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의 러시모어/콜로라도/와이오밍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부분이, 러시모어에서 동쪽으로 1시간반 거리로 뚝 떨어져있는 이 곳을 방문할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였다. (러시모어 부근 국립공원 지도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시면 됨) 하지만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라는 이름만으로도 무조건 방문해야 한다고 결론이 났고, 여행기를 쓰는 시점에 다시 생각해봐도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푸른 초원 위에 만들어진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의 입구... 테렌스 맬릭 감독에 마틴 쉰 주연의 1973년 영화 <황무지>의 원제가 바로 "Badlands"로 여기 사우스다코타(South Dakota) 주의 부근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유명한 싯구로 시작하는 T.S. 앨리엇의 영시 <황무지>의 그 황무지(The Waste Land)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도로 오른쪽에 차들이 서있어서 우리도 속도를 늦추고 자세히 보니, 빅혼쉽(Bighorn Sheep) 한 마리가 풀숲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기까지는 전혀 '나쁜땅' 배드랜드(bad land)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달리니 이렇게 초원 위로 누런색 절벽들이 나타나며, 왼쪽으로 큰 주차장이 나와서 차를 세웠다.

확대된 공원지도로 잠깐 설명하면, 우리는 오른쪽 위의 90번 프리웨이 131번 출구로 나와서 지금 Door Trail, Window Trail, Notch Trail 등이 출발하는 긴 주차장에 도착을 한 것이다. 비지터센터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이 곳이 나오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잘 차를 세워야 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3개의 산책로 중에서 가장 북쪽에서 출발하는 도어트레일(Door Trail)의 보드워크가 시작되는 곳인데, 아내와 지혜는 벌써 저기까지 가서 손을 흔들고 있다.

퇴적층이 이렇게 침식된 지형은 아리조나주 페트리파이드포레스트(Petrified Forest)나 또는 유타주의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등의 여러 국립공원에서 많이 봐왔지만, 여기 배드랜즈(Badlands) 국립공원이 가장 다른 점은 땅이 평평한 곳은 모두 초록의 긴 풀들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길의 이름이 Door Trail 일까? 공원의 입문(入門) 코스라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모퉁이를 돌아서 저 위치에 서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비록 '문짝'은 없지만, 저 거대한 두 벽의 사이로...

바로 이런 황무지 세상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보드워크에서 내려와 직접 황무지를 밟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명확한 트레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란색 막대기 표시를 따라서 약 1km 정도까지 깊숙히 들어가볼 수 있게 해놓았다.

"지혜야, 너가 방문한 31번째 미국의 내셔널파크야~ 미국에 60개의 National Park가 있으니까, 이로써 50%를 넘겼다." (그 동안 우리가족이 방문한 미국의 국립공원들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음)

우리도 노란 쇠말뚝을 하나씩 찾으면서 좀 더 깊숙히 들어가보기로 했다.

가끔은 풍경을 바라보는 뒷모습 사진이 더 어울리는 곳들이 있는데, 바로 여기가 그런 장소들 중의 하나였다.

셀카를 찍으려는 자와 그것을 말리는 자...^^

셀카봉 가족사진 한 장 찍고는 엄마는 여기서 기다리시고, 지혜와 아빠는 조금 더 깊숙히 황무지 탐험을 계속했다.

이 안쪽은 정말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나쁜땅' 배드랜드가 맞았다~ 그런데, 저 멀리 깍아지른 절벽을 자세히 보니...

절벽 중턱에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기어서 올라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저 틈새로 뒤쪽에서 걸어서 나왔다 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기다란 주차장을 따라서 사람들이 이 황무지로 들어오는 길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저리로 나오는 것 같았다. 시간만 많다면 저기도 돌아서 가보고, Window와 Notch Trail도 모두 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여유는 없었다.

미서부와는 살짝 다른 느낌의 대평원(Great Plains) 지역의 침식지형... 외계행성같은 그림 속으로 한 분이 들어가고 있다. (옷이 밝은색이나 흰색 우주복이면 좋았을 듯^^) 여기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유명한 광고카피가 문득 떠오른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제 그만 길을 찾아서 돌아가야 했다. 좁은 협곡 아래쪽을 탐험하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를 이 황무지의 세계로 인도한 문이 저 멀리 보인다.

주차장에서부터 도어트레일과 황무지를 직접 밟는 모습, 그리고 보드워크 끝에 있는 전망대의 풍경까지 모두 동영상으로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여행기를 쓰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렸더니, 비지터센터로 가는 도로에서 찍은 이 마지막 사진은 왠지... 영화스크린과 같은 화면비율인 2.4:1 아나몰픽(Anamorphic) 와이드화면처럼 뽑아보고 싶었다.




Posted by 위기주부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