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자이언트세쿼이아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이 수천년을 자란 나무들을 마구 베어버린 곳, Converse Basin Grove

위기주부 2010. 10. 2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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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킹스캐년(Kings Canyon) 국립공원 여행의 목적지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세쿼이아 나무가 있는 General Grant Grove화강암 절벽으로 둘러쌓인 '왕의 협곡'이 있는 Cedar Grove도 아니라, 먼지를 뒤집어 쓰며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찾아간, 불에 탄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들의 잘려진 그루터기들이 가득한 컨버스베이슨그로브(Converse Basin Grove)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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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verse Basin Grove는 킹스캐년 국립공원 입구의 북쪽에 있는데, 이틀간 캠핑을 한 곳인 흄레이크(Hume Lake)와 마찬가지로 국립공원 지역은 아니고, 세쿼이아 국유림(Sequoia National Forest)에 속해서 관리되고 있다. 이 분지는 세쿼이아 나무의 가장 넓은 서식지였는데,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General Grant Grove와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Giant Forest가 1890년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기 시작할 때, 이 지역은 안타깝게 제외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로 1892년부터 1918년까지 이 지역의 거의 모든 세쿼이아 나무들이 벌목되어 '세쿼이아 나무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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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캐년 국립공원의 그랜트그로브(Grant Grove)에서 세다그로브(Cedar Grove)로 가는 180번 도로를 조금 달리면 두번째 비포장도로가 보이는 곳에 표지판이 서있는데, 비포장이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온 후와 겨울에는 차단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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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도로를 10분 정도를 덜컹거리며 달리니, 불에 탄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들이 즐비한 초원이 나온다. "여기가 스텀프메도우(Stump Meadow)인 것 같은데..." 나오는 길에 차를 세우기로 하고는 계속 달렸다.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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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주차장과 간이화장실도 있고, 이렇게 불트리트레일(Boole Tree Trail)의 안내판이 서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등산로는 약 4km의 순환코스인데, 1시간반 정도가 소요된다. 오른쪽 길로 왕복하면 1시간안에 보고오는 것도 가능한데, 운전이던 트레일이던 같은 길로 왕복하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가이드는 씩씩하게 왼쪽 길로 손님들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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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오르는 왼쪽 길은 이렇게 주변 경치도 좋고, 더 올라가면 Kings River의 협곡도 약간 내려다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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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50분정도 걸은 후에 능선을 다시 내려가자, 저 아래로 눈에 띄는 나무 하나가 툭 튀어나와 보인다~ 이 무덤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겨진, 그래서 아직도 살아있을 수 있었던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인 '불트리(Boole Tr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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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가 최후까지 남겨질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큰 것 하나는 남겨놔~"라는 벌목감독관 Frank Boole의 말 때문이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제일 크다고 생각했으나, 현재 정확한 측정 결과에 따르면 이 Boole Tree는 부피로 6위라고 한다. (이 사진을 포함해 아래에 나오는 다른 안내판들의 사진은 클릭한 후에 '원본보기'를 하시면 내용을 쉽게 읽으실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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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Boole Tree는 경사진 곳에 서 있어서, 밑둥을 따라 한바퀴 도는 거리(?)가 34m로 세계에서 제일 큰 부피의 General Sherman Tree의 31m 보다도 길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General Sherman Tree는 난간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가까이에 갈 수가 없지만, 이 나무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마음껏 만지고 느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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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는 나무의 높이는 82m~ 하지만, 이렇게 숫자를 나열해봐야 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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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바로 옆에 서면 이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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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여기 삼거리에서 두 나무 그루터기 사이로 내려가면 '외로운' Boole Tree가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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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지고 불에 탄 거대한 세쿼이아 나무들의 밑둥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텀프메도우(Stump Meadow)에 돌아왔다. 비포장도로의 흙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안내판에는 벌목과 화재, 그리고 재생(regeneration)에 관한 이야기가 씌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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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쿼이아 목재는 잘 불에타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기 때문에 이렇게 벌목된 잔해가 백년이 지나도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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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이 아니었으면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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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의 산불 이후에 여기 다시 세쿼이아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고 하는데, 저만한 밑둥의 세쿼이아 나무를 여기서 다시 보려면, 저 어린이들의 먼 후대까지, 수천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세쿼이아 나무의 씨앗이 자라는데는 '불'이 중요한 역할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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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때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 험한 곳까지 들어왔었다. 나무 밑둥이 자동차보다도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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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랄그랜트그로브 쪽으로 180번 도로를 조금 내려오면 비포장도로와 교차하는 사거리가 나오고, 그 곳에 이 작은 '세쿼이아 무덤의 묘비'같은 기념비가 서있다. 시카고스텀프를 찾아가는 길이라는 나무 표지판은 따로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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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지도에는 비포장도로가 하나만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제법 여러 갈래의 비포장도로들이 있고, 그 길가에서 캠핑하는 텐트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약간 당황했지만, 계속 꿋꿋하게 직진하면 Chicago Stump Trailhead 표지판을 찾을 수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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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기울기 시작했고, 인적이라고는 없어서, 곰(bear) 나오기 딱 좋은 이 외진 숲속을 나무 그루터기 하나 보기 위해서 왕복 20분을 또 걸어야 한다는 것에 아내와 딸아이는 약간 머뭇거렸지만, 뭐... 가이드가 코스에 넣었으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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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옆에는 이 정도 크기의 그루터기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어서, 놀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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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름은 General Noble Tree였던 이 나무는 1893년 시카고만국박람회(The World's Fair in Chicago)에 전시하기 위해서 베어진 다음에 박람회장에서 다시 조립(?)되어서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는데, 이 나무의 죽음이 헛되게도, 구경을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나무를 합쳐서 조작한 것으로 생각하고, '캘리포니아의 거짓말(California Hoax)'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는 여기 죽은 밑둥만 시카고스텀프(Chicago Stump)로 남게 되었다~ 보고도 안믿는 불쌍한 인간들 때문에 잘려진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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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후에 나이테로 확인된 이 나무의 수령은 약 3,200년... 왠지 으스스한 기운에 지혜가 무섭다고 웃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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