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하이킹은 오래간만에 LA 북쪽 샌가브리엘 산맥의 높은 산으로 갔다. 그 산맥의 해발 2천미터가 훨씬 넘는 많은 산과 봉우리들은 모두 앤젤레스 국유림(Angeles National Forest)에 속하는 동시에 대부분은 샌가브리엘마운틴 준국립공원(San Gabriel Mountains National Monument)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등산을 하기 위해서는 국유림 또는 국립공원 '패스(Pass)'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집에서 해뜨기 전에 출발해 1시간반 가까이 걸려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도착했지만, 하지를 앞둔 덕택에 벌써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그래서 모처럼 SPF 100 선크림을 팔과 얼굴에 바르고 차에서 내려야 했다~

캘리포니아 2번 도로가 산속으로 이어지는 앤젤레스크레스트 하이웨이(Angeles Crest Highway)만 거의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주차장은 아이슬립새들(Islip Saddle)로 해발고도는 벌써 6,680피트(2,036 m)이다. 그런데 주차한 차들은 반드시 패스를 보여주라고 안내판 가운데 큼지막히 씌여있다.

그래서 지난 5월 자동차여행에서 새로 구입한 국립공원 애뉴얼패스를 이렇게 차에 걸었다. 이 연간회원권의 정확한 이름은 Interagency Annual Pass로 NPS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은 물론, 국유림 등 다른 연방기관에서 관리하는 일일이용권이 필요한 장소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물론 삼림청(Forest Service)에서 판매하는 국유림에서만 사용가능한 연간회원권인 어드벤쳐패스(Adventure Pass)도 따로 있기는 하다.

이 날의 하이킹은 도로 건너서 이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 표지판과 함께 시작된다. 2016년에 위 표지판의 빈센트갭(Vincent Gap)에서 베이든파웰 산(Mt. Baden-Powell)까지 왕복하이킹을 한 산행기는 아래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LA 뒷산에서 PCT 맛보기, 앤젤레스 국유림 샌가브리엘 산맥의 마운트 베이든파웰(Mt Baden-Powell)

내셔널시닉트레일(National Scenic Trail)로 지정된 PCT의 로고를 산속에서 만나면 참 반갑다.^^ 여기 LA 북쪽의 샌가브리엘 산맥을 PCT가 지나가는 경로를 보시려면 역시 위의 옛날 포스팅의 내용을 보시면 된다.

가이아GPS로 기록한 등산경로로 올라갈 때는 Pacific Crest Trail을 따라 2.4마일 떨어진 윈디갭(Windy Gap)을 거쳐서 정상으로 갔다가, 내려올 때는 바로 Little Jimmy Trail Camp로 가서 도시락을 먹고 소방도로인 Little Jimmy Rd를 거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리틀지미 캠핑장 아래쪽에 있는 약수터인 Little Jimmy Spring에서 백패커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백패커의 커다란 야영배낭을 보니까, 위기주부가 마지막으로 저런 배낭을 메었던게 언제였던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트레일 사거리라고 할 수 있는 윈디갭(Windy Gap)은 이름처럼 고개를 넘어가는 강한 바람으로 먼저 다가왔다. 3개의 표지판이 서있는 것이 보이는데, 우측 첫번째는 서쪽 능선으로 0.8마일만 올라가면 마운트아이슬립(Mt. Islip)이 나온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남쪽 골짜기로 2.5마일을 내려가면 크리스탈레이크 캠핑장(Crystal Lake Campground)가 나온다는 것이고, 멀리 마지막 세번째 표지판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PCT의 이정표이다.

