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쉐난도어

버지니아 주 전체에서 가장 유명하고 힘든 하이킹 코스인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올드랙(Old Rag) 등산

위기주부 2024. 12. 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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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같은 곳이라서 이사를 온 직후부터 지난 3년간 계속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2022년 봄부터 하루 8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미리 별도의 유료 티켓을 예약해야만 입산이 가능하도록 해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12월~2월의 겨울은 예약이 필요없기 때문에 지난 일요일에 마침내 그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나뭇잎도 다 떨어져 푸른 녹음이나 노란 단풍을 볼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게 우거진 숲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지 않는가? 그냥 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위기주부도 한겨울에 올드랙을 혼자 올랐다.

캘리포니아에 요세미티가 있다면, 버지니아에는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후원하는 자동차 번호판이 따로 있다. 올드래그 마운틴(Old Rag Mountain)은 블루리지 산맥의 주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등산로가 시작되는 여기 주차장도 지금까지 소개했던 공원의 입구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인데, 마지막 3마일은 중앙선도 없는 좁은 도로를 달려야 겨우 도착하는 외진 곳이다.

하지만 레인저스테이션에 국립공원청 직원이 상주하며 3월~11월에는 예매한 입장권 검사를 하고, 그외 기간에도 국립공원 입장료를 내거나 연간회원권을 제시해야만 입산을 시키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렇게 엄격한 이유는 이제 보여드릴 힘든 코스 때문에 등산사고도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가이아GPS 앱으로 하이킹을 기록하려 했으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로그인이 필요한데 주차장에서 인터넷이 안 되더라는... 그냥 위 지도에서 굵은 녹색으로 표시된 Circuit Hike를 시계방향으로 돌았다고 보시면 되는데, 총거리 9.4 마일(15 km)에 등반고도는 2,348 피트(716 m)이고, 안내문에는 6~10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지만, 위기주부는 한 바퀴 도는데 정확히 5시간이 걸렸다.

순환 트레일의 시작인 작은 개울을 건너는 다리이고, 바로 스위치백이 시작되어 조금 올라가다가 등산쟈켓 안에 입은 파카는 벗어야 했다. 이후 1시간 동안은 앙상한 나뭇가지와 바람소리 뿐이라 사진이 하나도 없고, 위 지도에 Rock Scramble이라 표시된 곳을 지나니 능선의 바위들이 좀 나오기 시작했다.

Ridge Trail을 알리는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바위가 사람 키 높이라서, 처음으로 손을 짚고 그 틈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 후로는 그냥 바위 계단만 좀 더 나오길래 이 정도로 '락 스크램블'이라 겁을 줬나 생각을 하며 첫번째 바위산을 올랐다.

그러나 그 곳에서의 이런 평화로운 풍경도 잠시... 조금 앞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많이 들려서 다가가 보니,

에베레스트의 힐러리 스텝처럼 여기도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특히 제일 앞쪽에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 아이들만 20명 가까이 인솔해 온 그룹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신나게 올라온 소년들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결국 제일 가까이 보이는 배낭을 메신 남자분이 오른쪽 바위로 급히 올라가 조용히 시키고, 어디로 어떻게 내려가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한 명씩 빠져나가는데 20분 가까이 정체가 되었다.

여기가 그 문제의 장소인데 아래쪽으로 그려진 화살표를 따라 딱 사람 몸통 정도의 바위틈으로 거의 2 미터 높이를 아무 발판도 없이 내려가야 하는 진짜 난코스였다. 이후로 위험한 바윗길이 좀 더 나오고 약간 넓어진 곳에서 쉬고 있는 그 그룹을 추월해 지나가면서 보니까, 아이들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셨더라는...

