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사막과 황무지

붉은 도깨비 바위들이 가득한 유타 주의 고블린밸리(Goblin Valley) 주립공원을 잊지 않고 찾아가다~

위기주부 2022. 6. 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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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륙횡단의 3일째는 아침 일찍부터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두 번의 트레일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2009년의 30일 자동차 캠핑여행에서 똑같이 이 구간을 달린 후에 그린리버(Green River)의 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때, 아내가 화장실에서 만난 할머니가 왜 '고블린밸리'를 그냥 지나쳤냐고 했었다는 참 오래된 이야기... 물론 모두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기억을 하는거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그 곳을 잠시라도 꼭 들리기로 했던 것이다.

고속도로를 만날 때까지 약 50 km의 직선인 24번 도로의 왼편에 유타주의 고블린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이 있는데, 24번 도로와도 제법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 입구를 찾아오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물론 주립공원이니까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를 향해서 또 5분 정도 더 운전을 했다.

이삿짐 2호차의 뒷 유리창에 딱 붙은 벽시계는 계속 초침이 움직이면서, 대륙횡단을 하는 동안에 우리 뒷차에게 지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 물론 일광절약 태평양 기준시(Pacific Daylight Time, PDT)로 끝까지 고정되어 있어서,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고 그 위치의 시간대로 환산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겠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발아래의 고블린밸리는 사실... 지난 십여년간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서 바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반드시 저 속으로 내려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잘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질학적으로는 역시 후두(hoodoo)라고 불리는 이 곳의 '도깨비 바위'들이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된다. 너무 작으면 볼품이 없고, 너무 크고 높으면 올라가기 위험한데, 여기는 딱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라서 이렇게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저 위로 올라가서 놀기에도 좋았다.

물론 그 모양도 가지가지라서 굳이 올라가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도 한 장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유달리 얼굴에 힘을 주고 '잘난 척(?)'을 하는 듯... 아마 햇살 때문에?

"나 찾아봐라~" 멀어서 얼굴도 잘 안 보이니, 그냥 미서부 신혼여행 사진인 걸로 칩시다.

특별히 트레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여기저기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데... 3년전 가족여행으로 방문했던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황무지는 안 붙잡으면 계속 안쪽으로 홀린 듯이 걸어 들어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까꿍~" 그래, 신혼여행 온 셈 치지뭐...

위기주부가 황무지에서 양팔을 벌리고 찍은 이 사진을 보니까, 10년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이 분의 모습도 떠오른다. "언제 아내는 빨간 드레스, 나는 양복 수트를 입고, 이런 곳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볼까? 그러면 완전히 웨딩촬영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미쳤다고 그러겠지..."

이번에는 도깨비 머리 위에 올라가서 양팔을 또... 둘이 함께 저러고 서면 영화 <타이타닉>이네~^^

영화는 안 찍었지만 이렇게 연출사진도 찍으면서,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십여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이제 다시 저 위에 전망대가 보이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국수면발처럼 길어진 아내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붉은 도깨비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전에 이 계곡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를 뒤따라서 잠든 딸을 엄마가 안은 가족이 올라오고 있다. "안녕 잘 있어라, 도깨비들아~"

주차장에서 반대편으로는 카멜캐년(Carmel Canyon)이라고 해서 제법 큰 뷰트(butte)들이 서있는데, 석양을 받는 커다란 돌산을 향해 걸어가는 사진사의 뒷모습은 또 이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미서부와의 이별 여행기를 쓰면서 계속해 옛날 비슷한 곳이 떠오르는 것은... 미서부 구석구석을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르는 곳들을 일일이 키보드로 치려니 힘들어서, 유튜브 방송으로 주절주절 떠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요즘 심각하게 하고있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보이는 '세자매' 쓰리시스터즈(Three Sisters) 바위를 아내가 차창 밖으로 찍었는데, 직전에 소개한 옛날 여행기의 다음날인 모뉴먼트밸리 루프드라이브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바위가 있었다.

출구방향 우회전을 놓치고 계속 직진을 했더니 주립공원 캠핑장이 나왔다. 여기서의 캠핑은 후일을 기약하고, 차를 돌려서 공원을 나와 도로를 달리며 조수석의 아내가 이 날 밤에 잘 그린리버(Green River)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컨펌 이메일을 받고보니 유타 주가 아니라 와이오밍 주의 그린리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것도 환불불가로...! 바로 예약사이트와 와이오밍의 숙소에 모두 통화를 해서 특별환불을 약속 받았었는데, 대륙횡단을 마치고도 카드취소가 안 되어서, 또 다시 두 곳에 모두 통화를 한 후에야 환불을 받았던 것도 이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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