서쪽 능선으로 지그재그 코스를 조금 오르니 눈 앞에 해발 8,250피트(2,515 m)인 아이슬립 산(Mount Islip)의 정상이 보인다. 처음에는 산 이름이 아이슬립이라고 해서, I sleep... "나 잔다"는 뜻인가 했지만, 1800년 중반에 남쪽 계곡에 살았던 캐나다인 George Islip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한다.^^

1927년에 만들어졌다는 돌로 된 건물의 잔해가 나온 다음에, 바로 뒤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정상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정상에는 다른 표식은 없고, 옛날 산불감시초소가 세워져 있었던 콘크리트 기단만이 남아서 앉아서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남쪽으로 왼편에 멀리 보이는 산은 오렌지카운티의 해발 1,734 m의 산티아고피크(Santiago Peak)이고,

오른편에 마치 하늘의 구름처럼 얇게 떠보이는 선은 LA 앞바다 건너에 있는 카탈리나 섬(Catalina Island)으로 여기서 직선거리로 115 km나 떨어진 곳이다.

남쪽 바로 아래 골짜기는 앞서 언급한 캠핑장이 있는 크리스탈레이크 휴양지(Crystal Lake Recreation Area)로, 작년 5월에 코로나 와중에 가족이 함께 방문을 했던 곳이다. 아주사(Azusa)에서 39번 도로가 샌가브리엘 강(San Gabriel River)의 계곡을 따라서 저 휴양지까지 이어진다.

          깊은 산 속 옹달샘, 샌가브리엘(San Gabriel) 산맥의 유일한 자연호수인 크리스탈레이크(Crystal Lake)

참고로 원래 39번 도로는 계속해서 산을 올라와 이 날 주차한 Islip Saddle에서 2번 도로와 만나지만, 1978년의 산사태로 길이 끊어져서 현재는 비상차량만 통행이 가능한 상태이다. 도로의 완전복구를 위한 공사비가 4천5백만불에 달해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혹시 이번에 수조달러의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 계획이 통과되면 혹시 공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이 펼쳐지는데, 가운데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마을의 이름은 안 어울리지만 레이크로스앤젤레스(Lake Los Angeles)이다. 1960년대말 개발붐이 일었을 때 마을 가운데 인공호수를 만들어 휴양지처럼 보이게 해서 부동산을 팔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말라버렸다고 한다. 그 너머로 보이는 모래바닥은 에드워드 공군기지(Edwards AFB)이다.

셀카를 클릭하면 정상에서 360도 돌려본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비디오에 얼굴은 다시 안 나오니까 걱정마시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이 큰 산맥에서 유일한 자연호수라는 '수정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지금 미서부가 최악의 가뭄이라서 호수 가장자리에 녹조가 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곳이라서 호숫물이 좀 남아있다.

리틀지미 트레일캠프(Little Jimmy Trail Camp)는 PCT를 백패킹으로 종주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함 쉼터라고 한다. 피크닉테이블과 곰박스 등이 보이는데, 가운데 돌을 쌓아서 만든 까만 기둥이 세워진 구조물 3개가 특이하다.

자세히 보니 돌로 만든 밀폐형 화로였다! 그냥 모닥불을 피우기에는 산불위험이 있어서, 이렇게 난방과 취사를 위한 화로를 따로 만들어둔 모양이다. 저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먹고는 소방도로를 따라 하산을 했는데...

작년 2020년 9월에 발생했던 LA카운티 역사상 가장 큰 산불 중의 하나인 밥캣파이어(Bobcat Fire)로 완전히 불타고 말라죽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야해서 가슴이 아팠다.

3시간만에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왔는데, 간이화장실 앞에 하얀 트럭을 세워둔 삼림청 직원이 보인다. 화장실 청소만 했을 것 같지만, 까만 짚차의 앞유리창에 하얀 점이 보이는가? 내려가서 확인해보니 역시 패스없이 주차했다고 티켓을 발부해서 와이퍼 사이에 끼워놓은 것이었다. 패스가 필요하다고 되어있는 국유림 내에서는 잠시라도 차를 떠날 때에는 반드시 패스를 차에 걸어두는 것을 잊지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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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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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이런데 너무 좋아요! ^^ 잘보고 구독하고 가요!

    2021.06.16 06: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미국의 멋진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ㅎㅎ 그리고 마지막에 역시 미국스럽네요. 스스로 지킬것을 지키게 만드는 곳..

    2021.06.16 0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