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샌가브리엘마운틴

해발 2,500 미터의 볼디보울(Baldy Bowl) 아래에서 올겨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눈구경을 하다.

위기주부 2017. 3. 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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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록적으로 많은 비와 눈이 내려서, LA에 사는 스키매니아들이 많이 가는 맘모스 스키장은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슬로프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올해 한번도 눈구경을 가지 못했고...T_T 그래서 위기주부가 대표로 혼자 눈구경을 하고 오기로 하고, 지난 주말 새벽에 집을 나섰다.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해발 1,850 미터의 맹커플랫 캠핑장(Manker flats Campground)으로 "마운트볼디(Mt. Baldy)" 샌안토니오(San Antonio) 산으로 올라가는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에 해 뜨는 시간에 도착을 했다. (여기 등산로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작년 6월의 마운트볼디 등정기를 보시면 됨)

비포장 도로인 San Antonio Falls Road를 따라서 조금 올라가니, 아침 햇살을 받아서 하얗게 빛나는 눈 덮힌 볼디보울(Baldy Bowl) 지역과, 그 꼭대기인 해발 3,068 미터의 '대머리산' 정상부근이 보인다.

샌안토니오 폭포(San Antonio Falls)는 3단 폭포의 전체 높이가 30 미터나 되는 큰 폭포로, 요세미티 폭포를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반쪽만 남아있는 Baldy Bowl Trail 표지판을 따라서, 앞서 가는 두 산악인이 비포장 도로를 벗어나서 본격적인 급경사의 트레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배낭 뒤의 저것은 에베레스트 올라갈 때나 사용하는 아이스피켈(ice pickel)이 아닌가?

볼디보울 트레일로 접어들어서 처음에는 이렇게 등산로가 그늘진 골짜기를 지날 때만 잠시잠시 눈 위를 걸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이렇게 양지바른 곳의 등산로도 눈으로 완전히 덮여있었는데, 바위에 앉아계신 분은 등산화에 크램펀(crampon), 흔히 말하는 '아이젠'을 장착하고 있는 중이다.

혼자 부지런히 걸어서 1시간 40분만에 샌안토니오 스키헛(San Antonio Ski Hut)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여기까지는 위기주부처럼 그냥 올라온 사람들이, 등산용 헬멧도 쓰고 등산화에 아이젠을 장착하는 모습인데, 여기서 해발고도 약 600 m를 더 올라서 겨울철 마운트볼디 정상에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다! 위기주부는 아이젠도 없고, 아이스피켈도 없고, 무엇보다도 점심도시락이 없었기 때문에... 마운트볼디 동계 정복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처음 계획한데로 골짜기 너머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나오는 볼디보울(Baldy Bowl)의 아래에서 눈구경만 하기로 했다. 바로 거기서 아이폰으로 찍은 동영상 하나 투척하고 시작~



볼디보울(Baldy Bowl)은 샌안토니오산의 남동쪽에 '밥그릇(bowl)'처럼 둥글게 만들어진 원형협곡(cirque)으로 그 폭이 800 미터 정도되는 급경사 지역을 말한다. 몇 주전에 페이스북에서 폭설이 내린 직후에 여기 풍경을 찍은 동영상은 정말로 히말라야같은 모습이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구경을 하기에는 충분한 멋진 모습이었다.

뾰족한 바위능선 아래로 경사가 가장 급한 곳에는 작은 눈사태가 났던 흔적도 볼 수가 있었다.

사진을 뚫어져라 보면 두 명씩 짝을 이룬 세 팀이 사진 중앙 너머의 마운트볼디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 정상 등산로는 볼디보울을 직접 올라가지 않고 서쪽으로 돌아서 능선을 따라서 올라가게 되어 있지만, 겨울철에 이렇게 눈에 완전히 덮이면 동계등반 준비를 한 산악인들이 직접 최단거리로 정상으로 치고 올라가는 것이다.

조금 전에 스키헛에서 만났던 두 명도 아이스피켈을 단단히 다져진 눈에 박으면서 급경사를 올라가고 있다. "내년에 점심도시락은 싸올 수 있는데... 이걸 위해서 아이젠하고 아이스피켈을 사야되나?"

다들 정상으로 올라간다고 바쁘셔서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커다란 DSLR 카메라 들고 셀카찍기~^^

가까이 나무들이 있는 곳 너머 아래쪽 골짜기에 샌안토니오 스키헛(San Antonio Ski Hut)이 있다. 이렇게 사방이 눈으로 덮인 해발 2,500 미터에서 눈구경을 마치고는 다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 전에...

카메라를 바위 위에 올려놓고 타이머 기능을 이용해서 이렇게 전신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런데, 두 줄로 나있는 것은 스키자국?

스키헛에는 이제 제법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주차장으로 내려가면서 마주친 올라오는 분들 중에 정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절반은 한국분들이었고, 그 중에는 뉴욕에서 오셨다는 팀도 있었다. 정말 여름이나 겨울이나 산을 좋아하는 한국분들~^^

그리고, 저 여성분이 등에 메고 올라오는 것은 바로 스키! 이후로도 반팔에 스키를 메고 올라오는 미국인들이 여럿 있었다. 작년 '요세미티와 존뮤어트레킹'에서 신었던 가죽 등산화를, 이 날 7개월만에 처음으로 다시 꺼내서 등산을 다녀왔는데... 올해 7월말 한여름에 또 이 등산화를 신고 눈길을 걸을 것이다. 해발 4,421 미터의 미본토 최고봉 휘트니(Whitney) 산을 오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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