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그랜드캐년

셔틀버스를 타고 그랜드캐년 사우스림 서쪽 끝에 있는 '은둔자의 쉼터' 허밋레스트(Hermits Rest)로

위기주부 2016. 4. 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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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랜드캐년(Grand Canyon) 국립공원 사우스림(South Rim) 지역의 서쪽끝에는 속세를 떠난 은둔자들의 쉼터가 있다.

공원에서 가장 많은 숙소와 건물들이 모여있는 '빌리지'의 Village Loop Dr 서쪽 끝에서 허밋로드(Hermit Road)가 시작된다. 길이 7마일(11km)의 이 도로는 1912년에 만들어져서, 초기에는 관광객들이 돈을 내고 말이나 마차를 타야만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빨간색 정류소 Hermits Rest Route의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데, 겨울철인 12월초부터 2월말까지의 3개월 동안은 일반 관광객들도 직접 차를 몰고 들어갈 수가 있단다.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올해부터 입장객들에게 뉴스페이퍼 대신 나눠주는 포켓맵(Pocket Map)에 그려진 Hermits Rest Route 부분이다. 셔틀버스가 허밋레스트(Hermits Rest) 쪽으로 갈 때는 모든 정류소에 다 서기 때문에 40분 정도가 걸리고, 반대 방향으로 빌리지(Village)로 돌아올 때는 중간에 피마포인트(Pima Point), 모하비포인트(Mojave Point), 그리고 파웰포인트(Powell Point)의 3곳만 정차해서 20분 정도가 걸린다.

셔틀버스가 출발해서 첫번째 정류소인 Trailview Overlook을 지날 때 즈음 협곡 건너편의 절벽 위에, 제일 왼쪽의 엘토바 호텔(El Tovar Hotel)부터 오른쪽의 브라이트앤젤라지(Bright Angel Lodge)까지 빌리지의 모든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때 우리는 사우스카이밥 트레일(South Kaibab Trail)을 마친 직후라서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급했기 때문에, 한 번에 허밋레스트까지 일단 바로 가기로 했다.

호피포인트(Hopi Point)를 지나면 이렇게 버스 안에서도 서쪽으로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이 직접 보이는 구간이 나왔다.

허밋레스트(Hermits Rest)에서 셔틀버스를 내리면, 돌로 만든 아치(arch)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1914년에 이 아치와 쉼터 건물(Rest House)이 만들어졌는데, 당시 그랜드캐년의 많은 건물들을 설계한 여성 건축가인 메리콜터(Mary Colter)가 역시 설계를 했다고 한다.

안내판에 사진에 말을 탄 모습의 '채광꾼(prospector)' Louis Boucher라는 사람이, 당시 산타페 철도회사(Santa Fe Railroad)의 요청으로 여기서부터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가는 트레일을 만든 "은둔자(hermit)"이다. 하지만 협곡 아래 Hermit Camp에서 가끔 혼자 살았을 뿐이지, 인기있는 관광객 가이드로 결코 숨어서 산 것은 아니라고...^^ (사진을 클릭해서 원본보기를 하시면 확대됨)

마이산탑사의 돌탑을 떠올리게 하는, 돌로 쌓은 굴뚝이 인상적인 Rest House의 모습이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기둥도 없이 반구형으로 돌을 무너지지 않게 쌓아놓은 것이 참 신기했던 휴계소 건물의 벽난로와 그 옆에 쌓아놓은 장작들... 까만 그을음으로 남은 1백년의 역사... 추운 밤에 장작불이라도 지피면 마법처럼 은둔자들의 유령이 나타나서 저 의자에 앉아서 껄껄거릴 것 같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일단 우리는 갈증부터 해결하자구~" 두 명의 직원이 일하는 계산대에서 커피와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주문했는데, 커피는 원두로 내린 것이 아니라 가루를 탄 것이라서 이 곳의 분위기와 달리 맛은 별로였다.

안내판의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쪽 끝에 계곡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허밋레스트(Hermits Rest)는 전망대라기 보다는 허밋트레일(Hermit Trail)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허밋트레일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브라이트앤젤트레일은 유료(지금 돈으로 1인당 $20 정도)였고 사우스카이밥트레일은 없어서 사람들이 여기서 계곡 아래 Hermit Camp를 지나서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허밋트레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고 한다.

빌리지(Village)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다가 모하비 포인트(Mojave Point)에 내려서, 절벽 끝으로 걸어가서 콜로라도 강(Colorado River)이 서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내려다봤다.

이번에는 아빠와 함께... 뭔가 콜로라도 강물로 자쿠지(Jacuzzi)를 하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오른쪽 절벽 끝에 있는 호피 포인트(Hopi Point)와 그 옆의 파웰 포인트(Powell Point)까지 약 2km를 걸어볼까 잠시 생각했으나, 빌리지에 돌아가서도 구경을 할게 남아있으므로 체력을 아껴야 된다는 판단에 따라서, 다시 셔틀을 타고 바로 파웰포인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미국의 남북전쟁(Civil War)에서 오른쪽 팔을 잃은 John Wesley Powell 소령은 1869년과 1872년의 두 차례에 걸쳐서, 상류에서 배를 타고 내려오면서 지금의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콜로라도 강 유역을 탐험한 최초의 백인이다. 특히 1869년 여름의 1차 시도는 탐험이라기 보다는 거의 목숨을 건 모험이었는데, 이 Powell Point 부근에서 4명의 동료를 잃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미국 의회의 결정에 따라서 1916년에 파웰 기념비(Powell Memorial)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랜드캐년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3년전의 일이다.

기념비 위에 올라가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지혜~

이 사진을 보니 갑자기 영화 <박하사탕>의 대사가 떠오른다... "나 다시 돌아갈래에에에~" 그래서, 다시 셔틀버스에 올라서는 그랜드캐년 빌리지(Grand Canyon Village)로 돌아가서, 빌리지의 여러 건물들을 구경한 이야기가 '그랜드캐년 제대로 구경하기' 시리즈의 마지막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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