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개척시대에 캘리포니아의 모하비 사막을 횡단하던 마찻길인 모하비 트레일(Mojave Trails)을 따라 1800년대말에 철로가 놓여지고, 또 1900년대초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그 기찻길을 따라 만들어지면서 미국의 66번 국도, 루트66(Route 66)의 캘리포니아 동쪽구간이 되었다.


왼쪽 끝의 Barstow에서 오른쪽 끝 콜로라도 강가의 Needles까지, 그 모하비 사막 지역을 보여주는 1956년판 지도이다. 지도에서 91/466번 국도로 표시된 Baker를 지나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도로는 그 경로 그대로 지금의 15번 프리웨이가 되었지만, 그 아래쪽 66번 국도는 40번 프리웨이가 Ludlow에서 Fenner까지 새로운 직선의 경로로 건설되면서... 그 밑으로 옛날 루트66 선상의 Bagdad, Amboy, Cadiz, Danby, Essex 등의 마을들은 도로와 함께 버려졌다. 이제 그 '잊혀진 캘리포니아 66번 도로'의 이야기를 3편의 옴니버스로 들려드린다.



1. 로이의 모텔과 카페 (Roy's Motel & Cafe)


하바수캐년 탐험을 마치고 40번 프리웨이로 LA에 돌아가면서, 에섹스(Essex)부터 국도로 빠져서 히스토릭루트66(Historic Route 66)을 달리고 싶었지만, 구글맵에 에섹스 전후로는 공사중으로 도로가 차단된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Kelbaker Rd와 만나는 곳까지 고속도로로 와서 남쪽으로 30 km 정도를 내려가 앰보이(Amboy) 마을에 도착했다.


까맣게 새로 포장된 도로가 방금 달려온 루트66인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는 멋지고 커다란 간판 아래에 차를 세웠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로이스모텔&카페(Roy's Motel & Cafe)는 1938년에 Roy Crowl이 주유소와 작은 가게를 열어서 모텔과 카페로 확장했고, 1950년대 전성기에는 일하는 직원만 70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2년에 이 마을을 거치지 않는 40번 프리웨이가 개통되면서... 그냥 쉽게 말해서 하루 아침에 망해버렸단다.


뒤를 돌아보면 주유소와 카페 건물이 보이는데 의외로 사람과 차들이 제법 있다. 그나마 여기가 이 정도라도 운영이 되는 것은, 남쪽으로 약 50마일 정도 떨어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입구 마을인 트웬티나인팜스(Twentynine Palms)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도로가 이 곳을 잠깐 지나 40번 프리웨이로 향하기 때문이다.


66번 도로 건너편으로 깔끔한 우체국 건물과, 또 왼쪽 멀리 교회로 보이는 건물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앰보이 마을의 주민은 단 4명이라고 한다. 


모텔 건물 옆으로 부러진 야자수 아래에 랩핑된 트레일러가 한 대 세워져 있었는데, AMBOY 이름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The Ghost Town That Ain't Dead Yet"이라고 씌여있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구식 아날로그 주유기를 사용하는 주유소 건물 그늘에서, 오른쪽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있는 사람들은 트렉아메리카(TrekAmerica) 미대륙횡단의 참가자들이었다. 저 카페 안의 벽에는 자신의 경비행기를 몰고 여기에 자주 왔다는 해리슨포드(Harrison Ford)의 사진이 걸려있다는데, 한 번은 비행기 옆자리에 안소니홉킨스(Anthony Hopkins)를 태우고 온 적도 있다고!


카페와는 달리 저 모텔은 운영을 하지 않고 있으니, 괜히 여기서 숙박을 해보겠다는 계획은 버리시는 것이 좋다.



2. 앰보이 크레이터 (Amboy Crater)


2016년 2월에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지정한 모하비트레일 내셔널모뉴먼트(Mojave Trails National Monument)는 캘리포니아의 잊혀진 66번 도로와 그 주변의 모하비 사막을 모두 포함하는데, 그 안에서 자연경관으로는 가장 유명한 곳이 이 분화구(crater)라고 할 수 있다.


