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동안 4천km 이상을 달려야 했던 '빡센' 자동차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미국 국립공원의 진면목은 '뷰(view)'가 아니라 '트레일(trail)'에 있다는 신념으로, 위기주부는 빠듯하고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1~2시간 정도의 트레일 코스를 계획에 꼭 집어넣었다.

그래서, 여기 아리조나(Arizona)주의 외딴 치리카후아(Chiricahua) 준국립공원에서도 가장 쉬운 하이킹코스인 에코캐년 루프트레일(Echo Canyon Loop Trail)을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돌아보기로 했다.

이 트레일은 바위산의 정상 부근에 차를 세우고, 아래 '바위들이 서있는' 계곡쪽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코스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트레일 옆으로 한두 덩어리의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다가,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렇게 '서있는 바위(Standing-Up Rocks)들'의 이상한나라로 들어서게 된다!

유타주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국립공원의 붉은 진흙의 '후두(hoodoos)'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바위기둥들이었다.

여러 바위기둥들이 자라난 바닥의 중앙에 동굴처럼 보이는 이 곳의 이름은 '그로토(The Grotto)'이다.

실제로는 사진보다 훨씬 어두워서 정말 음침한 동굴같은 느낌이었는데, 어느 바위기둥 뒤에서 골룸이 갑자기 튀어나와도 이상할게 없는 그런 곳이었다.

트레일을 따라 더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우리 주위의 바위기둥들은 점점 더 높이를 키워간다.

지혜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바위기둥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아빠를 닮아서 겁이 없군~" ^^

(이제는 사진 찍을 때 배에 힘을 줘야겠음 T_T)

지금까지는 비교적 완만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지그재그로 제법 급하게 바위들 아래로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었다.

저 아래에서 쉬고있는 지혜와 풍경을 감상하시는 사모님인데, 이 에코캐년 트레일이 '루프(loop)'라고 했으니, 다른 길로 올라온다고 헤도,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쯤에서부터 돌아서서 올라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려가면 갈수록 이렇게 더 멋진 풍경들을 만나게 되어서 트레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절벽 사이로 복도같이 좁은 길이 나오길래 지도를 확인하니, 여기만 지나면 다른 트레일과 만나는 삼거리가 나오는 것 같았다. 더 내려가봐야 풍경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가 않아서 루프는 포기하고 여기서 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를 줌으로 당겨봐도 이렇게 정말 바위들이 사람처럼 빼곡히 서있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한 곳이었다.

뒤돌아보니 절벽 사이로 저 멀리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있는 바위기둥이 하나 서있어서 깜짝 놀랐다. 그늘에서 추억의 '고구마형 과자' 한봉지를 간식으로 먹고는 다시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올라갔다.

해발 2천미터의 샛파란 하늘 아래로 솟은 거대한 바위기둥들 아래에서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올린다. 다음 번에 다시 이 곳을 찾게된다면, 캠핑을 하면서 아침 일찍 점심도시락을 싸서 들고는 6~7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인 "Heart of Rocks"까지 들어가서, 이 공원에서 가장 신기한 바위들을 모두 다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한 멋진 트레일이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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