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한 시간 이상 걸었지만 산과 계곡을 하이킹했다고 할 수도 없고, 파사데나(Pasadena)의 여러 곳이 소개되지만 같은 LA지역이라 다른 도시 이야기라 부르기도 좀 그렇다... 포스팅을 시작하면서도 이 글은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지 아직 결정을 못한 상태이다~

주제가 애매모호한 이 날의 방랑은 개울가 공원 산책로에서 시작되었다. 오른편에 나무에 거의 가려진 안내판에 아로요세코 트레일(Arroyo Seco Trail)이라고 되어 있는데... "나무를 자르던지 아니면 안내판을 옮기던지 해야지, 가까이서 볼 수가 없잖아~"

스페인어 Arroyo Seco는 '마른 물줄기(dry stream)'라는 뜻이고, 지난 번에 소개한 로스앤젤레스 강(Los Angeles River)의 지류로 다운타운 북쪽에서 LA강과 합류한다. 하지만, 이 글의 주인공은 콘크리트 물길이 아니라, 멀리 보이는 이 개울을 높이 건너는 저 콘크리트 다리이다.

여기 바닥에서 다리 위까지의 높이가 150피트(45 m)로 1913년에 개통되었을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로 기록되었던 콜로라도스트리트브리지(Colorado Street Bridge)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뭔가 으스스한 다리 아래를 지나서 계속 걸어가면,

훨씬 더 거대하지만 살짝 볼품은 없고, 또 차들 지나가는 소리가 시끄러운 다른 다리 밑으로 또 산책로가 지나가게 된다.

4개의 아치가 떠받히고 있는 이 다리는 파사데나를 동쪽 끝으로 하는 134번 고속도로로, 지금 머리 위 도로의 폭은 진출입로를 포함해서 왕복 14차선이나 된다! 이로서 굴다리 아래 개울가 산책은 10분만에 끝나고, 자동차 도로를 따라서 언덕을 걸어 올라간다. (여기를 클릭하면 트레일 경로를 보실 수 있음)

왼쪽의 콜로라도스트리트브리지와 오른쪽의 134번 고속도로의 가운데에서 두 다리의 아치들을 함께 볼 수 있다. 이상하게 두 도로가 나란하게 달리지 않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항공사진 한 장을 보여드린다.

아랫쪽이 콜로라도 다리인데 상당히 많이 휘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의 기술로 지반이 약한 급경사에 기둥을 박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단단한 땅을 찾아서 이렇게 다리를 휘어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멋진 9개의 아치가 이어진 다리의 총길이는 453 m나 되며, 부드럽게 휘어져 있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당연히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 및 토목공학 역사기념물(National Historic Civil Engineering Landmarks)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이런 다리를 만든 것이 100년도 훨씬 지난 1913년이라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134번 고속도로 위로 건너가며 촘촘한 철망 사이로 내려다 본 모습으로, 나중에 101번으로 바뀌어 벤츄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벤츄라프리웨이(Ventura Freeway)로 불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2번 고속도로와 만나는 인터체인지까지의 약 4마일 구간은 "President Barack H. Obama Highway"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 44대 대통령이었던 버락오바마가 이 도로 남쪽의 이글락(Eagle Rock)에 있는 옥시덴탈칼리지(Occidental College)에서 2년 동안 대학을 다녔기 때문이다.

빨간 장미를 문양으로 사용하는 파사데나(Pasadena) 시의 안내판이 세워진 사거리를 건너서, 오른쪽 콜로라도블러바드(Colorado Blvd) 방향으로 걸어간다. (다리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길의 이름이 Colorado Street 였는데, 후에 Colorado Boulevard로 바뀌었음)

디펜더스파크(Defenders Park)라는 작은 공원을 따라 걸어가면 되는데, 독립전쟁부터 시작을 해서 그 동안 미국을 위해 싸웠던 사람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공원인 것 같았다.

마침내 다리의 동쪽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떡하니 세워진 자살상담 핫라인(Suicide Crisis Line) 전화번호 안내판... 파사데나의 콜로라도스트리트브리지는 그 아름다움과 함께 '자살다리(suicide bridge)'로도 유명한데, 다리가 개통되고 6년 후인 1919년 가을에 누군가가 처음 뛰어내린 후로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자살을 했으며, 특히 약 3년반의 대공황 시기에만 50명 정도가 여기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좀전에 다리 아래를 혼자 지날 때, 괜히 으스스한 것이 아니었어~"

1993년에 전면적인 다리 보수공사를 하면서, 낮은 석조난간 위에 철제난간을 추가해서 전체 2미터 정도의 높이로 넘어가기 힘들게 만들었지만 자살은 계속되었고, 특히 2006년부터 갑자기 붐(?)이 일어서 2016년까지 10년간 28명이 자살을 하는 바람에, 가로등이 짝으로 세워진 사이에 바깥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곳은 못 들어가도록 폐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9명, 2018년에 4명이 또 자살을 하자, 결국 파사데나 시에서 지금처럼 흉물스런 높이 3미터의 임시 철망을 다리 전체에 좌우로 두르게 되었단다.