앰보이 마을에서 조금만 서쪽으로 66번을 달리면 미국의 국가자연명소(National Natural Landmark)로도 지정이 되어있는 앰보이크레이터의 표지판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주차장 주변으로도 온통 검은 화산암인데, 일단 왼편에 보이는 전망대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위기주부가 타고 온 하얀차 옆으로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텍사스 번호판을 단 차가 한 대 더 있다. 멀리 화장실 앞의 트럭은 청소하는 직원이 타고 온 것이다.


약 8만년 전에 화산분화로 만들어진 저 크레이터는 테두리가 약 76 m의 높이로 솟아있는데, 여기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편도 약 1.5 마일의 트레일로 꼭대기에 올라가서 분화구 안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한다.


동쪽으로는 조금 전에 지나온 히스토릭루트66 도로와 로이스모텔(Roy's Motel) 간판이 서있는 앰보이 마을이 보인다.


이 곳을 알게된 오래 전부터, 여기에 오면 꼭 크레이터까지 가는 트레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저 작열하는 사막의 태양 아래 오후의 기온은 섭씨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 친절하게 'HEAT WARNING'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 고민을 한 후에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자동차로 돌아갔다. "앰보이 분화구야, 기다려라~ I'll be back!" 그런데, 내가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이 오지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인적없는 66번 도로를 30분 정도 달려서 다시 고속도로와 만나는 러들로(Ludlow)에 도착해서 인터체인지를 지나치니 이렇게 도로가 끝나버렸다. 할 수 없이 40번 프리웨이를 다시 달려서 마지막 세번째 목적지를 찾아갔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프리웨이 건너편으로 66번 도로가 계속 이어짐)



3.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1987년작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라는 독일과 미국 합작영화가 있다. 한국에서는 위기주부가 나름 낭만파 대학생이던 1993년에야 개봉을 했는데, 그 때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아래의 영화주제가 <Calling You>는 분명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래 동영상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영화장면과 함께 주제가를 들으실 수 있음)


그런데, 영화의 배경인 카페가 있는 곳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Baghdad)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바그다드(Bagdad)라는 것을... LA로 이사온 후에 우연히 블로그를 보고 알게 되었다. (빈상자님의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자주 지나는 40번 고속도로 바로 옆이기는 하지만, 이 카페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괜히 가보자고 했다가 사모님께 혼날 것 같은 곳~ 그래서, 이번 혼자만의 여행 마지막 목적지로 낙점되었던 것이다.


30여년 전 영화속 모습 그대로인 바그다드 카페는 뉴베리스프링스(Newberry Springs)라는 마을에 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맨 위의 지도에도 나오지만 잊혀진 66번 도로에 실제로 있던 Bagdad라는 마을은 지금은 건물 한 채 남아있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영화는 그 오묘한 지명만 따온 것이다. 1950년대에 여기 만들어진 이 카페의 원래 이름은 무시무시한 '살무사' 사이드와인더(Sidewinder)였는데, 이 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름 히트를 해서 1995년에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카페 뒤의 공터에는 이렇게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농기구와 캠핑카들이 세워져 있었고, 그들 중에는...


영화에 등장한 루디 아저씨의 트레일러와 유사한 것도 찾을 수가 있다. 뒤쪽으로 컨테이너 트럭과 빨간 차가 지나가는 길이 위기주부도 무심히 지나다녔던 40번 고속도로이다.


카페 옆으로 여주인공 야스민이 묵었던 모텔의 간판이 역시 영화와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있는데, 건물은 불과 몇 년 전에 철거되고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었다.


빨간 'OPEN' 네온사인이 선명했지만, 영화도 보지않고 이 카페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겉모습만 구경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영화를 보셨거나 내부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서 유봇님의 방문기를 보시기 바람) 의외로 이 영화와 주제가, 카페를 아시는 젊은 분들이 많아서 의아했는데, 제작 30주년이던 2017년에 한국에서도 <바그다드 카페: 디렉터스컷>으로 극장에서 재개봉을 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늙은 분이 된 이 느낌은 뭐지?



위기주부의 본 여행은 미서부 존뮤어트레일 및 오지탐험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유니투어의 장비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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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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