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산타모니카마운틴

냉전시대 나이키미사일 레이더기지가 있는 웨스트리지-캐년백(Westridge-Canyonback) 공원 하이킹

위기주부 2019. 5. 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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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모니카 산맥을 남북으로 넘어가는 405번 프리웨이의 바로 서쪽으로는, 1960년대 미소 냉전시대에 군사시설이었던 곳이 지금은 전망대로 만들어진 샌비센테 마운틴파크(San Vicente Mountain Park)가 있다.


405번 프리웨이 위를 고가도로로 건너온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ive)가 비포장으로 바뀌는 여기 Upper Canyonback Trailhead 주차장에서 하이킹을 시작한다. 자전거들이 향하는 멀홀랜드 길의 게이트가 열려 있어서 차로 더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위와 같은 루프트레일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았기 때문에 굳이 비포장 도로를 더 운전해서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가이아GPS 앱으로 이 날의 하이킹을 기록한 것으로 여기를 클릭해서 고도와 이동속도 등의 상세 데이터를 보실 수 있음)


15분 정도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걸으면 여기까지 들어온 차들이 세워져 있고, 산악자전거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나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W Mandeville Fire Rd가 갈라지는데 그 입구가 범상치 않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입구 왼쪽에 초소(sentry post)까지 만들어져 있는 LA96C 기지는 1956~1968년 동안에 미본토를 침공하는 소련 폭격기 탐지와 격추용 나이키미사일(Nike Missile)의 제어를 위한 레이더기지가 있던 곳이다.


나이키미사일 발사대는 북쪽 산아래 세풀베다 베이슨(Sepulveda Basin)에 있었지만, 적기 탐지와 미사일 유도 등을 위한 통제센터가 여기 샌비센테(San Vicente) 산의 해발 599 m 정상에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레이더는 철거되고 타워 위에 전망대를 잘 만들어 놓았다.


"너희를 묻어버리겠다!" 1956년 당시 소련 공산당서기장 후르시초프가 했다는 "WE WILL BURY YOU." 이 말은, 작년 여름에 방문했던 미국 핵미사일 발사기지의 전시장에도 큼지막하게 씌여있었는데 (여기를 클릭하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당시 미국과 소련의 냉전(Cold War)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망대에 올라오면 북쪽으로 조금 전에 들어온 초소가 세워진 입구가 보이고, 산 아래로는 엔시노 저수지(Encino Reservoir)가 보인다. (오른편에 보이는 안테나는 최근에 통신용으로 세워진 것으로 생각이 됨)


남쪽으로는 맨더빌캐년(Mandeville Canyon)의 서쪽능선(Westridge)을 따라서 이어지는 이제 걸어갈 트레일이 보인다.


1960년대까지 미국 해안가 대도시 주변에 이러한 방공망 레이더기지가 촘촘하게 설치되었지만 (LA지역에만 16곳이 있었다고 함), 미국과 소련 모두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실전에 배치하면서부터, 적 항공기 격추를 위한 이러한 시설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나머지 트레일 코스는 모두 웨스트리지-캐년백 야생공원(Westridge-Canyonback Wilderness Park)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바로 서쪽에 인접한 토팡가 주립공원과 합쳐서 '빅와일드(Big Wild)'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구글지도에 'Lungta Tree'라고 표시된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캐년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서 찾아왔다. 룽타(lung ta, 룽따)는 티벳에서 기도문을 적어서 나무에 걸어놓는 천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의 성황당에 깃발을 걸어두는 것의 유래라고 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 나무가 영험한 '서낭당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찾아갔을 당시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언덕 위에 홀로 뿌리를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가 않아서 소원 한 번 빌고는 삼거리로 다시 돌아갔었다.^^


마을이 있는 캐년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로 돌아와서, 이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데...


송전탑을 따라서 만들어진 이 비포장도로의 이름은 Water and Power Pole Rd였는데, 공교롭게도 마을로 내려가는 길에 LA수도전력국(Los Angeles Department of Water and Power, LADWP)의 주의표시가 세워져 있었다.^^


브렌우드(Brentwood)의 선셋 대로(Sunset Blvd)부터 여기까지 5마일 이상 계곡따라 이어지는 Mandeville Canyon Rd는 LA에서 '가장 긴 막다른 도로(the longest paved, dead end road)'라고 하는데, 그 길을 따라 좌우로 이렇게 집들이 있는 정말 깊은 산속의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다.


마을의 Garden Land Trailhead로 나가서 조금 아래쪽에 있는 여기 Hollyhock Trailhead로 다시 공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언덕을 다 올라오면 다시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넓은 캐년백 트레일(Canyonback Trail)을 만나고, 근처 저 언덕에 또 구글지도에 'Canyonback Cairn'이라는 표시가 있어서 저기까지만 올라가보기로 했다.


정상에는 분명 '돌탑(cairn, 케른)'을 쌓았던 흔적은 있었는데 지금은 무너지고 없었다. 대신에 동쪽 아래로 저 멀리...


405번 샌디에고 프리웨이(San Diego Fwy)가 산타모니카 산맥을 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위쪽에 보이는 고가도로가 처음 말했던 멀홀랜드 드라이브(Mulholland Dr)이고, 아래쪽 고가도로는 스커볼센터 드라이브(Skirball Center Dr)이다. 저 길로 나가면 있는 유대인의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라는 스커볼 문화센터(Skirball Cultural Center)도 언제 한 번 구경을 가봐야겠다.


그리고, 메마른 땅에 예쁘게 피어있는 이 야생화들을 좀 구경하다가는 북쪽에 하이킹을 시작한 곳으로 향했다.


산타모니카 산맥 주능선 꼭대기의 으리으리한 대저택들을 구경하며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우리 옆동네 셔먼옥스(Sherman Oaks)의 단골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에서 더블더블과 감자튀김을 토요일 늦은 점심으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투고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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