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 지역에 살면서 등산하는 사람들에게 '식스팩(Six-Pack)'이라는 것이 있다. 열심히 등산해서 배에 '왕(王)'자 복근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고, 등산 후에 맥주 6캔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배에 복근도 없고 맥주 6캔도 못 마시는 위기주부지만... 그 '식스팩'에 혹해서 LA의 뒷산 샌가브리엘 준국립공원의 산타아니타(Santa Anita) 계곡의 입구인 챈트리플랫(Chantry Flat) 주차장을 두 달만에 새벽에 또 찾았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두 달 전에는 멋진 폭포를 구경하고 스터트반트 캠프(Sturtevant Camp)까지만 갔다가 주차장으로 돌아왔지만, 이 날은 캠프를 지나서 마운트윌슨(Mt. Wilson)의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Upper Winter Creek Trail로 돌아서 내려왔다. (트레일 지도는 여기를 클릭해서 두 달전 하이킹 포스팅을 보시면 됨)


MapMyHike 앱으로 이 날의 하이킹을 실제 기록한 그래프로, 등반고도(elevation gain)가 무려 1,325 m나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에서 보낸 1시간반 정도는 제외하고 그래프에 표시된 올라가고 내려온 정확히 6시간 동안에 걸은 산길의 길이는 24 km에 달했다.

출발한 지 1시간반만에 4.3마일 거리의 스터트반트 캠프(Sturtevant Camp)에 도착을 했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반바지를 입은 분들은 여기까지 달려서 올라오신 대단한 분들이다.

그리고, 캠프 바로 위에 있는 갈림길! 지난 번에는 여기서 '시온산' Mt. Zion을 지나서 Lower Winter Creek Trail로 주차장으로 돌아갔지만, 오늘은 윌슨산(Mount Wilson) 정상까지 오른쪽 길로 3마일을 더 올라가야 한다.

지루한 오르막 길을 헉헉대고 올라가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커다란 사슴인데, 카메라를 드니까 고개를 돌려서 가버렸다.

스터트반트 캠프에서 마운트윌슨 정상으로 올라가는 트레일 도중의 유일한 표지판은 'HALFWAY REST'라고 된 이 것 뿐이었는데, 쉬어라고 해놓고는 벤치도 하나 없었다...T_T "그런데, 윌슨산까지 3마일이라고 했는데, 0.2마일은 어디 간거야?"

정상이 가까워지니까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는데,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남가주에서 제일 높은 샌고르고니오(San Gorgonio) 산이나, 아니면 팜스프링스 남쪽의 샌하신토(San Jacinto) 산으로 예상을 했다. 하지만 구글어스(Google Earth)로 정확히 확인을 해 본 결과, 의외로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Irvine) 동쪽에 있는 해발 1,734 m의 산티아고 피크(Santiago Peak)였다.

챈트리플랫 주차장을 출발한 지 3시간20분만에 흰색 구조물들이 보이는 마운트윌슨(Mount Wilson)의 정상에 도착을 했는데, 여기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 가까운 해발 1,741 m의 정상에는 바로...

현대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진 윌슨산 천문대(Mount Wilson Observatory)가 자리잡고 있다! 위 사진은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고, 위기주부가 1시간 동안 구경하면서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 역사적인 발견이 무엇인지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현대 천문학이 시작된 역사적인 곳,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슨산 천문대(Mount Wilson Observatory)


천문대를 포함한 윌슨산 정상의 스카이라인 파크(Skyline Park)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LA에서 샌가브리엘 산맥을 관통하는 2번 도로, 앤젤레스크레스트 하이웨이(Angeles Crest Highway)를 이용해서 자동차로 올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위기주부는 차를 1,280 m 아래에 두고, 지도 오른쪽의 Sturtevant Trail로 걸어서 올라왔기 때문에, 천문대 구경을 마치고 Cosmic Cafe에서 점심도시락을 먹은 다음에, 지도 왼쪽 아래의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Mt. Wilson Trail을 따라서 다시 걸어서 내려가야만 했다.

