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킹스캐년

멋진 경치와 완벽한 시설을 가진 국립공원 캠핑장

위기주부 2010. 10. 27.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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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08.7.4 ~ 2008.7.6 (2박 3일)
컨셉: 도시를 떠난 휴양&자연여행
경로: 킹스캐년국립공원 → 세쿼이아국립공원


총각때는 친구들과 텐트를 매고 올라가 산에서 캠핑을 많이 했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한국에서도 간 적이 없는 캠핑을 미국에서 처음 계획한 이유는 미국의 국립공원이 하루만에 돌아보기에는 너무 넓고, 그렇다고 국립공원 내에 있는 숙소에서 자기에는 방값이 너무 비싸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단이 됐다. 더군다나, 이미 예약도 다 찼고...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비롯한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아 본 결과, 대부분의 캠핑장이 자동차를 바로 옆에 주차하고 텐트를 칠 수 있으며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캠핑을 해 보기로 했다.

캠핑장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한 곳과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인 곳의 두 종류가 있는데, 14곳의 캠핑장에 모두 약 1200개 이상의 Campground가 있는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에서 예약이 가능한 캠핑장은 Dorst Creek과 Lodgepole 두 곳 뿐인데, 3달전에 이미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는 거의 모든 예약이 끝나 있었다. Dorst Creek에만 4~5개의 자리가 7/5일 밤에만 남아 있어서 예약을 하고, 7/4일 밤에는 선착순인 Cedar Grove의 캠핑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메일로 문의를 해 보니까 여기서는 독립기념일 연휴는 가장 성수기라서 사람들이 목요일부터 와서 3~4일씩 캠핑을 하기 때문에, 휴일인 7/4일 금요일에 일찍와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다고 답장이 왔다. Cedar Grove에서 캠핑을 할 곳이 없으면 다시 마을에서 숙소를 찾으러 2시간을 돌아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토요일에 출발해서 예약한 1박만 할까도 고민을 했는데, 그 멀리까지 가서 1박만 하기는 아깝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용감하게 금요일 새벽 4시에 집을 출발했다.

