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모녀가 둘 만의 뉴욕여행을 떠난 다음날 토요일, 위기주부는 정말 오래간만에 혼자 산으로 하이킹을 다녀왔는데, 정확하게는 8월초에 휘트니산과 JMT 백패킹을 다녀온 이후 4개월여만의 첫번째 산행이었다.

하이킹의 목적지는 집에서 1시간 이상 자동차로 걸리는 곳으로, 현재 LA카운티 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블스펀치볼(Devil's Punchbowl)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잘 만들어진 주차장에 이미 10여대의 차가 와있던 아침 8시,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비지터센터에 늦잠꾸러기 겨울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오른쪽 끝 안내판을 지나서 동쪽 계곡 아래로 내려다 보면,

주변의 산들과는 다른 바위들로 둘러싸여서 움푹하게 꺼져있는 Devil's Punchbowl 지형이 보인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악마의 화채그룻? 악마의 사발? 악마의 큰접시? 아니면... 악마의 다라이?

이 공원안에는 비지터센터 바로 앞의 바위계곡을 내려가서 한바퀴 도는 전체 1마일 정도의 짧은 Loop Trail과 왕복 7.5마일이나 되는 Devil's Chair까지 다녀오는 두 개의 트레일이 있다.

주변지도로 이 곳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쪽 가운데 점선으로 표시된 구역이 데블스펀치볼 공원), 여기는 앤젤레스 국유림(Angeles National Forest)을 횡단하는 2번 도로의 북쪽으로 6년전에 폭포를 찾아서 가족 하이킹을 했던 쿠퍼캐년(Cooper Canyon)까지 Burkhart Trail로 연결이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Burkhart Trail을 따라 0.9마일을 걸으면 이렇게 데블스체어 트레일(Devil's Chair Trail)이 왼쪽으로 갈라지는데, 왼쪽 쇠기둥의 마크는 이 길이 바로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의 일부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서 전체적으로 심한 오르막은 없지만, 이렇게 산사면을 깍아서 만들어놓은 트레일이 대부분이라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걸어야하는 구간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기울어진 퇴적암 지층이 땅위로 나와서 만들어진 이 지역의 독특한 바위들이 트레일 왼쪽으로 보인다.

1시간반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서 이렇게 South Fork Trail과 갈라지는 표지판을 만나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왼쪽으로 산비탈을 따라서 조금 더 걸으면 저 바위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악마의 의자'가 나온다.

짜잔~ 하이킹 책자에서 처음 사진을 보고 몇 년 전부터 계속 와보고 싶었던 저 하얀 바위의 끝으로 걸어가서,

일단 셀카부터 한 장 찍었다~ (이 사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평소 블로그 여행기 링크보다 '좋아요'가 훨씬 많았음^^)

주변의 산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 경사진 퇴적암 바위들이 이 곳에 이렇게 노출되어 있는 이유가 바로 다름아닌 샌안드레아스 단층(San Andreas Fault)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면서 좀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뒤에 이 다른 등산객들이 도착하기까지 10분 정도를 물러나서 기다렸다. 역시 저 바위 끝에 사람이 있어야 그림이 산다!

줌을 해서 사진 찍는 나를 보더니 손까지 흔들어주는 센스~ 그래서 이 사진을 포스팅 대표사진으로 낙점했다.^^ 그런데, 왜 이 바위끝 전망대를 '악마의 의자' 데블스체어(Devil's Chair)라고 부르는 것일까?

출발한 곳으로 걸어가면서 다시 뒤를 돌아보니까, 전망대가 있던 하얀 바위를 옆에서 본 모습이 등받이가 있는 의자처럼 보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시간반만에 공원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간식을 먹고는 비지터센터 내부를 구경하기로 했다. 하나의 깃대에 차례로 성조기, 캘리포니아기, LA카운티기가 걸려있는 것이 여기가 국립공원도 주립공원도 아닌 군립공원(County Park)임을 알려주는데, 하지만 동시에 샌가브리엘 산맥 준국립공원(San Gabriel Mountains National Monument)에 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지터센터 내부에는 여기 동식물과 지형에 관한 조촐한 전시가 있었다. 내가 들어가니까 직원이 창구로 나와서 지도가 필요하냐고 물어보길래, 이미 트레일 마치고 왔다고 하니 "Good Job" 한마디 해주고는 다시 들어 가버렸다~^^

마지막으로 데블스펀치볼(Devil's Punchbowl) 아래쪽을 내려다 보니, Loop Trail을 하고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위들 사이를 걷는 저 하이킹도 괜찮을 것 같아서 아주 잠깐 "1마일인데, 내려가봐?" 이런 생각을 했지만, 이 공원말고 또 다른 멋진 곳을 하나 더 찾아가야 했기 때문에, 악마의 화채그릇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음을 기약하며 자동차에 올랐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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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 보기만 해도 맘까지 뻥 뚫리네요. 저도 이런 하이킹 하고 싶어지네요. 부럽습니다.

    2017.12.21 14:1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