버스서클, 제2차 세계대전 일본계미국인 애국기념물 및 태프트메모리얼 카리용

위기주부 2024. 3.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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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초의 워싱턴DC '지하철 하이킹' 다섯번째 이야기는 어느 도시에나 있는 기차역과 그 앞의 광장, 그리고 한국분들이라면 특히 관심 없어할 기념물 두 곳을 묶어서 소개한다. 이어질 마지막 한 편이 더 남았으니까, 그 날 4시간 하이킹을 해서 총 6개의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는 셈이라, 위기주부 블로그 역사상 가장 '시성비(時性比)'가 좋은 날이었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소개한 장소들이 블로그 방문객들에게는 무의미해서, 댓글도 거의 달리지 않는 쓰잘데 없는 글들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전편에 소개한 우편박물관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같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다른 거대한 건물의 멋진 회랑이 나오는데, 지하철역 지상출구와 연결된 옆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봤다.

그 곳은 옛날에는 미국 수도의 대표적 관문이었던 기차역인 유니언 스테이션(Union Station)으로, 1908년에 최초로 지어진 후에 1980년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거의 재건축이 되었다고 한다.

정문과 연결된 메인로비의 웅장한 모습인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드리면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최대의 흑역사가 여기서 벌어졌다. 1970년대 철도여객이 급감해서 역사가 썰렁해지자, NPS 주도로 여기에 DC의 역사를 보여주는 175석의 극장 및 당시 최첨단의 코닥 슬라이드 기계 100대를 이어붙여서 관광지들을 보여주는 내셔널 비지터센터(National Visitor Center)를 만들어 독립 200주년인 1976년에 맞춰 오픈했다. 하지만 이용객이 없어서 불과 2년만에 문을 닫았는데, 설치와 운영에 당시로 1억불(현재로 약 5억불)의 돈을 날렸단다.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이 사진과 같이 로비를 지하로 파내고, 그 벽면에 조각조각 나눠진 화면들로 의사당의 모습 등을 크게 슬라이드쇼로 틀어놓고 사람들이 힘들게 계단을 내려가 걸어서 구경하도록 했는데, 이게 100% 실패할 수 밖에는 없었던 이유는 그냥 기차역 정문 밖으로 나가면...

의사당 지붕이 실물로 눈에 보이는데, 바쁜 관광객들이 누가 쪼개진 화면을 보려했겠느냔 말이다! ㅎㅎ 이제 횡단보도를 건너고 사람들을 내려주는 플랫폼을 지나서 역앞 광장의 가운데로 가보자~

컬럼버스서클(Columbus Circle)로 불리는 유니언역 광장에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리버티벨(Liberty Bell)의 커다란 복제품과 함께,

1912년에 만들어진 대리석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기념분수(Christopher Columbus Memorial Fountaiin)가 있지만,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서 물이 나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사선의 루이지애나 애비뉴(Louisiana Ave)를 따라 남서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다음 목적지가 나온다.

정식 이름이 Japanese American Memorial to Patriotism During World War II로 아주 긴 기념물이 삼각형 모양의 부지에 만들어져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일본의 진주만 폭격 후에 미본토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10곳의 강제수용소 이름이 원형의 벽에 새겨져 있는데, 2012년에 아래 여행기를 올렸던 만자나(Manzanar)와 2021년에 차로 정문 앞을 그냥 스쳐 지나갔던 튤레이크(Tule Lake) 이름이 낮익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중의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의 역사에 대해서는 위를 클릭해서 보시면 사진과 함께 잘 설명이 되어있다.

멀리서 봤을 때 연말에 설치했던 전구를 밝히는 전선을 아직 치우지 않은 것으로 잠깐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두 마리의 학을 감고있는 것은 바로 철조망이었다. 약 12만명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직업과 재산을 포기하고 외진 수용소로 향해야 했고, 강제징집된 일본계 청년들은 유럽전선에서는 전투부대에, 태평양전선에서는 통역과 도청 등의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 후 40여년이 지난 1988년에야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미정부의 반헌법적인 인권유린에 대해 공식사과 후 1인당 2만불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1990년에 여기 기념물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본식 선정원(Zen Garden)과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곳도 있는데, 물이 얕게 고이는 풀(pool)이지만 겨울이라 물을 잠궈놓았다. 여기서 남쪽으로 교차로를 건너면 키 큰 나무들이 심어진 작은 숲이 나오는데, 그 속에 본편에서 소개하는 마지막 기념물이 높이 세워져 있다.

작년에 알링턴에 있는 네덜란드 카리용(Netherlands Carillon)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것은 지도에 태프트 메모리얼 카리용(Taft Memorial Carillon)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한국인들에게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감정이 좋지 않은 제27대 윌리엄 태프트(William Taft) 대통령을 기념하는 종탑이라고 생각하며, 정면으로 돌아가서 계단을 올라가 반대쪽 동상을 바라봤는데...

콧수염에 뚱뚱한 태프트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그의 장남인 로버트 A. 태프트(Robert Alphonso Taft) 상원의원으로 1952년 아이젠하워와 맞붙은 공화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겼다면 최초의 '부자(父子)' 대통령 타이틀을 챙길 수도 있었던 사람이었다.

경쟁상대였던 아이젠하워의 대통령 당선을 도운 후에 3선으로 상원 집권당 원내대표에 선임되어 "Mr. Republian"으로 불리며 차기를 노렸지만, 1953년 63세의 나이에 암으로 재임중 급사하는 바람에 입법을 거쳐 1959년에 의사당 북쪽에 이 특이한 상원의원 기념물이 만들어진 것이란다. "그런데 왜 하필 종탑(carillon)으로 만들었을까?"

이제 '헌법대로' Constitution Ave를 따라서 야트막한 의사당 언덕(Capitol Hill)을 오르는 하이킹의 가장 힘든(?) 구간이 나왔다. 이 길을 따라가면 지하철 하이킹 계획의 시발점이 되었던 2016년에 지정되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이 하나 나오는데, 미국 대법원과 함께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소개해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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