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국립 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이어서 '한 지붕 두 미술관'의 두번째 주인공은, 식민지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국땅에서 만들어진 미술품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두 미술관이 함께 입주해 있는 역사적인 건물과 중앙정원, 전시실 배치에 대한 소개는 여기를 클릭해서 1편을 보시면 됨)
줄여서 '샘(SAAM)'이라 부르는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의 예전 이름은 국립 미국미술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Art)이었지만, 내셔널몰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과 혼동이 되어서 이름을 바꿨단다. 우리는 1층의 West Wing을 여기 북문부터 거꾸로 구경을 했었지만, 정문인 반대쪽 남문의 전시실부터 차례로 소개를 한다.
첫번째 전시실은 Experience America로 1930년대 미국의 풍경과 일상을 담은 그림들이다. 위 사진은 얼마 전 블로그에 올린 두 포스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데... 대공황 당시에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중의 하나가 미국에 대해서 그리는 예술가들을 지원을 해주는 것이었다는 설명이 오른쪽에 있고, 전시의 대표작으로 소개된 왼쪽 그림이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 '케이프코드 모닝(Cape Cod Morning)'이기 때문이다.
1934년 센트럴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는데, 위기주부가 스케이트는 못 타지만 이런 눈 내리고 얼음이 언 뉴욕 센트럴파크의 겨울 모습도 한 번 직접 보고싶다~
Galleries for Folk and Self-Taught Art라고 해서 민속적인 공예품들과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위해 전시실을 할애한 것도 흥미로웠다.
그 전시실의 대표작이 왼쪽에 보이는데 전부 금과 은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James Hampton이라는 분이 버려진 가구에 종이박스와 플라스틱을 붙이고, 거기에 반짝이는 종이와 알루미늄 호일 등으로 감싸서 14년에 걸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작품의 의미가 궁금하시면 거창한 제목인 <The Throne of the Third Heaven of the Nations’ Millennium General Assembly>를 클릭하셔서 직접 보시기 바란다.^^
근대 회화의 아이콘이라는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McNeill Whistler)의 초상이 입구에 걸려있던 특별전시실에는 올해 5월초까지 Sargent, Whistler, and Venetian Glass: American Artists and the Magic of Murano 제목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전트와 휘슬러를 비롯한 여러 미국 화가들이 유럽의 베니스를 여행하면서 그린 풍경화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전시실 중앙에 무라노 섬에서 직접 공수해 온 유리공예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특히 옛날에 무라노 섬을 여행한 적이 있는 아내가 추억을 이야기하며 아주 즐겁게 관람을 했다.
특이한 작품으로 1866년에 Enrico Podio라는 사람이 베니스 전통방식의 유리조각 모자이크로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를 만든 것이 전시되어 있어서 확대해 보여드린다.
이 특별전 카탈로그의 표지를 장식한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의 <베네치아의 여인(A Venetian Woman)>이 왼쪽에 보이는데, 그림이 걸려있는 벽을 일부러 그녀의 스카프와 같은 색으로 칠한 것일까? 이것으로 1층의 작품소개는 마치고 이제 2층으로 올라가보자~ 참, 사전트의 문제작이라는 <마담 X>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므로,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찾아서 직접 보고싶다.
2층으로 올라오면 동서를 바꿔서 건물의 동쪽이 SAAM의 상설전시장이었는데, 그 입구에는 작은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남쪽 로비에서 East Wing으로 향하는 복도의 끝에 까만 커튼이 드리워진 것이 보이는데,
그 안에는 이 미술관의 대표적인 소장품들 중의 하나인 풍경화가 Albert Bierstadt의 1868년작 <Among the Sierra Nevada, California> 작품이 걸려있다. 그는 실제로 요세미티 등을 방문해서 풍경을 그렸었지만, 이 그림은 유럽에 있는 동안 상상으로 그린 것이라서 실제로 시에라네바다에 이런 장소는 없다. 또 그가 유럽에서 이 그림을 순회전시하면서 항상 까만 커튼으로 가려놓았다가 열어서 잠깐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공간에만 특별히 까만 커튼을 쳐놓은 것이었다!
2층 East Wing 남쪽에는 The Early Republic 주제의 전시답게 복도 끝에 워싱턴의 동상이 서있고 좌우로 전시실이 있는데,
오른편에는 이렇게 남녀 어린이를 묘사한 조각과 회화만 전시를 해 놓았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으니...
