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 혼술, 혼밥에 이어서 혼자서 여행하는 것을 일컫는 '혼행'이라는 말이 또 생겼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요즘 위기주부도 혼행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 혼자서 여행하는 혼행은 아니고 '혼자서 산행'하는 혼행족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거의 두 달만에 나선 '혼행'의 목적지는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5년전 새해 첫날에 눈썰매를 타러갔던 마운틴하이 스키장이 있는 빅파인(Big Pines)에서,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Angeles Crest Hwy를 따라서 약 5마일을 산속으로 들어온 여기 Vincent Gap Trailhead 주차장에서 시작되는데, 산행을 시작하는 이 고개의 해발고도가 정확히 2,000m나 된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최종 목적지인 해발 2,865m 베이든파웰(Baden-Powell) 산의 정상까지는 여기서 급경사의 산사면을 따라서 단 한번의 내리막길도 없는 4마일의 지그재그 코스를 올라가야 한다. 사실 LA에서 여기 주차장까지만 차로 2시간 이상 걸리고, 등산로만 본다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오르막이기 때문에, 솔직히 아무에게나 권할만한 LA 근교의 하이킹 코스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주부가 여기를 찾은 이유는 LA 북쪽 샌가브리엘 산맥(San Gabriel Mountains)의 5곳 베스트 트레일에 여기가 포함된다는 것에 솔깃한 것도 있고, 또 저 Pacific Crest Trail 안내판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은 미서부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총길이 4,279km의 등산로인데, 지난 7월에 위기주부가 다녀온 존뮤어트레일(클릭!)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 PCT가 LA 북쪽에서는 위의 지도처럼 샌가브리엘 산맥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관통한 후에 Agua Dulce 지역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는데, Vincent Gap에서 Mt Baden-Powell로 올라가는 이 등산로가 LA 인근 PCT 구간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단다. 위의 지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은 미국 산림청(Forest Service)에서 관리하는 앤젤레스 국유림이며, 또 그 중 대부분은 준국립공원에 해당하는 샌가브리엘산맥 내셔널모뉴먼트(San Gabriel Mountains National Monument)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에 '20'이라고 누가 적어 놓은 이유는 여기가 20번째 스위치백이기 때문인데,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혼행이라서 오래간만에 그림자 독사진 하나 찍었다. 주차장에서 출발할 때 위기주부가 단체사진을 찍어 준 사람들이 조금 앞서서 올라가고 있었지만, 그냥 약간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산행을 즐기기로 했다.^^

정상으로 올라갈 수록 스위치백의 턴은 점점 빨라지는데, 38번째 지그재그를 돌아서면 탁트인 능선에 도착하면서 이렇게 범상치 않은 나무가 지키고 있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된다.

미국 산림청과 보이스카우트의 마크가 같이 새겨진 안내판에 따르면, 이 나무는 The "Wally" Waldron Tree로 수령은 1,500년 이상 되었다고 한다. 여기 삼거리에서 PCT는 주능선을 따라서 Throop Peak와 Mt Islip 쪽으로 계속 이어지고, 눈 앞의 언덕을 300m 정도를 더 걸어가면 Mt Baden-Powell의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국제 스카우트 운동의 창시자인 영국인 The Lord Baden-Powell의 이름을 딴 이 마운트 베이든파웰(Mt Baden-Powell)의 정상에는 그를 기리는 작은 기념비가 만들어져 있었다.

앞서 올라온 그룹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인데, 나를 보더니 기다렸다며 정상에서의 단체사진을 또 부탁했다.^^

팔뚝의 근육을 자랑하며 여성분들만 사진을 찍고있는 모습이 아주 재미있었다. 위기주부도 정상에서 사진 한 장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내 카메라로 부탁을 했는데, 혼행인 것을 증명하려고 썰렁하게 혼자 찍을 이유가 있나...

이렇게 그 미국인 일행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혼자가 아니었던 혼자만의 산행...^^

백두산보다도 100m 이상 높은 베이든파웰(Baden-Powell) 산의 정상에서는 360도로 탁 트인 풍경이 펼쳐지는데, 북쪽으로만 이렇게 앤틸롭밸리(Antelope Valley)의 평지가 보이고 나머지 방향은 첩첩산중이다.

"월리(Wally) 나무야, 잘 있어라!" 아마도 다시 '월리를 찾아서' 이 산에 오를 일은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38번의 지그재그 등산로를 따라서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11개의 공식적인 미국 National Scenic Trail 중의 하나인 Pacific Crest Trail 2,659마일... 그 중에서 이 날 0.15%에 해당하는 4마일을 걸은 셈이다.^^ 이렇게 내년 9월 미본토의 최고봉인 휘트니(Whitney) 산 등반을 위한 혼자만의 훈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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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6.11.04 07:45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무서운 언니들입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 정상까지 올라가더군요~^^ 내년 9월에 휘트니도, 올해 7월에 JMT 1구간을 했던 유니투어를 통해서 할 예정입니다. 홍사장님이 매년 퍼밋과 캠핑장 예약 작업을 해놓으시더군요~ 저의 JMT 여행기를 보시면 유니투어의 소개와 홈페이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6.11.05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2. 1111

    ㅋㅋ 멋집니다
    근데 웃음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2800미터 오른 사람들의 복장을 보니....
    여기는 동네 뒷산만 가도 200만원정도 몸에 걸치고 가야 쪽이 안팔리는데......ㅋㅋㅋㅋ
    항상 행운이!

    2016.11.07 13:17 [ ADDR : EDIT/ DEL : REPLY ]
    • 해발 3천미터인 Mt. Baldy에서도 허름한 반바지에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블로그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11.08 09:07 신고 [ ADDR : EDIT/ DEL ]
  3. 풍경들 너무멋있어요. 히야, 대단하시다.

    2016.11.07 1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배경이 정말 멋집니다 여유가 느껴지네요

    2016.11.07 19: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유있게 산행하는 팀을 만나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블로그 방문 감사합니다~^^

      2016.11.08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5. 나만의 여헹

    PCT 지도를 방에 붙여놓고 꿈을 꾸는데, 저도 0.15% 라도 시작을 할까봐요 ㅎㅎ

    2017.04.17 15:41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실 LA주변의 PCT는 너무 멀어서 일부러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PCT를 다할 생각은 없고, JMT 전구간하고 PCT 시작점과 끝점만 가보고 싶습니다.^^

      2017.04.18 09:1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