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래슨볼캐닉

100여년전 폭발한 화산의 분화구를 볼 수 있는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의 래슨피크(Lassen Peak) 등산

위기주부 2020. 11. 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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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아주 가끔 있기는 하지만, 산(山)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특히 정상이 그 산의 이름을 딴 국립공원 한가운데 우뚝 숫아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고, 게다가 해발 3천미터가 훌쩍 넘는 화산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그 엄청난 매력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래슨볼캐닉 국립공원 캠핑여행의 2일째, 오전에 범패스헬(Bumpass Hell)을 구경하고 캠핑장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고개를 넘어 Lassen Peak Trailhead 주차장으로 왔다. 안내판에는 여러 주의사항과 함께 여기 8500피트(2591 m) 주차장에서, 10457피트(3187 m) 정상까지 왕복 5마일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래슨피크(Lassen Peak)는 약 27,000년전에 분출된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플러그돔(plug dome) 화산인데, 저 위의 바위들이 만들어질 당시의 옛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란다. 왼쪽 바위에는 화산답게 '불의 신' 벌칸의 눈(Vulcan's Eye)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멀리 4명의 여성분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데, 트레일은 오른편으로 꺽어져서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4명중에 1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려가시고 3명이 남았는데, 지혜가 그들을 추월해서 먼저 올라가고 있다. 래슨피크의 정상은 저 바위들 너머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뒤를 돌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당시 산불연기 때문에 뿌연 하늘 아래로 오전에 들렀던 헬렌 호수(Lake Helen)와 우리가 출발한 주차장이 보였다. 저 호수의 이름은 1864년에 백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래슨의 정상에 오른 Helen Tanner Brodt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주차장 입구쪽에 우리 차가 세워져 있고, 그 뒤로 나무 아래에 빨간 캠핑의자를 펼쳐두고 LTE 신호를 찾고있는 아내가 살짝 보인다.^^ 등반고도가 제법 되는 등산이라서 아내는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리시겠다고 해서, 지혜와 둘이서만 올라가는 중이다.

나무들이 좀 자라던 산비탈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돌계단과 스위치백으로 만들어진 경사가 시작되는데, 앞서 소개한 여성분들 중에서 마지막 한 명만 남아서 저 앞에 원색의 옷을 입고 서둘러 올라가고 계시다. 미끄럼틀같은 산사면 너머로 마침내 나타난 정상까지는 약 1마일 정도 남아있는 여기는, 빙하에 의해서 깍여진 글레이셜노치(Glacial Notch)라 불리는 곳이다.

원형극장처럼 파여져 있는 제일 아래에 정말 조금 남아있는 저 하얀 얼음이 이 곳을 깍아낸 빙하의 마지막 잔재이고, 그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또 다른 플러그돔 화산인 리딩피크(Reading Peak)라고 한다.

무너지는 바위틈에 정말 힘들게 뿌리를 박고 아직 살아있는 이 나무를 지나서,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던 정면의 저 바위들 뒤쪽 위까지 지그재그로 계속 올라가면,

정상까지 0.5마일이 남았다고 표시된 나무기둥이 나온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급격히 추워지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서 배낭에 넣어간 두꺼운 옷을 꺼내서 입어야 했다.

꼭대기 직전에는 많은 안내판들이 잘 만들어져 있는 넓은 언덕이 나온다. 저 안내판의 제목은 'Land of Volcanoes'로 여기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에는 형성된 방법에 따라 구분하는 4종류의 화산 - 쉴드(Shield), 신더콘(Cinder Cone), 콤포지트(Composite), 그리고 플러그돔(Plug Dome)이 모두 지척에 보인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 언덕에서 이 등산로의 유일한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간 후에, 오른편에 보이는 돌산의 뒤쪽으로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왼편의 눈밭 너머로 거뭇한 바위들이 있는 곳이 분화구인데, 일단 정상부터 먼저 올라가보자~

마지막 돌산을 올라갈 때 내려오고 있는 남녀를 마주쳤는데, 허리춤에 보면 둘 다 샌달을 매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 튼튼한 등산화를 대신 신고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맨발이었다! 예전에 JMT에서도 맨발로 다니는 하이커를 본 적은 있지만, 이 거칠고 뾰족한 돌투성이의 길을 왜 신발을 허리에 차고 맨발로 내려가고 있는지가 참 궁금했다...

래슨피크에는 따로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은 없었고 (못 찾았을 수도), 아래에서부터 보이던 태양광 발전판에 연결된 어떤 관측시설과 안테나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정상의 바위들이 모두 거칠고 날카로워서 편하게 앉아서 쉴만한 곳도 찾기 어려웠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정상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돌리면서 찍고있는 지혜... "우리동네 마운트볼디(Mt. Baldy)도 빨리 같이 올라가야 되는데~"

이 산이 솟아오르고 27,000년 동안 잠잠하다가 1914년 5월 30일에 스팀분출(steam blast)이 시작되었던 분화구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올라올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분화구를 보는 순간 또 터질까봐 빨리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서 모자가 해적선장처럼 좀 웃기게 나오기는 했지만, 저 바위 아래 노란꽃이 너무 대견해서 같이 한 장 찍었다.

1914년 6월에 찍었다는 안내판의 큰 사진처럼 처음에는 연기만 새어 나왔지만, 아래쪽에 점점 차오른 용암(lava)이 분출구를 막으면서 압력이 쌓여갔고, 결국 1년후인 1915년 5월 19일과 22일에 두 차례의 큰 화산폭발이 일어나서 1921년까지 화산활동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래슨은 1980년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미본토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 화산폭발로, 미국 최초로 많은 사진과 필름으로 기록되고 보도된 화산활동이란다.

화산이 또 터질까봐 무서웠는지 Glacial Notch 표지판이 있는 여기까지 1마일을 거의 쉬지않고 내려왔던 것 같다.^^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을 포함한 9박10일 자동차여행을 할 당시 8월말의 캘리포니아 산불연기가 아래쪽에 자욱한 것이 보인다.

우리가 트레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넓은 주차장에 차가 2~3대 뿐이었다. 그나마 캠핑장보다는 여기 주차장이 LTE 신호가 좀 잡혀서, 지혜도 급한 이메일을 보내는 등 일처리를 좀 한 후에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이 날 우리의 등산을 가이아GPS 앱으로 기록한 것으로 왕복에 3시간반 정도가 소요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하이킹의 상세기록을 보실 수 있음)

국립공원 밖으로 안 나가고 캠핑장에서만 2박째였기 때문에 전날 마트에서 미리 사뒀던 소세지와 빵, 크램챠우더를 숯불에 데워서 미국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10여년 전에 30일간의 자동차 캠핑여행을 하면서, 캐나다 레이크루이스 캠핑장에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먹었던 것이 그 때도 지금도 떠오른다. (당시 모습을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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