심각한 표정으로 구슬치기를 하는 이 소년의 모습을 보니까, <오징어 게임>의 구슬놀이 시합이 떠올랐다~^^
건너편에는 여성을 모델로 한 이런 조각과 회화들만을 모아 놓았다. "어른 남성 작품은 어디 있는거야? 이건 성차별인데..."
작년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TV중계로 볼 때, 풍경화 하나를 잠시 감상하는 장면이 나오길래,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로 누가 그려준 선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그림은 1859년에 Robert S. Duncanson이라는 흑인 화가가 그린 <Landscape with Rainbow>라는 그림을 단지 선정했던 것으로, 이 미술관의 다른 풍경화들과 함께 미술관 벽에 걸려 있었다.
남북전쟁이 끝나고 약 30년 동안 미국이 '겉으로만' 자본주의의 대호황을 누렸던 도금시대(Gilded Age)의 화려한 작품들을 구경하면서 북쪽 끝으로 걸어오니까, 지난 번 새클러 갤러리에서도 인상깊게 봤던 화가인 애벗 세이어(Abbott Handerson Thayer)의 <My Children (Mary, Gerald, and Gladys Thayer)>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오른편은 도금시대의 유명한 미국 조각가인 오거스터스 세인트고든스(Augustus Saint-Gaudens)의 대표작인 Adams Memorial 청동 조각이다.
2층의 북쪽 로비까지 걸어오면 미국을 대표하는 풍경화가인 토마스 모란(Thomas Moran)의 1901년작 <The Grand Canyon of the Yellowstone>이 왼편에 걸려있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의 Mount Moran, 요세미티와 그랜드캐년의 Moran Point 등이 모두 그의 이름을 딴 것임) 오른편에는 100년의 차이를 두고 2004년에 Alexis Rockman 화가가 그린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으로 지구온난화로 수몰된 뉴욕시의 모습을 그린 상상화이다.
3층으로 올라오면 이 미술관 건물의 또 다른 명소를 West Wing에서 만날 수 있다. 고풍스런 대리석 타일이 깔려있는 바닥 위로 발코니가 있는 중간층(Mezzanine)과 4층이 탁 틔어있고 유리천정으로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멋진 곳이다. 문제는 두 개의 미술관을 번갈아 2층까지 구경하고 힘들게 올라왔는데, 저 중간층과 4층에는 미술작품들이 이렇게...
도서관의 책꽂이처럼 만들어진 공간에 그야말로 빼곡히 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의 작품들은 지명도가 좀 떨어진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공간을 만들어서 전시를 하는 미술관은 처음 봐서 참 신기했다.
사실 4층도 칸칸이 다 들어가서 구경하지는 못 했고, 그 아래 중간층은 체력고갈로 그냥 건너뛰고, 멀리 보이는 3층의 저 끝으로 가보았더니,
The Automobile in American Art라고 이렇게 1:18 모형자동차 100대가 유리벽 안에 전시되어 있는 곳이 나왔는데, 하나하나가 정말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정교한 모델들이었다. 여기서 이어지는 건물 북쪽의 특별전시실과 East Wing에 백남준의 거대한 비디오아트를 포함한 현대미술이 전시된 Galleries for Modern and Contemporary Art 전시실은 임시폐쇄된 상태라서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며, 미술관 구경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전편에서 자세히 소개했던 코고드 코트야드(Kogod Courtyard)를 지나서 들어왔던 북문으로 나갔는데, 유리천정의 격자무늬가 그림자로 건물에 비춰서 특이한 느낌이었다.
두 개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함께 입주해 있는 1867년에 완공된 Old Patent Office Building의 정말 그리스 신전같은 북문 모습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번에 문을 닫아서 보지 못한 전시실들이 다시 오픈을 하면, 가을쯤에 지하철을 타고 다시 한 번 갈 생각이다.
워싱턴DC 차이나타운(Chinatown)의 상징인 화려한 중국풍의 Friendship Archway 아래로 3시간여 전에 우리가 주차했던 차가 보인다. 일요일 아침에 내셔널몰 주차를 못해서 얼떨결에 찾아온 미술관 두 곳 구경을 마치면서, 이로써 정확히 10개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구경한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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