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캐나다]재스퍼

[캐나다] 거대한 빙하의 단면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재스퍼 국립공원의 에디스카벨산(Mt. Edith Cavell)

위기주부 2011. 6. 21.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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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09.6.29 ~ 2009.6.29 (1일)
컨셉 : 30일간의 미국/캐나다 서부 자동차 캠핑여행
경로 : Mount Edith Cavell


지나친 여행예습의 단점은 막상 멋진 풍경앞에 직접 섰을 때, 이미 사진으로 많이 봤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여행경로에 추가되는 바람에 전혀 예습안하고 찾아갔던 이 곳이 아직도 이토록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지도 모르겠다.


캐나다 재스퍼(Jasper) 국립공원의 Icefields Parkway를 북쪽으로 달리다가 옛날길인 93A로 빠져서, 다시 표지판을 보고 작은 샛길을 달리고 있다. 중앙선도 없는 위험함 좁은 도로라서 관광버스와 커다란 캠핑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이 길 너머로 거대한 바위산이 나타났다. (국립공원의 지도는 이전 여행기 참조)


두세대의 자동차만 세워져 있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작은 개울을 건너서 트레일을 시작했다. 뒤로 보이는 만년설에 덮힌 거대한 바위산이 해발 3,363m의 에디스카벨(Edith Cavell) 산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엄마, 우리 어디까지 걸어거는 거야?" 이 때 엄마는 물론, 아빠도 어디까지 가야 할 지, 앞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질 지를 전혀 몰랐다. 예습을 하나도 안하고 온 곳이라서...^^


얕은 언덕을 넘자 우리 눈 앞에 나타난 '천사의 날개' 앤젤빙하(Angel Glacier)의 모습이다.


빙하쪽으로 만들어진 트레일은 여기서 끝이났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의 해발고도가 약 1,800m로 뒤로 보이는 Mt. Edith Cavell은 여기에서도 1천5백미터나 더 솟아있는데, 특히 빙하호수에서 산 중턱에 두껍게 눈이 쌓인 곳까지 수직절벽의 높이가 거의 1km나 된다고 한다!


이 너머로는 언제든지 절벽에서 커다란 얼음과 바위가 굴러떨어질 수 있으므로 매우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더 가까이 가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위치로 봐서 이 빙하의 조각은 분명히 앤젤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날카로운 바위들과 얼음들 때문에 걸어가는 것이 위험하기는 했지만, 무엇에 홀린 듯이 우리는 계속 전진했다. 내가 가진 작은 가이드북에 에디스카벨산(Mt. Edith Cavell)은 소개조차 되어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m)에서 100% 만점으로 재스퍼 국립공원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곳이었다.


여기서 앤젤빙하를 보니까 정말 활짝 편 천사의 날개같다. 빙하가 녹은 물이 높은 폭포를 만들며 떨어지고 있는데, 사진 오른쪽 아래에 사람들을 보면, 저 빙하가 매달린 절벽의 크기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독사진은 잘 안 올리는데, 워낙 풍경이 풍경이다보니...^^ 뒤로 보이는 검은 수직의 절벽 높이가 거의 1km이니까, 호수면에 보이는 카벨빙하(Cavell Glacier) 단면의 높이가 1백미터는 족히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 사진으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더 가까이 걸어간 오른쪽 아래에 파란 옷을 입은 아내~ '압도적 풍경'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거다!


이 곳에서 올려다보는 앤젤빙하의 모습은 한마리 하얀 비둘기같았다. 여기서 빙하의 단면쪽으로 더 걸어가면 빙하 아래로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얼음동굴(Ice Cave)도 나온다는데, 보다시피 빙하조각들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그만 가기로 했다. (얼음동굴과 빙하폭포 등의 모습들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리고, 이 외진 곳에서 위기주부를 알아보시는 한국분들을 만났다.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캐나다를 방문하신 친척(친구?)과 함께 오신 밴쿠버에 사시는 분들이셨는데, 이렇게 우리 가족사진을 찍어주셨다. "모두 잘 지내고 계시죠?"


이 호숫가에서는 빙하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거나,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또 호수 건너편쪽으로는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초원이 나오는 별도의 긴 트레일도 있는데, 오후의 흐린 날씨가 끝내는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해서 서둘러 주차장으로 돌아 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에 이제서야 엔젤빙하의 아래쪽을 줌으로 당겨보았다. (사진기에 줌기능이 있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있었음^^) 이 사진속에는 저 빙하의 크기를 비교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불과 1~2백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아래쪽도 빙하로 덮여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척박한 돌밭이 되어서 나무들이 힘들게 새로 자라고 있었다. 지혜가 보고 있는 안내판에는 여기가 울창한 숲이 될 지, 아니면 다시 얼음으로 덮일 지는 시간만이 알고 있다고 씌여 있었다.


이 산의 이름은 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인 간호사 Edith Cavell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그녀는 벨기에가 독일군에게 점령되어도 떠나지 않고 아군과 적군의 구분없이 모든 부상병들을 돌봤는데, 200여명의 연합군 부상병을 이웃 네덜란드로 보낸 것 때문에 스파이로 간주되어 독일군에 의해서 처형되었다고 한다.


에디스카벨(Edith Cavell) 산을 내려와서 다시 93A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려,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밤을 보낼 캠핑장을 찾아 가는 길이다. 피라미드같이 우뚝 선 바위산, 천사의 날개를 닯은 빙하와 폭포, 호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의 단면, 그리고 슬픈 영국인 간호사의 이야기 등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거기에 선명한 무지개까지 더해져서 정말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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