우리가 킹스캐년 국립공원 입구인 Grant Grove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였는데, 비지터센터에 가니까 어제밤 기준으로 Grant Grove에는 80개, Cedar Grove에는 40개의 자리가 남아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직원 말이 지금쯤은 한 20개 정도 남았을거라고 한다. 바로 화장실만 급하게 갔다와서 1시간 정도 걸리는 Cedar Grove로 다시 차를 몰았다. 제발 자리가 남아 있기를 바라며 Cedar Grove의 캠핑장 관리소에 들어가니까, 여기 4곳의 캠핑장 중에서 제일 떨어진 Moraine 캠핑장에 자리가 남아 있다고 알려주었다. (휴~ 다행이다...^^) 그런데, 관리소에서 돈을 내고 자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서 남아있는 자리를 고르고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또 급하게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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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인 이 Moraine 캠핑장은 모두 120개의 자리가 있는데, 대강 휙 돌아보니까 아직 20~30곳 이상은 비어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을 놓고 자리를 고르기 시작했다. 캠핑장 입구 안내판의 오른쪽 통에서 노란색 봉투와 종이를 뽑아서, 번호가 쓰인 기둥에 노란 딱지가 붙어있지 않은 빈 자리를 찾아서 직접 노란 'Camping Permit'을 붙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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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우리는 5번 자리를 잡았다. 이 곳의 캠핑요금은 $18인데 노란봉투에 날짜와 번호를 적어서 안에 돈을 넣고 스스로 안내판 아래에 있는 자물쇠함에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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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까 짐을 풀고 텐트를 쳐야 한다. 짐은 햇반 2박스, 물 1박스하고 먹을 것들... 차를 바로 옆에 주차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쓰는 냄비와 가스레인지는 물론, 뒷자리에는 집에서 쓰던 베개와 이불을 그대로 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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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를 치기 전에 우리 자리의 모습인데, 엄청 넓다! (사진 오른쪽 구석에 바로 옆자리의 텐트가 조그많게 보임) 모든 캠핑장이 기본적으로 승용차는 2대까지 주차할 수 있으며, 텐트도 2개를 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한 자리의 캠핑 정원은 6명) 하지만, 직접 보니까 모든 자리가 작은 텐트를 최소한 3개는 칠 수 있을 만큼 넓었고, 옆자리의 사람들을 거의 신경을 안 써도 될 만큼 간격도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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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리에는 야외 테이블과 함께 음식을 넣는 철제 박스와 안전하게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은 흑곰(black bear)의 서식지이기 때문에 곰들이 음식 냄새를 맡고 캠핑장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반드시 모든 음식은 위 사진의 곰은 열 수 없는 '곰박스'에 보관을 해야 한다. 자동차에 음식을 넣어두면 곰이 자동차 창문을 부수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공원 곳곳에 곰이 차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을 붙여 놓고 주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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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피우게 만들어 놓은 화로인데, 사방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나무토막과 주먹만한 솔방울들을 모아서 마음껏 불을 피울 수가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주가 산불로 비상사태가 선포되어 있는 상황인데도, 국립공원 안에서 이렇게 마음껏 개개인이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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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를 팽팽하게 당겨주는 줄들도 다 땅에 박아서 완벽하게 텐트를 치고 사진을 찍었다. (역시,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텐트를 다 치고 보니까 너무 좋다! 예전에 한국의 해수욕장이나 산에서 바로 옆의 텐트와 다닥다닥 붙어 있던 캠핑장을 생각해보니까, 여기는 산을 통째로 빌린 느낌이 들 정도다. 또, 전기는 안 들어오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이 도로 건너편에 있는데, 캠핑장에 있는 화장실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깨끗한 편이었다. 간단한 세면대와 그릇을 씻을 수 있는 곳도 화장실에 붙어 있는데, 바로 옆의 계곡물을 끌어온 것이라서 물이 차갑고 수질이 매우 좋았다. 숙박시설이 있는 Cedar Grove Village에 가면 유료 샤워장과 세탁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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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첫날의 캠핑 자리도 잡았으니 점심을 먹어야지...^^ 아내가 집에서 가지고 간 야외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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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아이스박스에 고이 넣어온 '삼겹살과 소주'다. (정확히는 흑돼지 오겹살...^^) 집에서 상추와 양념장도 다 들고 와서 제대로 해 먹었는데, 맛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까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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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저녁을 먹고 딸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캠프파이어를 했다. 저녁 8시반쯤 되었던 것 같은데도 섬머타임에다가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아직도 하늘이 밝게 사진이 나왔다. 