그런데 그건 위기주부도 마찬가지였다~ 이후로도 살벌한 바위타기는 계속되었고, 이렇게 바위 틈으로 만들어진 구멍을 거의 기어서 지나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등산로가 이렇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한두시간씩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사고도 빈발해서 국립공원측에서 결국 인원제한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마치 일부러 만든 것 같은 이런 바위 틈의 좁은 계단도 있었는데, 극적 효과를 위해 돌덩이 하나가 사이에 끼어 있기까지 해서 그 아래로 또 기어가야 했다. 그룹을 추월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없는 것은 좋았지만, 초행길에 하늘색 블레이저를 찾으며 어디로 올라가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고, 또 이런 사진에는 모델이 좀 있어줘야 사진빨이 받는데 그러지 못하는게 살짝 아쉬웠다.^^

능선을 따라 지나가는 봉우리의 정상에는 이런 흔들바위들도 아슬아슬하게 많이 놓여 있었다.

뒤돌아 보니까 처음의 정체 후로 약 1시간 동안 기어서 올라온 바위 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중간에 위기주부도 한 번 미끄러졌고, 안 쓰던 근육을 썼더니 오른쪽 종아리에 쥐도 나려고 하는 상황이라서, 당시에는 다시는 올만한 곳이 아닌 너무 위험한 등산로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나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좋은 추억만 남아서 또 이런 모험을 그리워 하겠지만...ㅎㅎ

그리고는 올드랙 산의 정상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왔는데, 해발고도가 3,291 피트(1,003 m)로 공원의 주능선을 달리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 도로의 최고점보다도 훨씬 낮다. 즉,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높이로는 별볼일 없는 이 산이 가장 유명한 이유는 가장 큰 등반고도와 앞서 보여드린 살인적인 암릉 구간, 그리고...

정상의 이 특이한 거대한 바위들 때문이다. 왼편 바위의 꼭대기가 가장 높아 보였지만 올라가다가는 바람에 날라갈 것 같았고, 주변 어디에도 산의 정상을 알리는 표식이 전혀 없는 것도 특이했다. 아무도 없어서 그림자로 V자 사진이나 하나 남기고, 바위 밑에 숨어서 점심으로 싸간 김밥 두 줄을 다 먹은 다음에야 다른 사람들이 올라왔다.

그래서, 이렇게 올드랙 정상에 선 위기주부의 전신 사진을 부탁해서 하나 남길 수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꺼내서 신고 온 저 트렉스타 등산화는 거의 30년전에 남대문 시장에서 샀던 것이다.

사진을 찍어준 분의 일행들이 그 사이에 역시 점심을 먹으려는지 아래쪽에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며 하산을 시작했다. 남대문에 등산화 사러갈 때 같이 갔던 친구가 혹시 버지니아 집에 놀러오면 여기 또 올라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처음 경사는 제법 급했지만, 그래도 손을 써야하는 곳은 없어서 다시 하이킹 스틱을 이용하며 Saddle Trail을 조금 내려오니까, 돌로 만든 대피소인 Byrds Nest Shelter가 나왔다. 얼핏 '새둥지'로 읽히지만 Bird의 오타가 아니고,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Harry Byrd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계속해서 약 1 마일을 더 내려가면 산악 소방도로가 시작되는 곳에 Old Rag Shelter가 또 나오고, 그 조금 아래쪽의 소방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반가웠던 간이 화장실과 함께 아래의 표지판이 있었다.

Post Office Junction이라 불리는 사거리 주변으로 옛날에는 작은 산골마을이 있었지만, 1935년 국립공원 지정 후에 모두 이주하고 건물은 철거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위기주부의 하산길과는 반대 방향에 Berry Hollow Parking이 있는데, 거기서 올드랙 정상까지 왕복 5.4 마일의 최단 거리로 등산이 가능하단다. 이 날 마지막으로 3.3 마일의 Weakley Hollow Fire Road를 걸어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게 가장 체력적으로 힘들고 지루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5시간만에 Old Rag Circuit Hike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리가 놓여 있었다. 예상한 최소 6시간보다 일찍 등산을 마치는 바람에 센터빌 순대국집에서 이른 저녁을 사먹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날 아침 핸드폰에 알림이 떠서 확인해보니 전날 22,578 스텝을 걸어서 최고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이었다.^^ 이왕 필을 받은 김에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 다른 유명한 바위도 한 번 도전해볼까 생각중인데, 집에서 좀 많이 멀어서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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