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루트66

루트66의 발생지(Birthplace of Historic Route 66)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 아리조나 셀릭맨(Seligman)

위기주부 2013. 1. 1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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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가 디즈니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Cars>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미국의 '마더로드(Mother Road)'라 불리는 루트66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신다. (잘 모르시나? 반응이 썰렁하네... ㅋ)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 킹맨(Kingman)을 지나서 그랜드캐년으로 향하는 애리조나(Arizona) 주의 40번 프리웨이를 신나게 달리고 있다. 킹맨에서 그랜드캐년 입구인 윌리암스(Williams)까지의 2/3지점, 또는 모뉴먼트밸리로 들어가는 플래그스태프(Flagstaff)까지의 딱 중간지점에 셀릭맨(Seligman)이라는 작은 휴게소 마을이 나온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여기 셀릭맨은 루트66이 프리웨이40과 갈라져서 그랜드캐년 아래에 있는 산골마을, 피치스프링스(Peach Springs)로 들어가는 길목이기도 한다. (만화영화 <Cars>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라디에이터스프링스(Radiator Springs)'라는 마을의 이름을 바로 피치스프링스에서 따왔다고 함)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고가도로에서 내려다 본 셀릭맨의 모습은, 정말 제대로 된 2층건물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쇠락한 미서부의 작은 마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 곳이 바로...

'히스토릭 루트66(Historic Route 66)의 발생지'라는 환영간판이 떡하니 걸려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후버댐을 구경하고 세도나로 가는 길에 이 마을에 들린 이유는 여기 '델가딜로 스노우캡(Delgadillo's Snow Cap)'이라는 유명한 햄버거가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이 레스토랑은 Juan Delgadillo가 1953년에 인근의 철도공사장에서 버려진 목재들로 만들었는데, 재미있는 건물과 델가딜로 할아버지의 특유의 유머, 또 맛있는 밀크쉐이크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루트66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필수방문코스라고 한다.

식당으로 들어가는 문인데 문고리가 양쪽에 모두 달려있다! 지혜와 엄마 중에서 누가 잡고있는 문고리가 진짜일까? 하지만, 아쉽게도 이 날은 진짜를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았는데,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라고 가게문을 닫은 것이었다~ 흑흑... 참고로, 델가딜로 할아버지는 2004년에 88세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그의 자녀가 운영하고 있단다. (스페인어 Delgadillo는 '델가디요'라고 발음되지만, 그냥 쉽게 '델가딜로'라고 표기함)

점심을 어떻게 할 지 고민하면서, 이 마을에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고 해서 찾아나선 길이다. 이 마을에는 온통 저렇게 타이어 바람빠진 버려진(?) 오래된 자동차들과 숫자 '66'이 지천에 널려있었다.

역시 바람빠진 핑크색 구형 캐딜락과... 엥~ 왠 마네킹들? 여기는 또 뭐란 말인가? ㅋㅋㅋ

이 곳은 '러스티볼트(Rusty Bolt)'라는 곳으로 할리데이비슨을 모는 바이크족들의 아지트(?)같은 곳으로 추정이 되는데, 정말 이 건물의 주인은 범접하기 어려운 정신세계를 가지신 분으로 생각이 된다.

캐딜락에 걸터앉은 남녀 마네킹의 가운데에는 플라스틱 의자까지 하나 '쇠사슬로 묶어' 놓아서, 관광객들이 편하게 앉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입구 옆에는 'WORLD FAMOUS'라고 크게 씌여있지만, 전세계적은 고사하고 미국서부에서도 전혀 유명하지 않은 곳이다~^^

헤어스타일이며 복장이며... 밤에 모르고 이 길을 지나갔다가는 기절하겠다.

마를린먼로가 루트66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포즈도 따라해보고...^^ 오른쪽 기둥 위의 작은 표지판에는 'On This Site in 1897, NOTHING HAPPENED!'라고 씌여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궁금하잖아!"

(엘비스프레슬리가 서부영화에 출연한 적도 있나?) 엘비스와 메이터의 사진 뒤로 보이는 건물은 지금도 영업을 하는 이발소 겸 이 마을의 비지터센터인데, 이발소의 주인이 바로 "The Father of the Mother Road" 또는 "The Guardian Angel of Route 66"이라 불리는 Angel Delgadillo로, 우리가 찾아간 Snow Cap 햄버거가게를 만든 Juan의 친동생이란다. 그가 최초로 1987년에 여기 셀릭맨에서 아리조나주 루트66 보호협회를 만들었고, 이후로 다른 7개주에서도 협회가 만들어져서 전국적인 조직이 완성되었다고 하니, 여기 셀릭맨을 루트66의 발생지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006년에 디즈니 픽사(Pixar)에서 애니메이션 <Cars>를 만들면서 제작자가 직접 여기를 찾아와 Angel을 만나서, 루트66의 옛날역사와 또 1975년에 마을 앞을 가로지르는 40번 프리웨이가 개통되던 날부터 일순간에 마을을 지나는 차량들이 사라져버린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화영화의 내용이 바로 위의 동영상인 여주인공 샐리의 회상장면이다. 다시 봐도 눈물이 핑...^^ 그래서 애니메이션 <Cars>의 마지막 크레딧에 Angel Delgadillo와 작고한 그의 형 Juan의 이름도 들어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추수감사절 연휴라고 비지터센터도 문을 열지 않아서, 벽면에 그려진 루트66의 지도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루트66(Route 66)은 서쪽끝이 캘리포니아(California) 산타모니카 부두이고, 차례로 아리조나(Arizona), 뉴멕시코(New Mexico), 텍사스(Texas), 오클라호마(Oklahoma), 캔사스(Kansas), 미주리(Missouri)를 지나서 일리노이(Illinois)의 시카고를 동쪽끝으로 하는 도로로 모두 8개의 주를 지난다. 아직까지는 나는 제일 동쪽으로 가본게 아리조나 홀브룩(Holbrook)이지만, 언젠가는 이 도로를 따라서 시카고까지 갈 날이 오겠지...? 참, 비지터센터 이발소의 내부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 제롬님의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지금도 이발을 할 수 있는 66번 도로의 출생지. 엔젤 델가딜로 이발소>

우리 차를 세워둔 스노우캡 햄버거가게의 뒷마당으로 돌아왔는데, <Cars>에서 라디에이터스프링스 마을의 보안관(Sheriff)으로 등장했던 1949년형 머큐리(Mercury) 경찰차의 실물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또 이 집 뒷마당의 유명한 명물은 바로 이 화장실이다. 다행히, 우리 일행중에는 화장실이 급한 사람이 없었다. ㅋㅋㅋ

그리고, 햄버거가게의 간판에도 그려져 있던, 일년내내 자동차 뒤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싣고 달렸다고 하는 실제로 델가딜로 할아버지가 타고다닌 1936년형 시보레(Chevrolet) 자동차인데, 아직도 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날 점심은 마을 동쪽 인터체인지의 주유소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먹었는데, 언제 델가딜로 할아버지의 '치즈가 들어간 치즈버거'를 먹어보기 위해서 다음에 40번 프리웨이를 지날 때도 가능하면 여기를 다시 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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