현재 어떤 형태의 더 높은 철제난간을 다시 영구적으로 설치할 것인지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 샘플들이 부분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 좌우 끝에 임시 철망 뒤로 보이는 것이 1993년에 추가된 철제난간이니까, 최종적으로 전체 높이가 4미터가 넘는 새로운 난간이 자살방지를 위해 다시 설치될 예정인 것이다.

다리 서쪽에서는 주차한 아래 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유턴해서 돌아가다가... 마침 빨간 차가 한 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휘어진 다리 사진을 찍어봤다. 여기서 해질녘에 가로등에 불이 켜진 이 다리의 모습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바로 LA를 배경으로 한 2016년 뮤지컬영화 <라라랜드>에서 남녀주인공이 여름밤에 데이트를 하던 장면이다. 이 때도 빨간 차가 한 대 지나가는 우연이~^^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당시 네이버 메인페이지에 소개되었던 위기주부의 라라랜드 촬영지 소개글을 보실 수 있다.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의 로스앤젤레스 촬영지, 필름로케이션(film location)들을 찾아보자~

좀 전의 사거리 바로 동쪽에는 2008년에 한 번 가봤던 노턴사이먼 미술관(Norton Simon Museum)이 있고, 더 가면 2013년에는 콜번 오케스트라 공연을 봤고, 2017년에는 지혜의 LAYO 연주회가 열렸던 앰버서더오디토리움(Ambassador Auditorium)이 나온다. 여기서 오렌지그로브 블러버드(Orange Grove Bl)를 따라 남쪽으로는 옛날 백만장자들의 저택이 줄지어 있었다고 해서 Millionaire's Row라 불리는데, 조금 걸어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완전히 다른 집들을 압도하는 대저택이 등장을 한다.

다른 집들 10채를 합친 대지의 대부분은 잔디만 깔아놓은 저 21개의 방이 있는 3층짜리 집은, 츄잉검(chewing gum) 장사로 거부가 된 William Wrigley Jr.가 미전역에 소유했던 6개의 리글리 맨션(Wrigley Mansion) 중의 하나라고 한다. 1958년에 아내가 죽으면서 이 대저택을 통크게 파사데나 시에 기부를 했고,

파사데나하면 떠오르는 새해맞이 로즈퍼레이드(Rose Parade)의 본부 겸 박물관으로 그 후로 쭉 사용되고 있다. 꽃차 경연대회인 로즈퍼레이드의 공식명칭이 'Tournament of Roses'라서 이 대저택은 토너먼트하우스(Tournament House)라고 불리는데, 2월부터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에만 일반인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뒷뜰의 장미정원인 리글리가든(Wrigley Garden)은 항상 개방이 되어있다. 앞에 보이는 이 집의 모형은 처음에는 우편함인 줄 알았는데, 열어보니 책이 들어있는 무료 길거리 도서관이었다.

전미장미협회(?)에서 최고의 로즈가든을 뽑아서 상을 주는 모양인데, 이 곳이 1994년 수상자라는 명판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식물원이나 왠만한 공원에는 장미정원들이 많이 있으니, 경연대회를 할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아침이슬을 머금고 있는 장미꽃 사진 한 장 찍어봤는데, 문댄스(Moondance)라는 품종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LA에 살면 로즈퍼레이드도 한 번은 직접 봐줘야 되는데..." 생각을 하며 차를 세워둔 Lower Arroyo Park로 돌아갔다. 참, 그래서 이 글의 카테고리는 '그외의 여행지들>루트66'에 넣기로 했는데, 왜냐하면 시카고부터 LA 산타모니카까지 이어지는 역사적인 자동차도로인 루트66(Route 66)으로, 콜로라도스트리트브리지가 1926년부터 1940년까지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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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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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리가 엄청 휘어있네요ㅎ
    안전상으로는 괜찮은거겠죠?ㅎ

    2021.04.23 21: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에고. 담을 높게 친 것이 참 안타까워보이기도 합니다..

    2021.04.24 09: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살을 막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 방문 감사합니다~

      2021.04.24 10:2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