마운트윌슨 트레일 표지판의 아래에는 '시에라마드레(Sierra Madre)'라고 되어있는데, 이 길로 내려가다가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 찾아가야지, 잘못하면 엉뚱한 마을로 내려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트레일은 처음에는 Mount Wilson Toll Road라는 1800년대에 처음 만들어져서 천문대 건설에도 사용된 역사적인 산악도로를 따라서 내려가기 때문에 편하게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걸을 수 있었는데, 동쪽으로 능선들 너머로는 4월 중순에도 아직 눈이 남아있는 해발 3,068 m '마운트볼디(Mt. Baldy)' 샌안토니오 산의 정상이 보였다.

편한 비포장 도로라고 이 길을 무작정 계속 따라서 걸으면 알타데나(Altadena) 지역에 있는 이튼캐년(Eaton Canyon)으로 내려가게 되므로, 이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갈라지는 등산로로 빠져야 한다. (표지판 아래쪽에 씌여있는 글씨들이 흰 페인트가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음)

톨로드 갈림길에서 0.5마일을 내려오면 '더벤치(The Bench)'라고 구글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두번째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Sierra Madre 쪽이 아니라 Chantry Flat 쪽으로 내려가면 성공이다. 여기는 이름처럼 멋진 나무의자가 만들어져 있는데, 왼쪽에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여기까지 역시 혼자 올라오신 한국분에게서 맛있는 커피를 한 잔 얻어마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힘들게 수직으로 500 m, 거리로는 2마일을 더 걸어내려와서 Upper Winter Creek Junction에 도착을 했다. 두 달전에는 계곡을 따라서 아래쪽 윈터크릭(Lower Winter Creek)으로 돌아갔는데, 결론적으로 처음에 조금 오르막이 나오기는 하지만 산사면을 따라서 주차장 위쪽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어퍼 트레일이 더 편했다.

굽이굽이 40분을 걸어서 이렇게 챈트리플랫 주차장이 딱 보일 때는 다 온 줄 알았는데... 그리고도 땡볕 아래에서 20분을 더 걸어야 했다. 이 날 총 8시간 하이킹의 마지막 몇 십분은 정말로 피곤해서, 주차장에 도착하면 매점인 Pack Station에 가서 시원한 콜라를 하나 사서 마셔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걸었다.^^

짜잔~ 그렇게 이 날의 대미를 장식한 콜라! (코카콜라 협찬 아님. 내 돈 2달러18센트 주고 사서 먹었음^^) 물론 매점에서 식스팩은 아니지만 캔맥주도 팔기는 하는데, 집에 까지 직접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관계로 일단 여기서는 콜라로 만족했다. 그러면 처음에 말한 'LA 등산하는 사람들의 식스팩'은 뭘까?

식스팩오브피크(Six-Pack of Peaks)는 socalhiker.net 사이트에서 시작한 것으로, LA 주변에서 등반고도가 1 km가 넘는 트레일을 가진 유명한 6개의 봉우리를 묶어서 부르는 것으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도전해보고 싶은 아래의 6개의 산을 말한다.

위의 식스팩 봉우리들 중에서 마운트볼디(Mt. Baldy)는 작년 여름에 두 번 정상에 올랐고, 이번에 마운트윌슨(Mt Wilson)을 오른 것이다. 마운트볼디 근처의 쿠카몽가피크(Cucamonga Peak)는 예전에 가족이 함께 등산했던 아이스하우스캐년(Icehouse Canyon) 트레일을 따라 올라갔던 곳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조만간 정복이 가능할 것 같은데... 문제는 아래쪽의 3개 산은 트레일 입구까지 자동차로 가는데만 2시간 이상이 걸리는 곳들에 등반거리나 높이도 만만치가 않아서 쉽게 도전할 수가 없는 산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놓고 잊지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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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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