나도 오래간만에 나무를 주워와서 불을 붙이는게 매우 재미있었고, 무엇보다도 아내가 캠프파이어 하면서 확~ '필(feel)'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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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Cedar Grove의 캠핑장은 제법 큰 계곡 바로 옆이지만 해발고도가 1412m나 되어서 밤과 아침에는 제법 추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모닥불을 피웠는데, 높은 숲 사이로 비추는 아침 햇살에 모닥불 연기가 흩어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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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으로 먹을 햇반을 데우고 나서 아내와 딸을 깨웠다. 여기서도 딸아이는 엄마하고는 다르게 깨우면 한 번에 벌떡 일어난다. 집에서 쓰는 이불과 베개를 들고 와서 그런지 텐트 안이 무척 편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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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두번째 밤을 보낸 세쿼이아 국립공원 북쪽에 있는 Dorst Creek 캠핑장이다. 인터넷으로 3달전에 예약을 했던 이곳은 자리가 204개나 있는 대형 캠핑장인데, 입구에 보니까 'Campground Full'이라고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관리소에 가서 이름을 말하니까 확인을 하고, 음식물 보관 등의 주의사항을 열심히 말해준다. 특히, 몇일전에 쿠거(couger, mountain lion)가 밤에 캠핑장에 나타났다면서 밤에 화장실갈 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 혹시 쿠거를 만나면 절대 도망가지 말고(도망가면 먹이라고 생각하고 쫓아와서 물 수 있다고 함), 팔을 벌려서 덩치가 크게 보이게 하면서 눈을 마주치고 소리를 크게 질러라고 했다. (이걸 다 알아 들었단 말인가? 오호~ 놀라운 걸!^^) 그런데, 정말로 사자의 일종인 쿠거를 갑자기 만나서 도망가지 않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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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핑장은 기본적인 시설은 첫째날의 Cedar Grove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간격이 더 넓고 특히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우리 자리는 루프A의 27번이었는데, 제일 앞쪽이라서 도로만 건너면 바로 초원과 숲이 나오는 최고의 자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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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면서 이 곳에는 곰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정말로 야생의 곰을 한번 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을 준비할려고 하는데 바로 앞의 초원에 곰이 나타났다! 위의 사진이 비디오를 캡쳐한 것인데, 여기를 클릭하면 곰을 찍은 비디오로 링크 된다. 정말로 야생의 곰을 보는 것은 흥분되는 경험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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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슴이야 엄청 자주 봤다. 다음날 아침에 밥 할려고 나오니까, 도로를 건너와서 우리 텐트 바로 옆에서 태연히 서있는 사슴을 봤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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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Dorst Creek은 다른 관광 포인트는 없고 캠핑장으로만 개발된 곳이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는 관리소에서 받은 지도를 들고 캠핑장 구경을 다녔다. 사실, 저녁에 김치찌개가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를 시키기 위해서 산책을 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거다...^^ 높이가 20m 이상은 되는 소나무와 삼나무 숲속에 정말로 캠핑장을 잘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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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살림을 전부 다 가지고 온 것 같은 사람들도 많았고, 음식점을 통째로 옮겨온 것 같은 사람들도 있었다. (국립공원 캠핑장은 최대 2주까지 한 곳에 머물 수 있음)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승용차를 몰고 와서 텐트를 치거나, 혹은 차안에서 잘 수 있는 커다란 RV를 몰고 와 있는데도 결코 지저분하거나 산만한 느낌이 없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이곳은 자동차도, 텐트도, 사람들도 이 대자연 속에서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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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끝까지 걸어 가니까 사진과 같이 숲으로 둘러쌓인 곳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가 있는 원형극장(amphitheater)이 나왔다. 통나무로 만든 좌석에 2~3백명은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큰 규모였는데, 금/토요일 저녁 8시반에 이곳에서 대형 캠프파이어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30분 이상 기다리기도 그렇고, 내일 일찍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캠프파이어는 우리 텐트에서 하기로 하고 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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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굵은 나무들을 세워서 탑 모양을 만들어 제대로 불을 붙여 봤다. 역시 불장난은 또 해도 재미있다...^^ 아내와 딸이 9시쯤 먼저 자러 들어가고 남아있는 맥주를 마시다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 마침 달빛도 없는 그믐이라서 밤하늘에 별들이 정말 잘 보였다. 나무들이 너무 키가 커서 하늘을 많이 가리고 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별빛 때문에 잠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내가 한국에서는 이 곳들처럼 자동차를 몰고 가서하는 '오토캠핑장'을 안 가봐서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가본 여기 미국 국립공원내의 캠핑장들은 정말로 기대 이상의 만족이었다. 캠핑장 주변의 경치가 좋은거야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시설이나 관리상태가 아주 좋았다. 이번 캠핑을 위해서 산 텐트가 5만원 정도고, 렌턴이나 다른 산 물건들을 합해도 공원내 숙소에서 1박하는 요금도 안 나온다. 시간과 여유가 있는 여행객이라면 (우리처럼 돈은 없고...^^) 정말로 국립공원에서는 캠핑을 꼭 한 번 해보라고 하고 싶다. 지금, 바로 또 다음 캠핑을 계획하고 있으니까, 1년만 지나면 우리 가족은 전문적인 '캠핑족'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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