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우리가족 사는 모습

우리 동네의 작은 '센트럴파크'라 할 수 있는 클로드무어 공원(Claude Moore Park) 한여름 김밥 나들이

위기주부 2024. 7.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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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LA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엔시노(Encino)에 살 때, 소위 '밸리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BTS가 뮤직비디오를 찍은 댐이 있는 공원을 아침산책으로 찾아가 소개한 적이 있다. 지금 미동부 버지니아로 이사와서 살고 있는 우리 동네에도 사방이 집과 건물들로 둘러싸인 제법 넓은 공원이 있어서, 처음으로 아주 잠깐 방문을 했던 이야기를 쓰며 제목을 이렇게 거창하게 뽑은 것 뿐이니... 특별한 기대는 하지 말고 보시기 바란다~^^

우리집이 속하는 라우던(Loudoun) 카운티의 PRCS(Park, Recreation & Community Services) 부서에서 관리를 하고, 버지니아 주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는 표지가 붙어있는 클로드 무어 파크(Claude Moore Park)의 환영간판이다. 오른편으로 도로변 정비를 하고있는 캐스케이드 파크웨이(Cascades Pkwy)를 거의 매일 지나다니며 간판만 3년 가까이 보다가 마침내 안으로 들어가 보는 날이었다.


위성사진으로 보면 공원의 남동쪽은 주택가, 북서쪽은 상업지구가 감싸고 있고, 우리집에서 5분 거리인 코스트코가 공원의 바로 북쪽에 보인다. 동쪽 아래의 초등학교와 그 위에 바로 붙어있는 고등학교와 커뮤니티센터를 포함해서, 비스듬히 대략 동서 1km, 남북 2km의 넓은 면적이 자연상태로 보호되고 있었지만, 코스트코의 오른쪽 주황색과 그 아래 연두색으로 보이는 구역은 최근에 아파트와 주택단지로 또 개발이 되었다. (구글맵 지도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를 지나서 바로 주차장과 헛간 모양으로 지은 비지터센터가 나왔지만, 직원이 점심시간이라고 자리를 비워서 문은 잠겨 있었다. "그래요, 우리도 여기 점심 먹으러 왔어요~"


그래서 바로 건너편에 지붕이 잘 만들어진 단체 피크닉 시설로 향했다. 테이블 옆으로 설치된 바베큐 그릴을 보니까, 이런 곳에서 마지막으로 고기를 구웠던게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동실에 작년에 남아서 얼려둔 스테이크 덩어리 2개도 있는데...


하지만 이 날 우리의 점심 메뉴는 김밥! 전날 저녁으로 싸서 먹고 남은 것을, 마침 둘 다 쉬는 날이라 꼭 밖에서 먹기로 하고, 고른 장소가 여기였던 것이다. 재료도 빠진게 많은 '냉파' 김밥 4줄을 각각 랩으로 싸와서 사진은 볼품이 없지만, 이런 풍경을 전세낸 나들이에서 먹는 김밥이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 오리 녀석... 혼자 풀을 뜯으며 바로 테이블 앞까지 다가오더니, 위기주부가 흘린 단무지 한조각 맛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는 우리 부부의 먹는 모습을 계속 째려본다! 그와 동시에 무슨 텔레파시라도 날렸는지...


다른 놈들까지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마지막 김밥 몇 조각은 급하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는 없었다. ㅎㅎ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조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그 오리들이 떼거지로 몰려있는 작은 연못이 나왔다. 지도에 표시된 이름이 프로그섀클 폰드(Frogshackle Pond)로 직역하면 '개구리 족쇄'라는 참 특이한 뜻이다. 물가에 만들어 놓는 전망대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많은 수의 오리들이 무섭기도 하고, 풀밭에 저 분들의 배설물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너무 많아서 후퇴~


공원 안에는 옛날 길과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공원지도에 네이쳐센터(Nature Center)라고 되어있는 이 통나무집은 1700년대 초에 이 자리에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동서로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베스탈갭 로드(Vestal's Gap Road)라 불렸던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통행로로, 이 곳이 포토맥 강가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에서 출발해, 올해 초에 잠깐 구경을 갔던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타운(Charles Town)까지의 중간 지점이라는 뜻이란다.


그 옆으로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도 이 길을 자주 애용했다는 설명과 함께, 그가 버지니아 민병대 대령이던 1772년에 그려진 첫번째 초상화가 빛이 바래져 있다. 특히 지난 4월에 위기주부가 직접 다녀와 소개했던 펜실베니아 너세서티 요새(Fort Necessity)까지 그가 1753년부터 여러차례 행군을 했을 때도 이리로 지나갔었다고 한다.


원래 여기는 레인스빌(Lanesville)이란 마을로 1779년에 지어진 이 집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겸 우체국으로 사용이 되었고, 왼편 뒤쪽으로는 커다란 마굿간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집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반가운 NPS 로고와 함께 국립공원청이 지정한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라는 설명을 볼 수 있었다.


마을 남쪽에는 비교적 최신의 농기계들이 세워진 헤리티지팜 뮤지엄(Heritage Farm Museum)을 카운티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성인 5불의 입장료가 있어서 그냥 겉모습만 잠깐 구경하고 돌아섰다. 사진들을 보니까 DC 교외인 여기 북버지니아 지역이 주택가로 개발되기 전인 1900년대 중반까지 운영되던 농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박물관이었다.


박물관 뒷문과 연결된 작은 체험 농장도 있어서, 어디 유아원 아이들이 견학을 와서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의 낮기온이 급격히 높아져서 이만 차로 돌아가 코슷코와 다른 가게 몇 곳을 들린 후에 집으로 돌아갔는데, 여기서도 이틀 후 미국의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가 열리는 모양이었다~


Dr. Claude Moore는 군의관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와 DC의 조지워싱턴 대학병원의 초대 방사선과장으로 일한 후에, 개인 클리닉을 열어서 번 돈으로 1931년부터 북버지니아에 많은 땅을 샀다. 그는 1975년에 여기를 National Wildlife Federation에 기증했는데, 그 단체가 1986년에 개발업자에 땅을 팔아버리자 무효 소송을 했지만 패소하고, 라우던 카운티가 다시 매입을 해서 1990년에 현재의 공원이 되었다. 그는 1956년에 은퇴한 후에 줄곧 이 공원 안의 집에서 살다가 1992년에 98세로 사망했는데, 그가 자신의 전재산으로 1987년에 설립한 자선재단은 지금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9천만불이 넘는 금액을 5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에 지원해왔단다.

 

PS. 독립기념일에는 조촐하게 미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앞서 언급한 냉동실에 초장기로 보관되어 있던 두꺼운 스테이크를 꺼내서 오후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이 그릴에 숯불로 구워서 먹었습니다.


저녁에는 비가 그쳐서 밤새 동네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렸는데, 혹시 불꽃놀이 포스팅을 기대하신 분이 계실까봐 2년전에 직접 구경했던 워싱턴DC의 독립기념일 축하 '내셔널 불꽃놀이(National Fireworks)' 관람 포스팅을 아래에 링크합니다.


위 대표사진을 클릭이나 터치하면 여러 비디오도 차례로 보실 수 있는데, 방탄소년단 BTS의 다이너마이트 노래가 당시에 히트했던 것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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